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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크리스마스였고

엘에이 지역에는 비가 꽤 왔습니다.


이 해도 마지막 며칠 남은 오늘,

맑은 아침에 공원으로, 동네로 걸었습니다.

싸늘한 냉기가 느껴지는 초겨울 같은 날,

서리가 내린 산에는 수증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햇빛에 반짝이는 물방울 맺힌 잔디

땅바닥에 떨어진 나뭇잎

아직도 잎이 달린 나무들

곳곳에 피어있는 꽃

키 재기를 하는 듯 주욱 서 있는 사이프러스나무 같은 것에

한 눈을 팔며 걷는 것이 좋고

이런 저런 생각에 잠기는 것이 좋아서

그냥, 걷습니다.


한해가 가고 있습니다.

나이 들면서 언제부터인가

한 해가 가는 것이나 새로운 해가 오는 것에 대해

갈 테면 가고, 올 테면 오라는 식의

감각 없고 무덤덤하게 되어 버렸습니다.

물론 내가 아등바등 매달려도

가고 오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요.


가장 애타고 안타까웠던 때가 있었는데

스물아홉에서 서른으로 갈 때였습니다.

그때는 아무 것도 해 놓은 것 없이 서른이 된 다는 사실에

많이 초조해져, 괴로워했고

서른이 주는 그 숫자의 압력에 버거워 했던 것 같습니다.


그 뒤로도 한참을 살아, 이 나이까지 왔는데

나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 것은 더 없지만

세월이 가고, 나이가 먹는 것에 대해

담담해 졌습니다.


물론 올해도

송구영신 예배를 드리며

한 해 동안 제게 베푸신 하나님의 은혜를 생각하고

(매일 감사하며, 지금도 감사합니다)  감사 할 것이지만


인생이 내 결심, 내 계획대로 되어 지지 않는다는

불변의 진리를 깨닫는 나이 듦에서 오는 체념인지, 포기인지

아니면 무감각인지

그래서 생각하니

이 담담함이, 어쩌면 더 슬픈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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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스펜(은사시 나무라 부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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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가 몇 번 더 오면, 산은 금방 연두빛을 띄게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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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앞의 야산
 아침에 찍어 본 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