8월28일
마지막 날이다.

오늘 아침에는 우리방에서만 조금 사건이!
짐을 줄여라 뭘 해라 하는 잔소리에 화가나서
지난 밤에 신경질을 부렸더니  옆지기가 왕창 삐졌다.
우리 옆지기는 나보고 잔소리 한다고 투덜거리지만 실제로 가만두면 꼭 사소한 일을 틀리게 한다.

빅토리아에 가는 날 아침 늦잠잔 전례가 있어서 알람을  꼭 해놓고 자는데
모닝 콜이 울리고 일어나면 아무래도 시간이 충분하지않다.
아침에 하는 일이 뭐 똑같이 샤워하고 화장실가는 건데 욕실이 하나이니
우린 아예 한시간 전에 일어나서 천천히 준비하기로 했다.

열심히 알람 맞출 때 둘이 삐진 관계로 전혀 잔소리도 안하고 내버려둔 것이...............
알람이 울리길래 벌떡 일어나서 준비하고 난리를 다 치고도 한참을 기다려도 모닝콜은 안온다.
이상해서 내 시계를 보니 4시30분이다.

요 아저씨가 알바타주에 와서 시간 고치라고 할 때 안고치고 있더니만
(사실 챨리 아저씨가 한사람만 고치라고 했다.이틀이면 다시 고쳐야한다고)
우리 둘이 말을 안하니까 혼자서 하다가 두시간을 빨리 해놓은 모양이다.

5시 30분에 일어나면 될 걸 3시 30분에 기상!
그나마 화나서 제대로 자지도 못했으니 결국 밤샘한 꼴이 됬다.
식당에서 만난 우리 일행이 잘 주무셨냐고 해서 꼴딱 밤샘했다고 일러바쳤다.

시간맞추느라 냉전은 흐지브지~~~~~~~~~~~~~~~~

갈 길이 먼지라 아침 7시에 식사,  8시에 출발이다.
3일동안 숙식을 함께 하다보니 정이 들어서 식당에서 만나도 반갑다.
버스에 짐을 실을 때도 내리는 곳에 따라 짐칸을 따로 하고 슬슬 헤어질 준비를 한다.

어제 점심식당에서 함께 하신 교수님 사모님과 잠시나마  왕수다!

대략 왔던 길을 돌아가는 코스라 그리 색다른 건 없다.

자그마한 박물관을 두어군데 들러서 동물들 박제를 보긴 했는데
피곤해서 그런가 그다지 기억에 남아있는 게 없다.

오늘은 가이드가 데려다 주는 곳에서 쇼핑을 할 모양이다.

알바타주의 특산물은 육포, 오메가 3 등등이랜다.
이곳에서는 세금이 없기때문에 무척 싸다는데  자유여행이 아니다보니 가이드가
데려다주는 쇼핑센타에서만 물건을 살수 있어서 불편하다.

자기들이 팔고 싶은 것만 권하는데 겨울록키를 경험한 강박사부부가 시쿤둥한 반응을 보이니
가이드가 아예 들어오지도 말랜다.

물론 말이야 다 보신거니까 산책이라도 하시는 게 나을 것이라고~~~~~~~~~~~~


풍경은 달라도 여행사가 하는 일은 대개 같으니까.
혹시나 다른 손님들에게 초치는 소리 할까봐 걱정되는 모양이다.
게다가 오메가 3는 팔지도 않는댄다.
아마 별로 이문이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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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사부부의 말로는
일단 상점에 들어가면 안살 수가 없게 된단다.
마음도 솔깃할 뿐더러 분위기가 안사면 그 여행객들 사이에 왕따가 될 듯한 느낌마져 든다고.
어떤 상품은 3개월 전에 출시가 된거라 전에 사셨던 분들도 다른거라는 걸 강조하던데 지난 겨울에도 같은 소리를 들었댄다.
물론 가이드가 달랐지만! ㅎㅎㅎㅎㅎ

이번 여행은 우리 일행만도 6명이라 뭐 그럴 걱정은 없었지만
암튼 우린 안들어가고 한시간 이상 그 근처에서 놀았다.
그림같은 풍경에 맑고 신선한 공기에 날씨까지 받쳐줘서 그야말로 멋진 자유시간!

 

한이는 지 엄마를 졸라서 또 뭔가를 산 모양이다.

여울이와는 티걱태걱 잘하는 이상무가 한이에게는 많이  약하다.

