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GW님이 촬영한 St Peter's Italian Catholic Church VII.

 

홍예문에서 인일여고 앞 수도원 가는 길가엔 명칭도 가지가지인 점술집들이 쫙 깔려있다.

언제부턴가 그곳을 지날 때면 습관처럼 작은 성호를 그으며 화살기도를 한다.

"주님, 저들을 당신 가까이 이끄소서."

 

그런데 거룩하게 기도해 놓고 스치는 생각.

"아무도 안 보는데 후딱 뛰어들어갈까?"

 

어처구니 없는 생각을 들킬세라 뛰다시피 걸어 수도원에 다다른다. 

잰 걸음 때문일까? 가슴이 콩닥댄다.

 

시치미 뚝 떼고 미사 보를 얼른 푹 뒤집어 쓴다.

미사보 너머에서 그분이 웃고 계신다.

 

뭐 뀐 놈이 성낸다고 그 모습에 부아가 나서,

"그래요,  아까 보셨죠? 당신이 손 놓고 보고만 계시면, 용하다는 그자에게 제 고통 보따리 들고 뛰어 들어 갈 거라고요.

그러니 제발 유혹에 들지 않게 숨통 좀 열어주세요. 네?"

 

그분이 말씀하신다.

"이놈아, 넌 거기 못 들어가. 왜냐구? 내가 널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그럼 나더러 어쩌라구요?"

 

"좀 기다려라 이 놈아, 난 너를 사람답게  만드려고  60년 이상을 기다렸는데, 넌 고거 10년을 못 참냐?" 

 

식식대며 내가 대든다.

"고거 10년요? 난 하루가 10년 같다구요. 그런 당신이 전능하다구요?  나 이제 당신한테서 그만 도망갈래요."

 

"아 글쎄, 못 도망간다니까."

 

"왜요? 왜요!"

 

"귀 먹었냐? 내가 널 그렇게 만들었다구, 이 멍청한 놈아!"

 

악다구니를 쓰며 대들고 싶은데 이상하게 소리가 점점 기어든다.

오늘도 KO패다.

 

나는 웃음짓는 그분이 얄미워서 수도원을 도망치듯 나서는데,

그분이 뒤통수에 대고 소리친다.

"이놈아 ~ ~ ~, 또 올 거지?"

 

"치 ~,  안 와요."

 

나는 힘없는 어린아이처럼 되어 수도원을 나온다.

점술집 동네를 피해 먼 길로 돌아갈까 잠시 머뭇대다가 그냥 가던 길로 들어선다.

 

어느새 홍예문을 지난다.

한많은 인간들이 풀어낸 얘기들을 주체 못하는 점술집들이 저 아래에 힘겨운듯 붙어있다.

나는 홀리듯 작은 성호를 긋는다.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옵시고 ~>란 기도만 겨우 들어주시는 당신,

저 밑에 있는 저들도 나처럼 꼼짝 못하게 만들어 보세요.

그리고 오늘 저녁 기도는 안할래요."

 

"저런 건방진 놈,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