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nry cowell redwoods 6-20-09 073-1.jpg

henry cowell redwoods 6-20-09 022-1.jpg

 

아름다운 토요일이다. 

토요일마다 결혼식에 콘서트에 잔치에 이런저런 일들이 많아 바빴는데 모처럼 한가한 토요일이다.   아침바람이 상쾌하다.  이제 좀더 더워지겠지.  어디갈까?  이번주와 다음주는 체리와 복숭아,살구 따기가 제일 좋은 때인데.  꿀보다 더 달고 향긋한 빨간 체리, 파삭파삭한 살구, 단물이 뚝뚝 떨어지는  스미도 복숭아는 정말 엄마도 주기 아까웠었지.   

 

어디 가실래요?”    글쎄, 날이 더울 것 같으니까 시냇물이 흐르는 숲이 우거진 시원한 산이 좋겠지?”  

 사라토가를 지나 산을 오른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자전거가 팀을 이뤄 올라 가고있다.  푸르른 나무들이 햇빛을 받아 더욱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  

잠시 산언덕에 차를 세우고 오솔길로 들어서니 귀가 큰 토끼가 놀라 나무 뒤로 숨고 도마뱀들이 어디로 갈까 눈치를 본다.  조그만 새들은 포롱포롱 나뭇가지 사이를 건너며 날고 있다.   길가에 조그만 파피꽃이 노랗게 피어 귀엽다. 

 

 스카이라인 35번 도로를 가로 질러 9번도로를 타고 산타크루즈 쪽으로 내려간다.  우거진 숲속이 얼마나 시원하고 멋이 있는지.  레드우드 숲사이를 달리는 관광열차가 있는 로링캠프를 지나  링컨로드에서 Trail 을 시작한다. 

 나무숲 사이 강이 있는 계곡으로 내려간다.  말탄 10여명이 일렬로 지나간다. 올라오던 남녀 한쌍이 인사한다.  하이, 길이 가파르니 조심하세요.”  돌과 나무토막으로 놓은 징검다리가 있는 강을 건넌다. 

 

어떻게 해. 무서워.”   그냥, 빠지면 빠지리라 하고 건너면 돼. 손잡아 줄께.”  

 아무도 없는 레드우드 숲을 오르고 내려간다.   옆에서 흐르고 있는 시냇물 소리, 지저귀는 새소리뿐. 사람소리도 바람소리도 없다.  강모래가 하얗게 쌓인 비치가 보인다. Frisbee Beach. 원반 던지기 하기 좋은 곳인가? 원반처럼 생겼나?  강 가운데 돌위에 물오리 고만고만한 놈들 십여마리가 몸을 말리고 있다. 

 아이들 있는 집 소풍오면 좋겠다.  그늘지고 모래 좋고 수영하고 고무보트 타도 좋겠다.  먹고 노래하고 춤춰도 오붓하니 좋겠다.  양말을 벗고 물에 발을 담가 본다.  , 참 시원하다.

 

참 좋지?”  , 좋아요.”    나랑 같이 있으니까 좋은 것 아냐?  , 당신의 사랑의 언어는 뭐지?” 

 고전적이지만 게리 채프먼 박사는 부부사이에 다섯가지 사랑의 언어가 있다고 했다.  함께하는 시간, 선물, 육체적인 접촉, 인정하는 말, 그리고 봉사.  부부사이에 어떤 사람은 자기를 위해 밥 해주고 설겆이하고 단추 달아주고 봉사하면 사랑을 느낀다고 했다.  나는? 글쎄?  아마 첫째는 함께하는 시간  둘째는 인정하는 말인것 같다. 

 선물 사주는 것도 좋고 섹스도 좋고 나를 위해 봉사해 주는 것도 좋지만 나와 함께 앉아 이야기 해주고 함께 걸으며 함께 식탁에 앉아 음식 먹는 시간에 행복을 느낀다.  이 사람이 나를 사랑해주고 있구나 느껴진다. 

 

며느리가 사랑스럽다. 부엌에서 함께 하며 샐러드를 어떻게 만들었느니 이것은 이렇게 드시면 맛있다느니 교회에서 누구랑 무슨 일이 있었는지 종알종알 자초지정을 하나하나 말해준다. 이것이 딸가진 부모의 행복인가?  함께하는 시간이 기쁘다. 

 사람들이 곁에서 말해주고 들어 주는 것이 나는 좋다.  가끔 남편이 핀잔 섞인 말을 하면 화가 난다. 점점 열이 난다.  빈말이라도 음식을 잘 했다느니 피아노나 노래를 잘 했다느니 일을 잘 했다고 칭찬하면 기분이 좋다.  그를 위해 무엇이든지 해주고 싶다.  나의 사랑의 언어는 인정하는 말인것 같다.

 

 당신의 사랑의 언어는 무엇인데요?” 

첫째 꼽으라면 인정하는 말일거야.  당신이나 애들이 나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살 가치를 못느낄걸?  아마 웹사이트에서 열내고  있는 사람들은 거의 인정받고 싶은 사람들 일거라구.  배운 것 많고 아는 것도 많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능력도 있는데 사람들이 인정해 주지 않는 것 같은거야.  그러니 화날 수 밖에.  그런데 다른 사람들도 인정받고 싶어하니 먼저 인정해주면 더 좋을텐데 말야.” 

 

 당신은 무얼 인정 받고 싶으신데요?”    나의 사랑을 인정받고 싶어.  당신은 하나님을 정말 사랑하고 있다.  당신이 나만 사랑하고 있는 것을 내가 느껴요. 뭐 그런거.”    당신 정말 멋져요.”    내가 한번 업어줄까?”   

 

 레드우드를 싣고 달리던 기차가 지붕없는 칸에 관광객을 태우고 달리고 있다.  ~~, 하얀 연기를 뿜으며 달리고 있다.  손을 흔들어 인사한다.   다음엔 친구들과 함께 기차를 타고 달려볼까?  그래, 멋진 시간이 될거야. 

 

 레드우드 나무 사이로 햇빛이 쏟아져 내린다. 

우리 머리 위에 한없이 쏟아져 내린다. 

 

                                                                              6 21 2009

                                                                                            샌프란시스코에서   김 경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