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기 많은 여자가 끼를 주체하지 못해 , 이 남자 저 남자 사이를 방황하듯, 산만 보면
가고 싶어 몸살을 앓는 여자가 있다.

흡사 열병에 들뜬 사람처럼 지독하게 중독된 남녀간의 사랑이 산에 대한그리움보다 더 할까?

인간에 지치고 세속에 찌든 한을 , 어설픈 선무당의 넋두리 처럼 절절이 풀어서 놓아 버리면,
수채화 처럼 번지는 솔잎 , 야생화, 바람소리 등등 .

 이것이 바로 산 이다.

50이 넘은 중년에 나는 사랑을 하고 그것도 짝사랑에 푹 빠진 것이다.
J야 !   이런 감정을 알겠니?
짝사랑은 16 살 사춘기에나 하는 것이라 했지만 ,  나는 다시 그 사춘기 소녀로 돌아가
열병을 앓고 있다면  이해가 되겠니 ?

 헤어지면 그리웁고 만나면은 안타깝다 라는 어느 대중가요의 가사처럼,
힘들어도 다시 오지 않고는 못 배기는 산.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남편의 강요에 의해 동행하기를 10 여년이 지난 지금,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나느 그만 산에 푹 빠진 것이다.
오라고 강요하는 사람이 없는데도 이제는 내가 스스로 가는 것이다.

 이번 오팔산악회 250 회 바래봉 산행은 나에게는 대단히 행운이었다.
철쭉으로 유명해 산악회마다 5 월이면 추천하는 바래봉은 지리산에서 1000m 가 넘는 18 개
봉우리중의 하나로 스님의 밥그릇인 바리때기를 닮아 바래봉이라고 했단다.

 그러나 지리산이라면 겁부터 앞서는 나는  B 팀에 합류했다.
A 팀은  19 명 , B팀은 15 명.
우리는 부러운 눈으로 A팀을 먼저 뱀사골 하부운에 내려 놓고, 30 분을 더 달려 운봉읍
용산리에 있는 주차장에 도착했다.

 인천에서 4 시 20 분에 출발 , 아침도 거른 회원들에게 김영인회원이 방배동에서 제일 맛
있는 김밥을 준비해 우리를 감동하게 했고 , 9 시 30 분 에 도착하자 마자 그 김밥 힘으로
산행을 시작 했는데 .  철쭉제 행사기간이라 그런지,  폐쇄되었던 , 운지사를 거쳐 팔랑치로 
가는 , 등산로가 개방된 것이다.

 이 길을 어떻게 표현할까?
한 사람이 겨우 갈수 있는 산길엔 내 키보다 훨씬 큰 철쭉들이 연분홍, 진분홍 꽃으로
흐드러지게 피어서 앞서가는 사람이 금방 철쭉에 가려 없어지고, 사이사이 대나무가 쭉쭉
뻗어 있는 소롯길을 쉬지 않고 1000M까지 치고 오르면,  철쭉 처럼 얼굴이 빨개진 사람들이,
철쭉에서 쏘오옥 쏙 벗어나 산등성이에 올라 선다.
                                                                                                                                                                                                                                            
이제야 하늘이 보이고 바람이 불고 저 멀리 바래봉과 팔랑치까지 철쭉이 무리지어 늘어 서 있다.

내가 만약 시인이라면 ,  이러할때 얼마나 좋을까?
사람들은 흔히 술을 입술로 마시고 마음으로 마시고  나중에는 머리로 마신다는데,
나는 바래봉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까 ?

 이곳은 높아서일까 철쭉들이 봉오리만 피었는데 , 그 앙징맞은 봉오리들이 더욱 더 장관이다.

산 아래에서는 비가 오지 않았는데 , 산위에 오르니 비가 쏟아 지기 시작했다.
비바람에 팔랑 팔랑 떨고 잇는 봉오리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있으랴는 어느 시인의
싯구가 문뜩 떠 오른다.

 비내리는 바래봉,
그 정상에서 우리는 환희의 술잔을 돌리고 , 비에 젖은 연분홍 철쭉을 눈으로 마시고 ,
코로 마시고   마음으로 마셨다.

 드디어 세 시간여 만에 우의를 입고 개선장군 처럼 손을 흔들고 정상에서 내려 오는 우리
오팔의 장한 A 팀 회원들.  누가 저들을 60 을 갓 넘긴 사람들이라 할까?  훅훅 끼쳐오는
단내와 몸 전체 에서 나는 열기는 나이까지도 녹여버리고 있는 듯했다

 

하산 중에는 비가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했지만, 개의치 않고 철쭉꽃을 카메라에 담으며
천천이 내려오니  이때가 벌써 오후 2시 반경 .   서둘러 남원으로 가서 한정식으로 제일
유명한 "종가집"에서 회장의 특별한 배려로 때아닌 호사를 하였다. 오팔의 자칭 노조위원장
이주영회원 왈  이런 음식은 우리 노조의 음식이 아니고  전경련 회장단 음식이라고  한마디.                                                     

 

또한 우리는 술과는 인연이 대단한 모양이다. 아침에도  부회장이 술은 좀 줄여야겠다고
부탁 부탁 했는데도 불구하고 , 선주성회원이 양주 한 병을 들고오고 정령치에 근무하는 임병관
동문이 복분자 술을 잔뜩 찬조 하였으니 ,  남자들 입이 찢어지고 ---.
많이들 드시고 즐겁게들 사십시요 ! ? ~~.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는 다들 지쳐서 코까지 골고 자다가, 최중의회원의"딸기때문에 억울해서
올린 선주성회원에 대한 탄핵건" 으로 즉석 헌법재판 까지 이르는 해프닝에 폭소 한 마당.
모두들 삐치지 말고 그때 그때 풀고 살자는 다짐 까지 .

 드디어 강남에 9 시 30 분에 도착. 또 그냥 갈수 없다며 총무님을 졸라 시원한 냉면까지 .
맛 있는 냉면을 잘 먹고  인천에 10 시 30 분에 도착 하였다.

 J야 !
이래서 새벽 4 시20 분에 시작한 장정은 22 시 30 분에 끝이 났단다.

어떠하니 ? 우리 모두 이런 멋진 사랑을 다시 한번 해 보는 것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