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회 - 아이러브스쿨 게시판담당 : 김영자
키큰 은순이를 잃었을 때, 우리들은 아직 어렸다.
대학 4학년-
이대 신문방송학과 재학 중 3학년 때 미국에 유학중인 신랑에게로 날아갔으니..... 당시엔 대학을 포기하는 것이었고,
딸을 낳고 행복의 절정에서 이듬해 요절한 은순이는 이미 여자의 일생 모든 것을 경험했었던 것 같다, 특히, 가장 에센스가 되는 행복부분을-
대학3학년 때나 4학년 때나 난 여전히 어렸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저 먼 이국땅에서 절친이 숨져갔다는 것은 피부에 와닿지 않았다.
은순이를 중매했던 옥진이와 성란이(은순이 남편의 여동생으로 옥진이와 연대 작곡과 동기)에게서 그후의 소식을 들을 뿐이었다.
은순이 서방님이 그렇게 빨리 재혼한 것은 너무 강력한 추억을 빨리 잊기 위함이라고 했다.
그러나 60이 되어서도... 난 은순이를 잊지 못한다.
키가 대단히 큰 부부였던 은순이와 서방님...., 부군은 은순이에게 芸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그렇게 불렀다.
중국소설에 나오는 것과 같았는데, 이처럼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다 멋졌다.
은순이는 코스모스를 참 좋아했다.
고3 때인가, 코스모스 사진을 찍어야 한다며 친구들을 학교뒤 언덕으로 소집해서 사진을 찍었었다.
당시는 사진찍는 것이 행사였다. 여기에 그때의 사진을 올려봐야지...
은순이는 7기 전체중에서 제일 키가 컸다. (홍진숙이 더 컸었나?)
대학에 들어가 사복을 입게되니, 얼마나 세련된 멋쟁이인지...놀라웠다.
대학 신입생 시절, 함께 미팅을 했었는데, 여러달 후 은순이 파트너가 정신과치료를 받게된 것을 알았다.
멋진 아가씨의 거절을 마음적으로 끝내 수용을 못한 탓인지..... 그는 반미쳤었다, 남의집 귀한 아들인데..
이런 일을 접하니 놀랍고 무서웠다. 나에게라도 우회적으로 애걸하려는 그는 몇번 나를 찾아왔었다.
남자의 삶에 여성이 미치는 엄청난 영향을.. 난 갓 대학생이 되지마자 직방으로 알게된 것이다.
은순이가 요절할 지도 모른다는 것은 실은 고등학교 시절에도 예견할 수 있었다.
유승완 선생님께 우리반이 단체로 야단을 맞는데 너무 오래 야단을 치시니, 벌떡 키큰 은순이가 일어나 대표로 '죄송합니다' 사과하고 책상에 엎드려 우는데... 책상은 코피로 흥건했다. 혈우병이라고... 겁이 더럭나신 선생님께서 황황히 교실을 나가시고 우리들은 엄청난 사건 뒷수습에 어찌할 바를 몰랐던 추억이 있다. 은순이의 어머니도 역시 요절하셨었다하니... 이 병은 X염색체에 치명적이라는 사실이 맞나보다.
유학을 마치고, 서방님은 한양대 교수로 재직하신다 하였고
은순이 남동생(이철희:제고 16?)은 서울의대 교수가 되었다.
살아있다면.... 얼마나 유복하고, 얼마나 멋진 일이 많을까 싶다.
은순이가 있었다면 우리 7회 모임은 좀더 기품있고 멋졌을 것이다.
지금은 유전자도 치료되는 멋진 신세계가 아닌가...
마음으로.... 가끔 은순이와 명신이를 불러본다.
육신의 옷을 벗은 너희들의 혼백은... 어디서 무얼하고 있니? 가끔은 함께 있기도 하니?
아깝고 아까운 이 친구들의 몫까지
열심히 살아야 할텐데..... 마음이 숙연해진다.
코스모스 필 때마다 어김없이 은순이를 기린다. 그녀를 그리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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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3때.....
