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삶아 빠는 완벽한 세제랍니다


                                                          박인자


후줄근한 땀 냄새와 누런 때들이

스며있는 옷가지들에 허연 가루를 듬뿍 쳐봐요

사람들의 체취와 음식물 얼룩들이

세제 용액 속에서 점점 녹아 나와요

(나는 더 이상 더렵혀 질 수 없는 세상에 삽니다)


길거리 누비던 색색의 옷들이

비명을 지를 정도로 돌려지고 주리를 틀어요

세균도 잡고 삶아 빠는 효과 만점의

**합성세제 냄새가 확 코를 찔러요

(나는 세제통 속에서 하릴없이 빈둥거리는 것보다

물 속에서 일을 해야 신이 납니다)

비누 아닌 비누-(지방산 알칼리 염, 지방족 알콜 황산 에스테르 염) 등이

찌든 청바지, 변색된 옷, 누런 이불, 허름한 커튼을 새것 같이 빨아내요


아침에 담갔다가 밤중에 건져도

옷감에 구멍이 나진 않아요

닳아진 것과 소매들이

줄을 타고 너풀거려요


O3, 염소, CL2, 하이드로 설파이드

크레졸 알콜 포르말린 등의 화학 작용이

가정이나 세탁소, 공장이나 실험실에서

빨래 고민을 풀어주네요

(나는 내 옆에 새로운 친구들이 늘어날 대마다 기분이 구겨집니다

내가 그 친구들한테 뒤쳐지는 느낌이 들고

예전의 내가 더 나았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렇지만 오늘도 시커먼 폐수와 함께 무. 제. 한으로 방류됩니다

사람들 자신이 더러우면서도

더. 러 .운 것을 몹시 싫어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