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그렇듯,

나들이 갈 때에는 설레이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요.
새벽에 잠깐 스쳐간 가을비에 바람이 선선하고,

코스모스 하늘거리는 꽃다운 들판에 비단처럼 떨쳐진 밭고랑을 지나, 버스는 달려 달려 금산으로 향합니다.

용순이가 "금산행"을 제안한 것이 벌써 보름 남짓 흘렀던가요.


기다리고 기다리던 9월 28일 월요일 오전 9시.
주안역으로 4기의 이순영, 황금이 선배님이 남편의 배웅을 받으며 쑥떡을 이고 오십니다.
오늘 쑥떡 쑥떡 재잘거리며 재미있게 다녀오자고. 4기 선배님이 준비해 온 떡입니다.
멋쟁이 용순이가 멀리 나타났을때 한발자욱 바로 뒤에 블루진이 잘 어울리는 빨간 가방을 끌고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동생을 데려오나" 했더니 하늘같은 지아비 라구요.

 

정해진 시간에 맞추어 차는 정확히 출발을 하고,
행여 아침을 걸렀을까 봐, 7기의 손금자가 준비해온 김밥을 먹으며 "오늘 하루가 풍족하리라" 하며 웃었습니다.
서로를 소개하고 여고시절 즐겨 불렀던 "들장미"등을 합창하니
달리는 차창 밖으로는, 가을 하늘이 우리의 노래소리 만큼이나 높게 높게 펼쳐집니다.

 

드디어, 아름다운 심천가입니다.
108만평의 산자락에 봉황이 알을 품는 형상에 자리잡은 심천가는
그냥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병이 나을 것 같은 곳입니다.
보약보다 더 좋은 공기를 마시며
내일 모레가 여자들에겐 노동절이라는
추석등 걱정은 밖에다 버리고 왔노라고 했습니다.

 

하얀 한복에 수염을 길게 기른 기인같은 모습의 심천 선생님의 강의를 재미있게 듣고
"내 건강은 내가 지키자" 라는 말을, 참으로 실천할 수 있겠거니 했습니다.

왜, 순애와 용순이가 마니아가 되었을까 했는데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했지요.

2박3일을 묵으면
딱 좋을 것 같은 곳
점심, 저녁까지 먹고 7시가 넘어 그곳을 나섰지요.

 

그런데 또 한마당이 버스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얼마나 신이나서 놀았는지 서순하 선배님의 부군이신 김용태님은
"인일여고 인줄 알았더니 인일여상이구먼" 이라고 한 말씀 하셔서 폭소를 자아냈습니다.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을 멋드러지게 부르셨지요.
부창부수인가요?
순하 선배님의 재치를 가르치신 분이 혹여 남편이 아니었을까요? 했지요.

 

10기의 권칠화님은 노래를 하던 중 갑자기 음정을 놓쳐 다들 웃었습니다.

표정이 재미있어서요.

그런데 용순이가 이 때다 싶어 좋아라 하며 놀려대었습니다.

"칠화야, 살다보니 그렇게 안 되는 법이 있는 줄 너도 이제는 알았을게다"라고요

너도 나만큼 살다보면 알게 되는 법이라고요.

이곳에서는 음정을 놓쳐야 더 인기가 높았답니다.

10기의 시인 박미산님도 "그때 그사람"을 요상하게 불러 배를 잡았지요.


젊잖기만한 인하대의 기계과 황교수님도 함께 해 인일여고생이 되기도 한 하루입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분명 오늘은 우리의 수명이
웃음 탓에 1년은 연장되지 않았을까요?

 

귀염둥이 14기 이숙용님과 최인옥님이
오늘도 막내라고 궂은 심부름 다 도맡아 했습니다.

우리 7기의 승숙이가 사회를 봤는데
이렇게 사회를 잘 볼줄은 미쳐 몰랐던 사실이기도 하고요.


심천가를 방문했음인지 나도 오늘은 늘상 부럽기만 했던
전초현 선배님, 김자미님의 맨 꼴찌 대열에 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보기도 했습니다.

3기의 한선민 선배님도 "나는 노래 못해서 퀴즈를 하려고 써 왔어" 하시더니만 넘치는 끼들에 힘입어 뒤늦게 한 곡조 하셨지요.

 

돌아오는길
하늘거리는 코스모스를 보며
"오늘 가을비에 꺽이지 않았어도 남은 꽃은 머지않아 스스로 떨어지겠지" 라고 생각하니, 깊어가는 가을이 더욱 애잔합니다.

 

비록 내일 떨어질지라도
그래 내일은 좋아질거야.

건네던
웃음을 잊지말라고.
오늘의 금산행이 서로의 어깨를 다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