답동 성당 메리놀 수녀원 도서관에서
꼬마 중1후배들을 만났다.
거의 매일 도서관에 갈적마다 그꼬맹이들은 늘 그자리에 있었다.
깡총 단발머리에 도매핀을 꽂고 교복들도 길다라니....
눈인사를 하면서 그들과 친해지게 되었다.
성혜.은순.....
성혜는 눈이 총명하며 또릿또릿 귀여웠고
은순이는 키가 껑충크고 얼굴은 조그마하고
곱슬머리였다.
어느날 도서관에서 그들은 영어단어 하나를 가지고
종알종알얘기들을 나누더니
단어찾을 시간이 아까웠는지
각자 흩어져서 선배들한테 단어를 묻는듯하였다.
은순이가 나에게 왔다.
언니~!
냄새맡다가 영어로 뭐예요?
smell~~하고 대답해주었다.
아마 제일먼저 알아낸것 같았다.
즈이들끼리 수근댄다.
나를 손짓하면서.....
잔등에 땀이 쭉났다.
에고 몰랐으면 쪽팔려서 어쨌나...
그러면서 성혜와 은순이를 알게 된것이다.
학교에서....
거리에서....
가끔씩 만날적마다 귀여운 꼬마들은 인사를 잘했다.
(덕분에 smell 단어는 평생 잊지 않는다.)
나중에 성인이 되어 성혜에게 은순이 얘기를 들었다.
참 가슴아팠다.
미인박명이라는 말이 맞는것 같았다.
성혜는 지금도 소식을 나누는 사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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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일찍 순애후배의 글을 읽고 종일 은순이
생각했지요.
진짜 코스모스같이 예뻤던 은순이였는데....
은순아 ~!
하늘에서 편히 쉬거라
순호언니,
그런데요, 성혜는 빨간성혜(홍성혜)에요? 하얀성혜(백성혜)에요?
포항공대 백성기 총장님 동생인 백성혜(7)는 미국에 있으니.... 아마 강남사는 홍성혜지요?
총동피 좀 들어오라, 7회 사이트 아이럽에도 좀 들어가라.... 등떠밀어 주세요!
이젠 자기가 일할 순번인데.... 숨죽이고 있으니, 에잇- 약올라라.
순애갸, 니 글을 읽으니 옛날 생각이 정말 많이 난다.
보고픈 우리의 친구들...
어쩜 그네들은 그렇게 모두 키가 컸을까?
아마 지금도 그네들은 예쁜 젊었을때의 모습 그대로일꺼야...
김순호 선배님, 오셨어요?
은순이를 아신다는 게 무척 반가워요.
성혜도 보고싶네요.
홍성혜 하면 글씨 생각이 제일 나.
중2 때 같은 반이었는데(순애야, 너도 우리 반이었어. 유정희 선생님이 담임)
펜글씨를 그렇게 예쁘게 썼단다.
내 뒤에 앉았었는데...... 수다도 구수했구. ㅎㅎ
홍성혜도 보고 싶네. 청담동 산다고 했는데 아직도 거기 사는지 모르겠다.
근데 지금 성혜가 인일홈피에 들어오고나 있을까?
그것이 궁금하네.
김순호 선배님과 연락하는 사이라면 모를 리 없고
그렇다면 가끔 눈팅은 할지도 모르겠다.
성혜야~ 너 보고 싶어.
순애가 가을 되니까 친구들 생각이 많이 나나 보다.
그러고 보니 먼저 간 두 애가 다 너랑 가까웠던 애들이구나.
편안히 잘들 있겠지.
은순이 모습이 뚜렷이 떠올라.
생각해 보니 사진 속 모습이네.
은순이가 카메라를 들고 있었던 모습도 생각나고.
키 큰 애들 중 가장 다정한 면이 있었던 애인데 다른 친구들도 그렇게 느꼈을까?
홍진숙도 그렇고. 큰 애들이 먼저 떠났네.
마음이 얕게 쓰라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