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낳은 직후 이틀 밤을 연속, 새 부모는 잠을 한숨도 못 잤다고 합니다.
사흘되는 어제 밤 집에 돌아와서도 눈을 붙인것 같지 않아요.
아기가 배가 고팠거나
아니면 할례 받은 것이 아파서 울어서 그랬대요.
생전 처음 당하는 상황에 딸과 사위 둘이서 밤이 맞도록 애쓰고도 아기를 진정시킬 수 없으니
아기는 아기대로 고달프고 부모는 부모대로 지쳐서 어쩔 줄을 몰라 하더군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악을 쓰며 버둥대고 울던 아기가
내 품에만 오면 울음을 몇초 만에 그치고 신기하게도 잠을 잘 자더라구요.
금방 조용해지고 고분해지는 것을 보는 것이 너무나 흐뭇했어요.

갑자기 내가 쓸모가 많아진 것 같아 재미가 막 나네요.
흠...이래뵈도 넷이나 길러냈다는...
다 잊어버린줄 알았는데 그 실력이 남아있다는 게 그렇게나 감사할 수가 없어요.

딸 부부는 신기하고 고맙게 생각하며
안심하고 아기를 내게 맡기고 지금 낮잠을 자고 있습니다.
아기를 내 방에 데리고 와서 안아서 재운 다음
내 침대에 고이 올려 놓았더니 새근 새근 대며 잠을 잘 자고 있어요.

날개를 접은 천사가 하늘에서 내려와 쉬고 있다..면 좋은 표현이 되려나요?
시간이 멈춘 것 같아요..
숨소리도 얼마나 조용 조용하고 얼굴은 바알갛게 상기되어 있는 아기의 얼굴...
코가 오뚝해서 이목구비가 어느정도는 잡혀 있지요, 작은 눈과 입술과...
장미 꽃잎으로 만들어진 피부..
아무리 바라 보아도 싫증이 안 나네요..
아기에게서 향내가 솔솔 납니다.

가늘고 앙징스런 손가락들도 신기하고 발가락들도 고물고물 귀엽기 짝이 없어요..
가끔씩 몸을 소스라쳐 놀라며 얼굴을 찌푸리기도 하는 배냇짓을 합니다..
아직은 배가 고파서 그런지 흠족한 웃음은 떠오르지 않네요.
빨리 젖이 펑펑 돌아야 할텐데....

이 작은 얼굴에서 자기 아버지의 모습을 봅니다.
그리고 내가 기억하는 우리 아이들의 아기 때의 모습도 봅니다.
그래도 우리 아이들과는 아주 다르네요..
갓난 때부터 이렇게 사람은 모두가 다르게 태어나는 것이죠.
자라면서 더 뚜렷하게 달라집니다.
손가락 발가락도 똑 같은 사람은 없다잖아요?

 

모두가 다른 부모 밑에서 다른 세상을 살려고 태어납니다.
우리 칠남매는 같은 부모 밑에서 자랐어도 모두가 달리 생겼고 다른 세상을 살았어요.
벌써 세상을 떠난 두 남동생과 언니도 생각나네요...
남은 우리 넷도 세상에 흩어져 여기저기에서 각자 다른 인생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죠..

이 아기는 어떤 모습으로 자라나 어떤 인생를 살게 될까요?
좋은 부모 밑에서 온갖 축복으로 둘둘말고 태어난 아기가 축복을 잘 감당하여
그래서 자기의 몫을 삶의 무게를 다 담당할수 있기를 바라게 됩니다...

쉽지 않은 세상에 태어 났지만
이 할머니, 내가 있는 동안 새로운 세상을 적응하는 시작이 잘 됨 같이
숨가뿐 이 세상에서 길마다 고비마다 돕는 자들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혜롭고 총명한  아이..청소년..남자..로 자라나 행복한 사랑도 하고 좋은 만남의 축복도 받았으면...
그리고 나중날 많은 사람을 유익하게 하는 이 세대에 필요한 일군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내  품에만 오면 고분고분해지는 이쁜 나의 두번째 손자..
순결하고 고운 아기
아기의 귀에 가만 가만 찬양을 불러 들려 줍니다.
조용히 들으며 가만히 있는 것이 음악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나를 쓸모있게 만들어 주는 마일즈를 선물로 주신 하나님꼐 감사드리며
온 마음을 다해 아기를 축복합니다.
(2009년 8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