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회 - 아이러브스쿨 게시판담당 : 김영자
이 책은 살림 잘 하는 큰언니가 예전에 권해준 책인데
언니는 이 제목에 절대 동의한다고 한다. (저자는 일본여성)
곰곰 생각해 보면
친구 중 살림 잘하는 여성으로 내 머리에 젤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총동창회장인 이은기이다.
은기는 나보다 먼저, 적령기에 결혼하였고
나는 만 서른되기 직전, 당시로는 노처녀가 다 되어서야 결혼했다ㅎㅎ
은기의 신혼살림은 명지대학 근처 마당있는 단독주택이었는데
마당 여기저기 놓인 조선시대의 석상들이 운치있었고 (그니는 골동품 수집이 특기고 취미이다=물론 미술사 교수이니 안목이야 뭐!)
식사는 회덮밥을 만들어 대접해 주었다.
신선한 회와 신선한 야채고명들.... 영양만점이요, 만들기 그다지 고생스럽지도 않으니! 은기는 틀림없이 총명한 주부이다.
연전에는 '행복이 가득한 집' 잡지에 은기의 대전집이 화보로 실리기도 하였지.......
(은기가 내 결혼선물로 준 왕준연 요리책... 아직도 가지고 있다. 나의 신혼은? 대가족 수발을 드는 맏며느리의 우직한 헌신? 총명보다는.....//ㅎㅎ 대가족이 함께 기거하는 부천집에 은기가 와서... 이렇게 결혼하는게 아니라는 안타까운 심정인지... 니가 너무 착해서 탈이야, 연발하던..그때가 생각난다ㅎㅎ / 거의 30년 전이네, 어젯일같은데.....// 요즘 나도 수긍하는 바- 이학박사교수가 찾아갈 위치는 좀 아니었네//넘 씩씩했어,... 하룻강아지가... )
나 자신은 이 책제목에 상당히 반한다.
머릿 속에는 수십가지 할 일을 품고, 일을 벌여 놓기 일쑤이고 제대로 맺지도 못하고
살림은 짭짤치 못하다.
화평동어머니가 많은 일을 하시는 분으로서.... 어찌나 사방 어지르고 지내셨는지 (결혼 전에는 내가 맨날 정리해드렸음. 그래서 난 스스로 대단히 정갈한 살림을 할 줄 알았어ㅎㅎㅎ착각)
정갈하고 수십년간 규칙대로 정돈되어 있던 아버지의 병원 진찰실과는 상당히 대조적이었는데.... (1층 vs 2층)
언니들이 내 집에 올 때마다, "어머, 얘좀 봐, 어쩜 이리 엄마랑 똑 같니!" 라고 절규할 때는
부끄러움이 거의 치명적이다.
(아니, 큰언니는 아버지의 깔끔함과 늘씬한 몸, 어머니의 열정 등 좋은 것만을 받았으니... 같은 부모, 같은 조부모 밑에서 이토록 문제되는 유전은 어찌 몽땅 나만 받을 수 있단 말인가..... 기막히고/ 나이 육십이 다 돼서 그것도 생물교수가... 난 철로다리 밑에서 주어왔나?....하며 씩 웃어본다. 기실 생물수업시간에도 '우리 집에서는 내가 젤 못난 유전을 물려받았는데'....하면 학생들이..야유를 보내니, 나 자신 내가 못났다고 생각하는 면면을 그네들은 볼 수가 없음인지....)
그런데.. 유전은 내가 선택한 것이 결코 아니잖아.
신의 선물이랄까... 이러이러한 유전들을 극복하려 애를 쓰고 노력하지만... 이 치명적 유전을 어쩔 수 없이 평생 품고
이 모습으로 살아야 하는 것은 틀림없다. (물론... 노력은 한다니까)
어떤 손은 바지런하고 재빨리 스쳐지나가는 곳이라도 닿는데마다 윤이 난다.
어떤 손은 둔중하다. 그러나 그니의 마음이 둔중한 손을 스스로 원하고 있는건 아니잖는가.
내 셋째언니 부부는 안팎으로 바지런하고, 손닿는데마다 곧바로 질서와 체계가 창조되는 분들인데 그 집에 가면 사방 윤나고 멋있고...대단하다. (내 집에 무상출입하는 대학원생을 데리고 춘천 언니집을 간 적이 있는데..... 부모님이 어떻게 이토록 재산 상속을 차등있게 하셨어요? 라고 해서.. 언니도 나도 배를 잡고 웃었다)
ㅎㅎ김재옥선생님께서 하신 말씀: 며느리들이 오면, 어머니 왜 이리 늘어놓으셨어요?하며 집을 몽땅 깨끗이 잘 치우고 가는데,
가자마자 선생님은 본인 편리위주로 도로 다- 늘어놓으신다고 ㅎㅎㅎㅎ
음악이나 미술에 재능이 있고 없고가 있는 것처럼
살림에도 그런 거 같아.
난, 살림 재주가 없는 편.
은기가 그런 줄은 몰랐네.
참, 그릇 욕심이 있다고 말했던 거 같기도 하고.
난 그렇지 않아도
며느리는 살림에 재능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건 야무진 헛꿈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