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시간에서 금새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여행에서 받은 감동이 커서 일상의 시간을 제자리 잡지 못하게 하기 떄문이기도 하겠지만,

이곳과 7시간 차이나는 애매한 시차를 극복하는데 필요한 체력이 많이 떨어져서이기도 한 것 같다.

여행 다녀온지 일주일, 늘 신기루 같은 느낌을 되살리는 역할을 사진이 해낸다.

무려 750장 넘게 찍은 사진에서 어찌 건질 사진은 몇장 되지 않던지 민망하다

 앞으로는 여행사진 찍기 전에 기획,구상 그런 것들을 미리 해둬야할 모양이다.

 

 여명이 밝아오는 쉔부른 宮, 슬로베니아의 블래드 성과 호수 귀퉁이에 있는 작은 섬에 자리잡은 마리아 성당

 수백만년 됐다는 포스타이나 동굴,호수와 숲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국립공원 폴리트비체.

 아드리아 해안선을 따라 바라보이는 바다.

트로기르에서 먹은 맛좋은 해물 스파게티

달마시안 최대 해안도시 스플릿 그곳에서 본 디오클레시안 궁전

 발칸 반도의 보석이라는 城 안 도시가 아름다운 드브로브닉

보스니아의 아름다운 소도시 모스타르,독특한 모양의 모스타르 다리,공예품들.

보스니아의 수도 사라예보.

다시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

그리고 돌아오는 날 둘러본 오스트리아의 도시 그라츠 등등이 여행지에서 본 fact이다.

 

 Fact를 보고 생각하고 느낌을 받고 또는 느낌을 얻은 후 생각하는  순서를 이번 여행에도 내내 경험했다.

가령 비엔나의 쉔부른 궁은 몇년 전인가 봤을 때와 사뭇 달랐다.

인파에 떠밀려 둥둥 떠다니면서 봤을 때의 쉔부른은 아름답다는 `쉔`과 어울리지 않았었다.

그런데 여명에 거닐던 쉔부른은 어찌나 아름답던지 가당치 않게도 王家가 친근하고도 소박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 궁이 누가 살던 곳인데...호령이 딱 어울리는 마리아테레사 女帝가 살던 곳이 아니었나?

 

호수 주변에서 바라보이는 블래드 성,블래드성에서 내려다 보는 마을의 전망 모두 평화롭고 고즈넉했다.

 갓 결혼한 신랑 각시가 들러서 소원을 빈다는 마리아 성당의 종소리도 편안하고 평화로왔다.

우리 가족이 함께 와 며칠 지내다 가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다음 날 새벽 비가 오는대도 우산을 쓰고 산책했던 호숫가에서 바라다보는 블래드 성은 낮에 본 모습과 또 다른 신비스러운 느낌.

 

 가져간 엠피쓰리에서는 무디한 목소리의 가수가 `as time goes by`를 부르는데

 버스는 아드리아 해안을 달린다.

바다와 황량한 들판.산등성이,마침 내리는 비,

어제 저녁 먹다 남은 와인을 챙겨온 친구가 딸아 준 와인을 마시며 마음껏 여행 기분에 젖어본다.

 젊은 시절의 누군가는 이태리의 롬바르디아 평원의 쓸쓸한 모습을 바라보며 아이를 많이 낳아야지 결심했다던데

오래된 나이에 이른 우리가 결심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실로 살아내는 시간들의 노력이 눈물겹게 느껴졌다.

 

모네의 그림 배경 같은 장면이 곳곳에 있는 우아한 소도시 트로기르

 현지 가이드는 까만 색 옷과 썬그라스가 잘 어울리는 중년 여인

 우리를 보더니 한국여성들은 일본 여성들보다 훨씬 멋지고 아름다워요 하며 생긋 웃는다.

 비교 칭찬에 기분 좋아진 우리들의 너털 웃음...`뭘요...`라는 영어가 생각안나 `이그젝트리`라고 세련되지 못한 투박스러운 대답으로 까불어도 보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城이란 크로아티아의 드브로부닉

성곽 안에는 세계에서 몰려든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성곽을 일주하며 보는 아드리아 海와 붉은 지붕이 따뜻해 보이는 고을의 조합은 절묘했다.

언젠가 시드니셀던의 작품으로 만든 영화에서 본듯한 데쟈뷰 현상이 일어난다.

지나가다 마주치는 여행 기분에 들뜬 관광객들의 상기된 표정들이 재미나다.

 

  내전으로 시달렸던 보스니아는 주변국 중에서 가장 가난해보였다.

 `93년을 잊지 말자`

 모스타르 다리 입구에 쓰여있는 글귀, 우리의 표어 `상기하자 6.25`가 떠오른다..

 

 민속품을 파는 곳에서 주물로 만든 고풍스러운 후추가는 도구를 샀는데

 갈아질까 망설이며 달랑 한개 사온 것을 집에 와서 왕소금을 넣고 갈아보니 엄청 잘 갈린다.

보스니아에 가면 사야할 품목인 것 같다.

손 수가 화려한 등받이 덮개도 두개 사왔는데 거실 의자에 놓으니 잘 어울린다. 

좀 더 사오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

 

 이에리사의 탁구 우승지로 귀에 익숙한 사라예보는 우리나라 50년대 모습 같았다.

마침 날씨도 우리의 늦가을 같은 쌀쌀함 떄문이었는지 가난함이 더 을씨년스럽게 느껴진다.

나라가 잘살게됐다는 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우리 경제의 비약적인 발전이 없었으면 이렇게 발칸 諸國을 여행할 수 있게 될지 예전에 언감생심 꿈이나 꿀 수 있었을까

금력을 프라이드로 여겨서는 안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지만  돈의 위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GNP를 깎아내리는 처지에 나같은 사람이 돈에 대해 말할 자격이 있을까만은

사람들 모두 더불어 잘살게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마침 구경했던 무슬림들의 간절한 기도을 바라보며

그들 기도에 보태본다.

 

 크로아티아는 유고 연방에서 독립한 나라 중 슬로베니아와 더불어 지리적 여건이 좋은 나라

 수도 자그레브는 유럽의 유수한 도시와 얼핏 닮았다. 활기찬 사람들 거리 모습.

 역시 돈은 힘인가 힘은 돈에서 나오나 이런 쓰잘데기 없는 생각도 하며 자그레브 시내를 어슬렁거리던 때가 아직 일주일 전 뿐이 안되다니 시간은 빠르기도 하고 느리기도 한가보다.

 

 이번 여행後처럼 일상에 시간에 다시 들어가기 힘들어서야 어디 다시 여행을 하겠나 싶다.

 오늘 한 지인과 점심식사를 했는데 우리네와 판이하게 다른 삶을 살고 있었다.

그녀는 핸드폰도 없었고,자동차 운전도 못하고 해외여행 한번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수십억 부자인 그녀가 하려면 무엇을 못할까만은 묵묵히 일상의 시간을 살아내고 있는 중이었다.

 여행으로 마음도 체력도 헷갈리고 있는 나에겐 그녀가 철옹성을 지키고 있는 성주 같아 부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부러운 마음이 사라지고 일상이 지루해지려 하면  다시 여행 보따리 싸겠지만

지금으로선 시간 안의 시간에 평화롭게 안주하고프다.

 여행은 일상의 시간을 살찌우는 소도구로 필요할 뿐인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