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회 | 포토갤러리 | - 게시판담당 : 박화림
<피카소 `팔짱 낀 여인`>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니 어머니가 준비해 주신 때에 맞춰 먹던 음식이 몇가지 떠오른다. 음력 정월 대보름 호도, 잣, 2월에 깍아먹던 시원한 맛의 무우, 사월에서 오월에 걸쳐 쪄 먹던 꽃게,동지 팥죽... 이외에도 설날 떡국,추석 송편,비오는날 부친갱이도 있지만 요즈음에야 사시장철 각종 음식을 해먹을 수 있으니 특별한 때 먹는 음식의 추억도 빛바래진 감이 있다. 그래서 싱싱한 꽃게 정도가 제철 음식 역할을 해내고 있는 것 같다. 냉동된 것으로야 언제라도 먹을 수 있겠지만 살아서 벌벌 기어가는 꽃게를 사서 쪄먹는 철이 요즈음이다.
꽃게가 특히 많이 잡힌다는 사리라든가 조금이라든가 하여간 그날 ㄷ포구로 꽃게를 사러 갔다. 수많은 사람들이 게를 사려고 북적이는데 우선 놀랐다. 우연한 귀동냥으로 꽃게 사는 날을 알게돼 멀뚱히 따라간 나는 때 맞춰 꽃게를 살 줄 아는 그들의 생활감각에 일단 주눅이 들었다.
때(timing)를 맞추는 것이 나같이 게으른 사람에겐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노상 께름직하면서 집안을 너저분하게 하고 사는 것도 못말릴 게으름 때문이요 공부해야할 때 전력투구하지 않은 것도 게으름 때문이고 인간관계로 철옹성을 쌓을 수 있었던 수많은 `때`를 흘러보낸 것도 결국은 내 안에 많이 부족한 기름기랄까 넉살이랄까 하는 것을 보충하는 노력이 하기 싫었던 게으름 때문이었다. 내 취향의 좋은 단어와 쉽게 사귀고 상대어에 대한 적대감과 화해하지 못하는 기질도 실은 좁은 속을 넓히는 훈련에 투자하는 시간을 내기 싫은 게으름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렇다고 오늘 내가 `때`에 대한 일고(一考)를 한다고 앞으로 `때`맞춰 영리하게 살 자신이 없음도 살아온 습관을 고치는데 필요한 노력이 싫기만한 게으름 때문이리라. 그러니 어쩌랴 익숙한 게으름으로 소재삼을 무슨 좋은 구실이 없을까 찾는 일밖에. 마침 느리게와 게으름이 그래도 귀퉁이 색깔이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합리화를 만들어본다. 모두가 빨리빨리 약게 살아가는 것을 바라보며 나의 게으름을 무기삼아 느리게 느리게 마음의 근육을 키워간 것이 결국 나를 지켜주는 버팀목이 되지는 않을까 겨우 생각해 본다
와글와글 시끌벅적한 게사는 사람들 속에서 얼이 빠진 듯 더 주세요라는 말도 못하고 얼마예요 라고만 말하는 내가 오늘따라 더 바보 같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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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에는 타이밍이 있다` 우리가 젊은 시절 자주 말했던 것 같아.
너무 분주하고 극성스런 상황을 보면 `굿이다`라고 했었지?
수인이 네게 배운 말이지 아마 ㅎㅎㅎ
누군가를 때 맞춰 휘두르기도 하고 때맞춰 간과 쓸개를 오고가며 붙어서 타산적인 휘두름을 당해주는 사람을 약은 사람이라 하더라.
우리 사회에서 살아내려면 그런 기질이 좀 필요한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그래도....그런 굿판은 노탱큐
요즈음 아름다운 계절이지?
너와 색상 어울리는 옷얘기도 하고 싶고....만나면 여러 애기가 술술 풀릴 것 같은데...나도 많이 miss you!
'난리 굿이다'......참 오랫 만에 듣는 그 말은 경상도에서 자주 쓰는 말이지.....
약게 사는 사람은 그러라 하구려.
그런 것과 상관없이 사는 너나 내가 얼마나 좋으니......
나는 여기서, 만나는 사람이 극히 소수인데
그중 가끔 갈등도 있긴하지만, 이해 하려하고, 용서하려 하며 산단다.
