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회 | 포토갤러리 | - 게시판담당 : 박화림
1970년 미국에 처음 공부하러 갔을 때, 미국은 역사는 짧지만 충성심은 긴 나라라는 생각을 했었다.
한 친구가 "우리 집안은 대대로 공화당을 찍었는데 나는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을 찍었다"고
조금은 죄스럽게, 그러나 약간은 반항아적 긍지를 갖고 말하는 것을 듣고 퍽 흥미로웠다.
정당에 대한 '충성심'이 대를 잇는 것은 그리 놀랍지도 않았지만
물건에 대해서도 "우리 집은 제너럴 일렉트릭만 썼는데…" 하면서 마음에 드는 다른 회사 신제품을 앞에 놓고 선뜻 구매를 망설이는 사람도 보았다.
이것이 자유경쟁을 바탕으로 한 시장경제로 유지되는 사회인가 싶기도 했다.
요즈음도 미국 사회에 이런 '충성심'을 자신의 정체성의 일부로 간직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자주 드는 것은 브랜드에 대한 '배신'을 부추기는 전화를 하루에도 몇 통씩 받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사들의 휴대전화 고객 유치경쟁 이후에 가장 치열한 고객 유치전쟁은 인터넷 사업자들이 벌이는 전면전이 아닌가 싶다.
요즈음은 초고속 인터넷 업체를 바꾸라는 권유가 하루에도 몇 번
휴대전화 통화, 또는 메시지로 오는데 권유하는 사람이 아예 '이번에 이렇게 많은 혜택받고 바꾸시고 의무사용기간 끝나면 또 조건 더 좋은 다른 곳으로 바꾸세요'라고 한다.
아무리 임시직이라 하더라도, 적어도 그 회사를 위해 일하는 동안은 가입자에게 영구히 자기네 서비스를 사용하도록 권유해야 할 것 같은데 직원조차 충성심을 안 가지니 가입자가 어떻게 충성심을 가질 수가 있겠는가.
또는 지금 사용하고 있는 인터넷 업체에서 현재의 조건보다 월등히 좋은 조건의 가입권유가 와서,
"기존 가입자에게는 개선된 혜택이 안 돌아오느냐"고 물으면
지극히 냉랭하게 "신규 가입자에게만 해당되는 혜택"이라고 하고 찰칵 끊어버린다.
며칠 전에는 한 신용카드 회사에서 사용액 1000원당 항공사 마일리지를 1.5마일씩 적립해 주는 카드를 발행한다고 이메일도 오고 전화도 왔다.
이미 그 회사 카드로 1000원당 1마일을 적립받고 있어서 솔깃하게 듣고 있었더니
여러 가지 혜택을 다 설명하고는 혹시 현재 자기네 은행 카드를 갖고 있느냐고 묻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했더니 그는 어조를 확 바꾸어 "알겠습니다" 하고는 탁 끊어버렸다.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는 것보다 기존 고객을 잡아두는 것이 우선이었던 경영기법은 너무 고전기법이어서 이제는 용도폐기된 것일까?
오로지 '소비능력'으로 인해 여기저기서 점점 더 좋은 미끼를 제공받는 소비자는 소비능력을 잃으면 존재가치조차 잃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모르긴 하지만 이렇게 인간적 유대(紐帶)가 전적으로 배제된, 이해타산만으로 맺어지는 상거래가 오늘날 경제위기의 중요 원인은 아닐까?
이 회사 저 회사 더 나은 혜택을 찾아 옮겨다니는 것이 현대를 사는 현명한 방법인 시대가 되었다.
그런데 나 같은 구식 인간에게는 이런 생존 방법이 신나기보다는 피곤하다.
그리고 이런 생존방식이 인간관계에도 의식, 무의식 중에 적용될 것 같아 겁난다.
아니, 사실은 이 '이해타산'의 독소가 거의 모든 인간관계에 깊숙이 스며들었음을 우리 모두 직감으로 느끼고 있다.
우리는 어떤 사람을 처음 만날 때 호감, 비호감을 가늠하기에 앞서 그에게서 얻을 수 있는 혜택의 조합이 무엇인지를 재빠르게 계산하는 것이 아닐까?
이 시대에는 이용가치가 없는 사람은 소외와 괄시의 비애를, 이용가치가 높은 사람은 이용당한 후의 배신을 감수해야 한다.
'충성심'이 절대적인 미덕은 아니다. 마르코스나 탁신 총리 같은 독재자에 대한 충성은 미련하고 짜증스럽고 시대의 발전을 저해하는 악덕이기도 하다.
그러나 모든 상거래는 물론 개인적인 유대도 계산기 자판의 지배를 받는 오늘날에는 우직한 충성심조차 귀하게 보인다.
소의 해가 밝았는데 우리 모두 소의 인내와 충직을 닮을 수 있다면 우리의 경제도 바로 서고 우리 사회의 비리와 배신, 그리고 불행도 크게 해소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서지문. 고대 교수>
좋은 차를 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
니 얘기 들으니 혼다 차 사고 싶은걸 ....우리 차도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이 글에선 국산품에 대한 충성심보다는
인터넷,카드 회사들의 졸렬한 신입회원 가입 권유를 지적한 것 같어.
여긴 그렇거든 신문,카드,인터넷 회사들이 새사람잡기가 눈쌀 찌푸려지거든.
조그만 이익을 부추기는 그들의 행태가 그녀에게 이런 글을 쓰게 만들었을거야
그것이 사물이든 사람이든 이해타산에 의한 관계 계산법이 그녀를 슬프게 했을 것 같어.
잡아논 고기(기존 회원)에 대한 푸대접 내지는 몰대접이 배반의 장미를 드는 사람을 이해하게 만드는 사회라면
좀 병든 사회가 아닐까?
소의 인내와 충직이 그래도 살아있어야 하는데...
경쟁 자본주의 사회에선 참 힘들거야.
벌써 20년 전이야.
애국자 노릇한답시고, 현대차를 산적이 있어.
중고차만 사다가 새차를 사는 기분
대단했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그 다음날부터 여기저기 삐까닥하더라고.
10만마일까지의 무료 서비스는 참 좋은데
이상이 있을 때마다 고치러 갖다주고 차가 없어서 동동거리던 때가 있었어.
그 이후 우리나라 차를 구입하지 못하고 있단다.
혼다 시빅을 두번째 구입해 쓰고 있는데,
첫번째 차는 15만마일을 쓸 때까지 기본 정비 땜시 고치러 간 경우 이외엔 잘 달려주었거던.
우리 자동차가 일본차처럼 고장이 나지 않으면 참 좋겠다 섶으면서
가슴 한구석에선 왜 죄의식이 여전히 남아있더구나.
충성심이 부족한 탓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