안되 안되 하다가도 결국은 지게 되 있다.

부모라는 게 똑부러지게 야무진 자식에게는 대견함과 동시에 뭔가 동지같은 느낌이 들어선가상당히 빡빡한데

오히려 철부지에게는 선선한 구석이 있는 것 같다.

 

우리 친정 어머니를 봐도 뭐든지 잘해먹고 잘 싸다니는 나한테보다는

엄마 꺼 얻어 먹고 의존하는  다른 형제들을  은근히 더 좋아하시는 듯 보인다.

처음에는 칭찬 많이 해주셨는데 어느샌가  엄마 그늘에서 벗어난 게 서운하신 모양이다.

인디언정책이라고 해야하나?

좀 심하게 표현하면 장기적인 인디언 말살정책이라는 느낌!


얼핏보면 무지 잘되어있는대 생각을 좀 깊이하면 섬뜻하기까지하다.
놀면 실업수당이 엄청많은데 만일 일을 하게되면
그실업수당에 훨씬 못 미치는 임금의 많은부분을 세금으로 내야한다고.
그러니까 자연히 인디언들은 실업수당받고 노는 걸 선택할 수밖에 없다.
별 의식없이 불만없이 살게 하는 것 !
핍박보다 더 무서운 일이 아닐른지?

자기들 마을에서 자기들끼리 속닥하게 사는 게 속편할지는 몰라도

거대한 캐나다사회의 중앙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은 참 좁아 보인다.

암튼 한 두어시간 가까이 쇼핑들을 하시고 다시 출발이다.
챨리아저씨가 고맙다고 하시는 걸 보면 많이들 사신모양!
우린 안샀지만 암튼 챨리 아저씨 생활에 도움이 됬다면 다행이다.

주로 캐나다 이민사와 철도에 얽힌 비화,역대수상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는데 그것도 어디론가 머리 속에서 사라져버렸다.
유익한 이야기였는데...... ㅎㅎㅎ

멀리 산넘어로 흰연기가 올라온다.
챨리아저씨가 " 아이구 또 산불이군. 제법 크게 난 모양이네!" 하신다.

주말이라 그런지 상당히 도로가 혼잡하다.
빨리 가야 오후 4기경 밴쿠버에 도착할 수 있다고 하신다.

휴게소 지나 한시간 이상 간 것 같은데 버스가 정지!
(이 때 쯤에는 다들 잠 들어 있어서 시간개념도 없어지고
지루하지않게 웃기시려고  애쓰시는 챨리아저씨도  시들해서 자리에 앉아버린다)

도로에 차가 가득하다.
챨리 아저씨가 밖을 살펴보시더니
"사고가 났네요.
일단 사고나서 수습하려면 최소 3시간입니다!" 하신다.

작은 차들은 차를 돌려서 돌아가기도 하다는데 우리가 탄 대형버스는
크고 작은 차들로 꽉 찬 도로에서 꼼짝달싹 할 수도 없는 처지다.

우리가 뭘 어쩌겠어요?
그냥 앉아있는거지요.
남자분들은 삼삼 오오 차에서 내려서 상황을 보기도 하던데
우리 일행은 다들 자는지 무관심이다.

한시간 이상 그 상태로 지체가 되니 문제는 화장실이 가고 싶어지는거다.
난 그때까지만해도 버스 뒤에 화장실이 있는 줄 몰랐다.
언제나 앞만 바라보고 있어서! ㅎㅎㅎ

암튼 어디론가 사라진 챨리 아저씨를 찾아서 의논을 해야겠기에 차에서 내렸더니
몇몇 아주머니들도 따라서 내리신다.

사정들이 급했는지 LA에서 오신  목사님께서 일행들에게
"트럭밑에서라도 볼 일을 보세요" 랜다.
한 아주머니께서 바퀴가 어른 키만한 트럭 밑으로 들어가보시더니 기겁을 하고 나오신다.
"아이구. 저쪽 차 운전대에서 다 보여요!"  워낙 키가 큰 트럭이라서리.......ㅎㅎㅎ

암튼 어디 구석진 곳이라도 있나 찾아보니 길 옆으로 긴 담벼락이 있다.
한 참 걸어서 그 담 넘어로 들어가 보니 바닷가에 집들이 몇 채 있다.
너무 반가워서 아주머니 몇사람과 그 집으로 갔다.
급하니까 자신없는 영어고 뭐고 ~~~~~~~~~~~~~~~~
문도 열려있고 부르니까 늘신한 캐나다 여성이 나온다.
근데 내 앞에 계신 미국교포 아주머니가 영어로 다 해결해버리셨다.
보다시피 도로에 차가 묶여있으니 화장실을 좀 빌려달라고!

