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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게 우뚝 솟은 붉은 금문교를 보며 우리는 지금 들뜬 마음으로 신나게 달리고  있습니다. 

주머니에서 재미있는 이야기가 술술 나오는 선배님을 만나 함께 드라이브하고 있으니까요. 

 

금문교 뒤 언덕에는 살짝 안개가 끼어 신비로움을 더해 줍니다. 금문교 아래엔 하얀 물보라로 원을 그리며 노는 수상스키 타는 사람들과 유람선이 지나갑니다.  선배님은 밝고 긍정적인 성격 그대로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 주십니다. 새로 태어난 손자가 너무너무 예뻐 죽겠다며 행복해 하십니다. 

 

여행오신 분들이 금문교를 보면  , 전에 몇번 와 봤어.’하고 마는데 선배님은 처음본 것처럼 아름다운 언덕과 바다, 샌프란시스코와 금문교를 보며 놀라워 하십니다. 운전하는 이에게 고마워하고 가본 곳도 볼 때마다 새롭다고 감탄합니다. 선배님은 자녀들을 변호사로 의사로 전도사로 훌륭하게 키우시고도 평범하게 사는 다른 집 아이들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습니다.  잠시 이야기가 끊길 때면 콧노래를 부르십니다.   

 

길은 소노마밸리로 들어서고 평화로운 전원풍경이 이어집니다.  울창한 가로수가 늘어선 글렌 엘렌에 들어서니 아담한 상점들이 올망졸망 모여있는 동네가 정겹고 예쁩니다.  돌벽으로 지은 잭 런던 박물관에 들어갑니다.  잭 런던이 마흔살에 죽은 후 부인이 불타버린 집을 생각하며 지은 House of Happy Walls Museum 입니다. 

 

선배님은 그가 지은 책들, 그가 항해하던 “Snark” , 그가 여행하며 쓰고 모은 유물들을 하나하나 유심히 보며 감탄합니다. 

마흔살에 죽었는데 이렇게 많이 책을 썼네. 나는 이 나이에…”  

그는 삶을 확 태워 불꽃같이 살았지요.  선배님은 이제부터 하시면 되고요.” 

 

눈을 반짝이며 박물관을 구경하는 선배님은 신기해 하고 놀라워하고 칭찬하는 모습이 어린소녀 같습니다.   다른 이들은 나이들면 보고도 멀뚱멀뚱하고 반응도 없고 감흥도 없는 것 같은데 선배님은 정말 다릅니다.   아마 옛적에 남자들이 다 좋아했을 것 같습니다.  연애도 정말 재미있게 했을 것 같습니다.  소설 쥬드속의 발랄하고 지적이며 사랑스런 가 그랬을까? 

 

많은 돈을 들여 멋있게 지어 놓고 입주전날 타버려 살아보지도 못한 “Wolf House” 로 내려 갑니다.  오솔길을 따라 내려가며  선배님은 찬송을 부릅니다.  떨림이 없는 맑고 깨끗한 목소리로 찬송을 부릅니다.  길가에 맺힌 빨간 산딸기를 보고 반가워 가시도 아랑곳 않고 따 드십니다.   차도 안 다니는데 먼지 좀 있으면 어때?  , 먹어봐.”

레드우드 숲속에 돌벽만 남은 집이 마음을 서글프게 합니다.  정말 멋진 남자였는데   

 

우리는 팔만그루가 넘게 자라고 있는 유칼립터스 나무 숲에서 점심을 먹습니다.  선배님께서 싸오신 샌드위치와 고소한 옥수수죽을 먹습니다.  매사에 자신만만한 모습이 도시락 에서도 나타납니다.  건강에 좋은 음식을 직접 만드시는 선배님이 부럽습니다.  과일냄새를 맡았는지 벌도 날아오고,  머리털이 빨간 예쁜새도 날아와 목을 축입니다. 

 

우리는 일어나 잭 런던이 죽을 때 까지 글을 썼던 오두막집에 갑니다.  

방마다 타자기가 있고 메모지가 빨래줄에 줄줄이, 책상 위에, 벽에도 걸려 있습니다.  바깥 나무그늘 밑에 앉아 글을 쓰는 모습도 보입니다.  바깥으로 나오니 연못에는 비단잉어가 그늘 속에서 놀고 있다 우리를 보고 모여듭니다.   꽃밭에 눈에 익은 노란꽃이 보입니다. 

선배님, 우리 여기서 사진 찍어요. 이 꽃 아시지요?  루드베키아! ” 

우리는 마주 보고 크게 웃습니다.

 

용선배님이 선배님을 굉장히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글로만 만나시다 직접 만나면 두분 정말 재미 있으실거예요.  남자들은 젊은 여자들을 더 좋아하는데요 그건 늙은 여자들은 무얼 보거나 무얼 먹거나 무얼 들어도 무덤덤한데, 젊은 여자들은 아무것도 아닌것에 감격하고 재미있어하고 고마워하며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남자들이 좋아, 무엇이든지 더 잘 해주고 싶어한대요.  선배님은 정말 너무 너무 젊으신거예요.”  

 

The Cottage 안에서 창문으로 젊은 잭 런던이 우리들을 보고 빙긋 웃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들은 아쉬워하며 잭 런던을 떠납니다. 

멋지게 살며 많은 글을 남긴 그를 그리워하며 발걸음을 옮깁니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곳을 찾아 선배님과 나란히 포도원길을 걸어 갑니다. 

 

 

 

                                                                                        8 20 2009 

                                                                                                      샌프란시스코에서     김 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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