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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번엔 한턱 쏠테니까 혜경이도 바쁘겠지만 나오고 네 남편도 꼭 오시라고 해! ”  

언제나 밝고 명랑한 소녀, 자신만만하고 발랄한 영실이가 쏘아댄다. 

나는 얼떨결에 , . 그래.” 대답한다.

 

친구들이 온댄다.  경수, 영실, 영란 그리고 은경이. 

한동안 꽤 추웠는데 남쪽 L.A 에서 친구들이 올라 온다니 벌서 훈훈한 바람이 불고 있다.  
아무리 바쁘게 일 하다가도, 여러가지 걱정에 끙끙 대다가도 친구들 전화만 받으면 마음이 그렇게 기쁠 수 없다.  

 

길가에 화사하게 피었던 분홍빛 체리꽃도 우아한 자목련도 이제 지고 잎이 나오기 시작한다.  
3월엔 둘째를 낳은 달인데 우리 교회에선 지금 2주동안 세 아기가 태어나고 며칠 후엔 또 한 아기가  태어난다.  

겨울 난 나무가 줄기에서 봉우리가 나오고 꽃이 피고 새순이 돋아 나는 것을 보면 아들을 낳던, 힘쓰고 아팠던 그 순간을 떠올린다.

 

딱딱한 줄기에서 꽃봉우리가 나오고 새잎이 돋아날 때 그 힘이 얼마나 센지 생각하며 가만히 꽃잎에 손가락을 대어본다. 
보드랍고 예쁜게 귀엽기만하다.  차가울 것 같은 분홍빛 꽃잎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친구들의 따뜻함이 떠오른다. 

꽃잎은 예뻐도 차갑지만  친구들은, 친구들의 얼굴들은 언제나 따뜻하다. 
그저 가만히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한 것을 느낄 수 있다. 

 

쫑알쫑알 대는 입술도 오물오물 먹고 있는 입술도 편안하게 웃고 있는 입술도 따뜻함을 느낀다. 
무엇보다 서로 바라보며 재미있게 떠들고 있는 눈이,  웃고 있는 눈빛이,  눈동자가 따뜻하다.  
가슴은 또 얼마나 따뜻한가?  어서 따뜻한 친구들의 얼굴이 보고싶다. 

 

나는 친구들과 만났던 좋은 기억들이 많아 행복하다. 

언제나 좋았던 기억들만 생각난다.  아름다웠던 추억들만 떠오른다. 

그 중에서 더욱 잊혀지지 않는 것은 친구들과 즐겁게 나눈 식탁이다. 


혜경이
, 나는 절대 혜경이의 따뜻함을 잊지 못한다. 

영실아,  네 밥 잘 먹을께.  너희들의 따뜻한 마음도 함께  

 

 

 

                                                               3 17 2009 

                                샌프란시스코에서     김 경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