아주 친절한 그 여성은 우리에게 과일도 권하고 차도 권하고~~~~~~~~~~~

암튼 지나고나니 또하나의 즐거운 경험이 늘었는데.......................................

차에 돌아가니 챨리 아저씨가 나타나셔서는
"화장실문을 열어놓았어요" 랜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

내가 꼭 이렇게 한박자 빠르다고요.

덕분에 재미있는 경험을 하긴 했지만.

자기가 나가서 경찰에게 물어봤더니 30분이내에 끝날꺼라고 하니 조금만 더 참으시랜다.
참지 않으면 뭐 우리가 뭘 할 수 있남요?

잠시후 헬리콥터가 오는 게 보이고 약 30분 후에 차는 다시 움직이게 됬다.

헬리콥터가 온 건 가능성이 있는거라고 아마 사람이 죽지는 않은 모양이랜다.
이런 일은 아주 흔하댄다.
암튼 다행이다.

두시간을 지체했기 때문에 예정했던 캠룹스의 한국식당은 너무 늦어질 것 같다고
중국식부페로 바꾼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부페식당에 익숙한 우리에게 부페란 이름은 상당히 기대치를 높이는 모양이다.
어딜가나 실망 !
아니 중국식이면 뭐 면같은게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짜장면까지는 아니라도 비스무리한~~~~~~~~~~~~~~~~~~~~
맨 튀김 종류만 가득하다. 면도 기름에 볶어놓은 소면 같은 것 뿐이고!

내가 이 식당에 악감정을 갖게 된 건 다 마지막에 나오는 한 사건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먹을 때는 그다지 혐오감을 느끼지 않았는데 지금 돌이켜서 생각하니 화가 난다.
순전히 나자신의 실수였는데 참 ....................................
에이 신경질나라~~~~~~~~~~~~~~~~~~~~~~~~~~~~~~~



두어번 더 휴게소를 들른 다음  오후 6시 좀 넘어서 밴쿠버에 도착!
우리는 여행사에서 내리기때문에  두번째로 하차.
마지막 팀은 다음 날 빅토리아 관광을 하루 더 하고 LA로 돌아간다고!
호텔로 다른 가이드가 온다고 한다.
챨리 아저씨는 오늘밤은 근처에서 자고 다음날 아침 다시 록키로 가신다고 한다.
60을 바라보는 나이시던데  엄청난 체력이시다.

올 여름 록키 관광은 다음 여행으로 마감할 것 같다고 하신다.

이제 개학을 하고나면 불경기라 거의 여행객이 없다고 한다.

또 짠해지는 마음!
내년 1월에 부산에 오신다고 해서 서로들 명함을 주고 받고  헤어졌다.

지난번 묵었던 호텔은 여행사의 왼쪽에 붙었었는데
이번에는 오른쪽에 붙은 곳이다.
성수기라 방을 못구해서 오늘부터 3일은 페밀리 룸에서 두가족이 산다.
6인용이다보니 운좋게 하나 남아있었댄다.

일단 각자 방으로 가서 짐정리 하는데 !!!!!!!!!!!!!!!
새로 사서 들고다니던 선글래스가 없다.

캐나다에서는 진한 색의 선글래스가 필수라고 해서 일부러 좋은 거 장만했는데

아직 카드 대금 지불도 안한 거다........................................................................................
썼다 벗었다 하는 게 번거로와서 케이스에 넣지않고 그냥 작은 손가방에 넣었다 뺏다
하다가 마지막에는 옆지기와 자리를 바꿔않은 탓에 좌석을 살피지 못하고 내렸는데.........................

우리 옆지기는 자기가 마지막에 다 살피고 내렸다고 한다.

그렇다면 아!!!!!!!!!!!!!!!!!!!!!!!!
점심먹은 중국부페~~~~~~~~~~~~~~~~~~~~~~~~~~~~~~~~~~~~~~~~~~~~~~~~~~~~~~~~~~~~~~

울며 겨자먹기긴 하지만 어쩌겠나?

 록키에 헌물로 바치기로 마음 먹었다.

                                                                                                   끝





어제 못 올린 에메랄드 호수  DSC_1663.JPG DSC_1674.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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