우리 만나면 많은 얘기꺼리가 있을거야.그동안 모르는 사이에 엄청 피로가 쌓였었나봐.
자고 자고 또 자고 이제 정신이 좀 드네.
수인이의 좋은 사진과 글에 댓글도 한참 못달고 그랬네.
사랑 감사 용서~~~~~~~~~~ 이런 단어도 이제 식상한다.
그저 역지사지 아주 조금씩만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거창하게 용서니 사랑이니 해봤자 사실 한계가 있쟎아?
머리가 맑아져서 좀 살 것같네.
다들 오늘 하루 평안하시길~~~~~~~~~~~~~~~~~~~~~~~~~```
경선언니~오랜만에 이곳에 들렀어요.
언니의 글이 가슴에 와닿는군요.
그렇게나 음식 잘 하시던 엄니가 누워계시니까 그 맛도 볼 수 없어서 눈물나요.
꽃게시장의 모습이 그려지네요.
언니의 솜씨를 발휘해서 온 식구가 맛있게 드셨지요?
수인언니,
.명옥언니,
정례언니께도 꾸뻑 인사드릴게요.
경선아,
“Timing”이란 주제로 꽃게 장터의 시끌버끌 속에서 이방인으로서의 자아발견,
참신한 그 사고 발상을 하려니 언제 때를 맞추려고 이것 저것 찾아볼 틈이 있겠니.
때가 때인줄도 모르고, 떠나간 기차 보고 ‘아차’ 싶을 때가 많기에 동감하는 거겠지.
근데 그게 고쳐지질 않아. 생각이 딴데 가 있는 시간이 많아서 일거야.
댓글을 쓰려니까 다른 각도로도 장터의 풍경이 보여지네.
요즈음같이 경제적인 압박감 속에서 아둥바둥하지 않으면
주렁주렁 식구들의 포도청 누가 책임지겠노.
“깍아주세요” 연습해서 나온 걸 꺼란 생각이 든다.
엄마들의 치열한 삶의 현장으로 보면 연민이 스며들어.
단지 네 말대로, 이리 저리 배알없이 이권에 흔들린다면
사회악이자 인간성의 모멸이지.
그런 사회상 속에서 가슴이 아프고, 슬퍼지고, 분노하구, 또 무기력해지는거지.
그렇다고 휩쓸리고 싶은 마음은 아무리해도 내가 아닌 거 같애.
?광숙 후배,
어머님이 편찮으시군요.
빠른 회복을 위한 간구 저도 동참할께요.
우리 경선이 글엔 선비의 기상이 스며 있지 않아요?
참 수인아, 경선아,
이제 나도 음악 들을 수 있어.
아들애가 이곳에 들를 일이 있어 왔다가 도와주었어.
참 음악이 그림이랑 어울려서 꽃게 장터에서 한동안 멍해 있었을 네 모습을 상상하기에 딱인거 같애.
올 해는 꽃 게를 이렇게 글로 음악으로 즐기고 마나보다.
화림이가 우리 다른 방에 가서 노는 게 남자들의 깜짝 외도와 같다고 그러네.ㅎㅎㅎ
화림이다운 발상이지?.
그렇긴해도 너무나 편안해서 오히려 소홀히 할 수 있었던 동기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긴 했다.
여기는 고향 같아서 그저 허락받지않고 마음껏 외도하다가도 그냥 내 맘대로 들어올 수 있더라구.
근데 두루 다녀봐도 음악 선정만큼은 우리방을 따라올 곳이 없는 것 같다.
최고에요. 최고!
경선아~ 얼이 빠진듯, 피카소의 저 팔장 낀 여인 같은 표정으로
꽃게를 사고 돈을 지불했을까.....ㅎㅎㅎ
Pong도 말한다. Timing(종이에 물이 적당히 말랐을)이 가장 중요하다고.
꽃게를 사면서....
네가 살아 온 삶은, 느리게도 게으름도 아닌 듯 하네.
누군가에게 휘둘리지 않으면서
자기의 주관이랄지 취향이랄지...그런 것을 따라 살았기 때문일거야.
그래서 그게 너의 버팀목이 된 것은 확실한 것 같구나.
사유가 담긴 수필 , 잘 읽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