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평생이 걸린 팬레터(=누군가의 팬으로 산다는 것)
 
오늘이 어제 되고 내일이 오늘 되는 시간의 길목에서 밤하늘 영롱한 별무리와 ?
고요히 내려앉은 밤이슬을 데불고 밤마다 어김없이 찾아와 하루의 문(門)을
열어주는 `장유진의 음악편지’

밤 0 시가 가까워지면 이 강산(江山) 여기저기 어떤 이는 하얀 미사포를 쓰고
미사에 참석하듯, 누구는 고요히 숨을 고르고 입정(入定)하듯 조용한 분주(奔走)가
시작된다.
그들 모두는 마치 간첩이 특정한 시간에 고양이 불 밝히고 난수표 해독하듯 일제히
라디오의 다이얼을 맞춘다. 이어 ‘장유진의 음악편지’ SIGNAL이 흐르면 그들은
예배를 보고 미사를 드리고 참선(參禪)을 한다.

 

한사람의 장유진은 천수천안 관세음 보살되어 그들 모두의 가슴속에서 피어난다.
장유진 종교에 중독(中毒)된 이들 그러나 그 중독은 이 세상 살아가는 데 오히려
청량제가 되는 샘(泉)이다.

사랑을 앓고 있는 이, 고독과 씨름하는 이, 외로움과 삶의 무게에 지친 이 등등이
늦은 밤 이곳저곳에서 하얗게 밤을 밝히며 `장유진’과 공명(共鳴)한다.

 

그들 남녀노소(男女老少) 장유진 MANIA들은 어쩜 모두 스토커 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아름다운 스토커 들이다. 그들은 장유진을 독점하려 하지 않는다.
아니 소유하려하지 않는다. 한 명이라도 더 장유진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이가
늘어날수록 기분 좋아지는 스토커 들이다. 그리고 만약에 모든 사람이 다 변해
장유진을 떠나더라도 자기 혼자만이라도 장유진을 사랑할 수 있는 아름답고
한결같은 고집 센 스토커 들이다.

 

그들에게 장유진은 영원한 누님이고, 누이이고, 언니고, 친구고, 연인이다.
아니 그들에게 장유진은 교주(敎主)이고 그들 MANIA들은 차라리 그의 충실한
신도(信徒)들이다.

 

‘리즈 테일러’가 주연한 많은 외화(外畵)들이 장유진이 더빙을 했으므로 더 멋진
영화로 추억 속에 각인(刻印)되어 있다. 20년 간 모(謀) 성우의 방송을 녹음했다는
이도 있다. 또 과거 가수 ‘송민도’에게 20 여 년간 한 결 같이 꽃다발 건네주고
무대 맨 앞자리에서 노래듣던, 조용하지만 열정적 FAN도 있었다고 한다.
(고(故) 황문평 氏가 한 말)

 

장유진 그를 한 번도 본적은 없다. 그러나 아쉽지는 않다. 그렇게 몇 十년을 그저
가슴에 품고 신앙(信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그는 항상 열린 밝은 마음을 지닌, 늘 촉촉하지만 빗물이 가슴 깊이 젖어드는 것까지는 자제하는,

단정(端正)하되 어느 날 불쑥 기차에 몸을 실어 혼자
여행을 떠나는 가슴을 가진 우아한 GYPSY같은 IMAGE다.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의 안톤 슈낙’의 시선(視線)(=버전)으로

장유진의 존재는 내 모국어가 한국어라는 사실을 행복하게 만든다.
아니 내가 동시대의 한국인임이 행복할 수 있는 큰 이유가 되는 소이(所以)다.

대개의 소설 속 주인공 남자는 선병질(腺病質)STYLE로 흰 얼굴, 가늘고 긴 손가락,
굵은 눈썹에 큰 키이다. 그리고 Burberry Coat에 묻힌 그윽한 눈빛 가진 남자다.
그래야만 사랑을 앓을 만한 가슴을 갖고 있을 FEEL이 느껴지는 지..

 

‘섬머셋 모옴’의 ‘THE MOON & SIX PENSE'에 등장한 조연(助演) 남자, 그는 작은 키에

무척 뚱뚱하고 얼굴은 잘 익은 사과처럼 발그레하고 탱글탱글하며 그윽하거나
회색(灰色)빛 고민 따윈 전혀 느낄 수 없는 그야말로
세상사는 것이 너무나 즐겁기만 해 보이는 모습의 사나이다.
사랑에 멍이 들고 영혼이 시들어가는 순간에도, 식음(食飮)을 며칠씩 전폐(全閉)할 때도,

남이 보기에는 그는 여전히 웃는 얼굴의 통통한 낙천가(樂天家)로만 보인다.
결국 그는 실연(失戀)의 아픔을 이기지 못하고 어느 날 자살을 하고...


버버리코트에 파묻힌 가녀린 체격의 그윽한 눈빛 가진 미남미녀 주인공의 불행이
더 덧없고 애틋하여 허무의 극적(劇的) 반전(反轉) 긴장미(緊張味)를
주기 위해 단골로 등장하는 일반적 소설문법과는 다른 ‘모옴’의 파격(破格)이다.

내가 장유진이라는 종교에 심취하는 것은 내 시꺼먼 피부, 작은 키, 퉁퉁한 체격,
무절제해 보이는 곱슬머리, 내 귀에조차 듣기 싫은 내 음성 COMPLEX 때문만은 아니다.

 

하늘이 주신 그 멋진 목소리의 장유진이 방송인이 되어 원하는 누구에게나 그 음성을 들려주는 것은

우리시대를 그 얼마나 풍요(豊饒)롭게 해주는 것인가! 외모(外貌)보다도 더 신(神)적인 것이 아름다운 음성인데

그것을 어느 한두 사람이 아닌 원하는 누구에게나 들려주는 것 그것은 보시(布施)이다.

이 사람 저 사람 사랑에 충실하여 찾아다닌 ‘마릴린 먼로’나 ‘엘리자베스 테일러’같은

최고미녀들의 덧없음과는 격(格)이 다르다. ‘그레타 가르보’가 그랬던 것처럼 수십 년 정상의 인기를 누리면서도

VIDEO上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늘 일정한 VEIL속에서 신선한 매력을 간직하는 것은

우리 MANIA들을 위한 장유진의 마음 씀이다.
(사실 장유진은 상당한 미모(美貌)의 소유자라던가?)

 

수많은 여가수들 중 해방 전후로는 얼마 전 타계한 ‘황금심’ 님과
‘70年代에 ’김추자‘가 별中의 별이었듯이 장유진 님은 우리를 슬프도록
행복하게 해주는 천혜(天惠)의 보배(寶貝)입니다.
부디 늘 건강하시고 항상 우리 곁에 남아 좋은 방송해주길 부탁드립니다.
오래 전 한국을 첫 방문한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나는 청중(聽衆)이라는
O₂를 호흡하며 산다.” 라고 했듯이 장유진 님 뒤에는 별처럼 많은 O₂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