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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세 번째 만났던 여자 동창생”

                                                                                                               글 윤애단(용범) 

 
그녀는 시큰둥했어요.
인터넷에서 제 글을 읽었다네요.
"어린 시절 나를 연모했다니 고맙기는 하다만,

그래 내가 그리도
초라하게
보이던?

며느리 하고 같이 읽다가 기겁을 했단 말이야,

나를 그렇게 팔자 사나운 년으로 표현할 수 있는 거냐고?

자기 색시는 미스코리아처럼 소개하면서”

 제 글 중 이 부분을 문제 삼았어요.


“예전에 단아한 모습도 환한 모습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삶에 지친 여염집 아줌마 모습 그대로였다.

그저 오다가다 쉽게 마주칠 수 있는 사철 발 벗은 아낙네 모습이었다. 

지난한 세월의 흔적이 연민의 정이되어 잔잔한 슬픔으로 다가왔다.” 

 이어서 이 부분도 섭섭하다 했고요.  


“무슨 보험 일을 하는데 여의치 않은 모양이지 싶다.

노래방에서 그 애는 가수 이미자 누나의‘여자의 일생’을 구성지게 불렀다.

'고달픈 인생길을 허덕이면서 아~아~참아야 한다기에 눈물로 보냅니다. 여자에 일생'”

아예 이 부분을 읽을 때는요.

약이 올랐다고 했어요.

  
“얼마나 인생살이가 고달프고 허덕이기에 숱한 노래 중 하필이면‘여자의
일생’이더냐?

쯧! 쯧! 나는 어떡하라고? "

마지막으로 이 부분은 원망스러웠답니다. 


“아쉽게 헤어질 때 그 애가 말했다.

‘나 너 좋아 했었다.’그 말이 그날따라 하나도 반갑지 않았다.”

 

이제는 보험 일 안한다네요.
아들 딸 반듯하게 잘 자라 참한 며느리도 맞았고요.

생활의 여유도 있답니다.
고생 끝에 행복을 찾았지 싶어요.
어릴 적 고운 테가 그대로 남아 있더라고요.
벼르고 보여 주려고 나왔나 보아요.
명품 옷으로 치장한 귀부인의 모습이었어요.

“집하고 여자는 가꾸기 마련.”이라지요?
꾸미기에 따라 이렇게 달라 보일 수 있지 싶었어요.   

한참을 설득했어요. 
“아니야, 오해하지 말아, 

너를 모델로 삼은 것은 맞아,

하지만 글의 재미를 위해서 작가적 상상력을 가미한 것이야,

네 실명을 거론 한 것도 아니잖아!

 
그리고 그 글은 MBC 방송전파도 타서 모처럼 내 아내한테 칭찬 들었다.”  

그 녀는 은근히 약이 올랐던지 응수했어요.


자기 짝꿍이 예쁘다더니 별로던데 뭘,

내 며느리 보고 누가 더 예쁘냐고 물었더니, 내가 미모로는 한 수 위라고 하더라”  

 그냥 웃기만 했어요.

속마음으로 혼자 생각했고요.


'니 며느리 말고 내 아들 여자 친구한테 물어봐라,

답변이 어찌 변하는지?
그리고 객관적으로 평가해 보라고'
 


 말은 바른 말이지만요.

제 아내와 그 할줌마하고야 비교할 바가 안되지요. 
물론 주변 사람들은 팔불출이라고요.

제 말을 믿어 주지는 않지만....... 

굳이 비교하자면요.

꽃동산에 핀 백합꽃과 들판에 핀 민들레라고나 할까요?
아니면 탤런트 김태희하고요.

전원주님의 미모라면 이해가 쉽겠네요.    

혹시 이 글을 읽는다면요.

다음번 동창회에서 항의할지도 모르겠어요.


"왜 내가 하필이면 전원주냐고?"
물론 전원주씨 보다야 미모이지요.

이번에는 탤런트 전원주님이요.

이 글을 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네요.


"나 전원주다.

이 놈 애단아!

너 맛이 갔느냐?

왜 나를 들먹이야,

내가 너보고 떡을 달랬냐,

밥을 사 달랬냐? 

그러기에 장미동산에서 너덕거리다가 물벼락이나 맞고 다니지,

사지 허우대가 멀쩡해 갖고서 왜 만날 헛소리는 하느냐? 

그래 이눔아!

나 못 생겼다.

못생겨서 미안하다.

니눔 여편네는 얼마나 이쁘길래 그러냐? "     

사실 그녀가 혹시라도 마음에 상처라도 받지 않을까 염려되었어요.
해서 이미 오래전 홈피에서 그 글을 수정했지요.   

참 글쓰기 힘들어요.
언제 그 글은 보았단 말인가요?


역지사지(易地思之)라고 입장을 바꿔서요. 

그녀가 인터넷 홈피에 이렇게 썼다고 상상해보자고요.  
그리고 그 글이 방송전파를 탔고요.

상품으로 냄비세트를 받았다고 자랑한다면.......  

“어릴 적 반장이었던 그 애를 만났다.

어릴 적 완장차고 당당하던 그 모습은 어디로 가고 다 늙어빠진 초라한 영감탱이 하나가 아는 척했다.

몰골이된 그 모습이 연민의 정이 되어 잔잔한 슬픔으로 다가왔다.”


 이어서요.

"헛바람 들어 창당 대표랍시고요.

금배지 단다고 정치판 기웃거리다가 말아먹고요.

마누라한테 연금통장 조차 다 압수 당했다더니
궁색함이 이를데 없어 눈물을 금할 수 없었다.

불우이웃돕기 성금이라도 거둬 줘야하나보다."라고 했다면요. 
제가 미치고 팔짝 뛸 것이 아니겠어요?
당장 삭제하라고 난리 법석을 떨 것이고요.

 

노래방으로 옮겨 한바탕 뒤풀이를 했어요.  
이제 노래실력은 모두가 평준화가 된 것 같더라고요. 
소싯적에는 학예회에서 독창을 했던 저하고요.

제 여자 동창생만이 노래를 하곤 했지만요.
다른 동창생들이 장족의 발전을 했어요.

대한민국 가수들 밥 벌어 먹고 살기가 힘들 지 싶었고요.
너와 나 우리 모두 가수가 된 것 같으니 까요. 
 

제가 노래 곡목을 선정하느라고요.

노래 책자를 뒤적였어요.


“야! 돋보기를 갖다 줘야지 얘가 이것을 어찌 읽느냐?”

  
놀랬어요.
제 동창생들은 그 책자의 커다란 글자가 안 보인다네요.
저는 그 보다도 더 작은 글자도 잘만 보이는데도요.   
안경도 필요 없어요.

신혼 초 부터 건강식단이었지요.
제 아내 덕분이지 싶어요. 

그녀는 노래를 아주 잘 했어요.
어릴 적에도 학예회 때 독창을 하곤 했으니 까요. 
저는 그녀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의문이 가요.
“왜 주부가요 열창에 안 나가는지? 나가면 대상감인데......” 

애잔한 미소를 머금고요.

그녀가 가수 민해경의“어느 소녀의 사랑 이야기”를 불렀어요.  
“그대를 만날 때면 이렇게 포근한데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어쩌면 좋아요.
미소를 띠어 봐도 마음은 슬퍼져요.”

가만히 듣고 있자니요.

노랫말로 제게 마음을 전해 오는 것 같더라고요.
저는 속으로 답변을 했지요.


‘어쩌긴 무얼 어쩌느냐?

무슨 살판났다고 나한테는 한마디 상의도 없이 시집가고서는,

내가 물개도 아니고 장닭도 아니거늘 이제 와서 나를 보고 어떡하라고? 

며느리까지 맞은 시어머니가 되가지고,

내가 할망구 데려다가 고려장 지낼 일 있냐?

송장 치울 일 있느냐고?

그리고 내 아내한테 맞아 죽을 일 있느냐고?

요즈음 한참 점수 좀 올렸는데,

이제는 나 혼자 몸 하나도 눈치밥 얻어 먹어야 한다고,

진작에 옆구리 찌를 것이지, 쌩쌩했을 때 말이여’

물론 꿈보다는 해몽이라지요.

그녀가 저를 염두에 두고 그 노래를 불렀는지는요.
제 생각일 뿐이지만요.


해서 저도 노랫말로 마음을 전했어요.
들을 귀가 있으면 들어 보라고요.

부르짖었지요. 
“목숨보다 더 귀한 사랑이건만,

맺지 못할 운명인걸.

어이 하려나,

쓰라린 내 가슴은 눈물에 젖어 애달피 울어 봐도 맺지 못할 걸,

차라리 잊어야지
잊어야 하나”

말귀를 잘 알아듣지 못하지 싶어서요.

한 곡 더 불러 줬어요.


"그토록 사랑한 그님을 보내고 어이해 나홀로 외로워 하는가?
생각하면 무얼해,

만날 수 없는 님,

차라리 손 모아 행복을 빌리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