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내리는 늦가을 날
여사모님들~~~
잠시 겨울 여행 생각은 안해 보셨는지요?

행여 지난 젊은 시절
눈내리는 날 도저히 집안에 박혀 있기가 너무 좀이 쑤셔
집 밖으로 뛰쳐 나간 기억은 안하셨는지요?

난 젊은 어느시절
여고 동창 친구들과
수덕사로 늦가을 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지요.

밤새 소리없이 하옇게 내린 눈이
수덕사 절 마당에 수북하게 쌓여 흩날리던
낙엽을
모두 이불처럼 덮어 잠재웠드라구요.

그때 그  조용한 산사의 이른 아침을
지금도 잊을수가 없네요.

너무나 많이 내린 눈으로 찻길이 막혀
삽교역 까지 아득히 긴 긴길을 눈속을 헤치며 걸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고 그립습니다.

지금 그때 친구들은
수녀님이되고 목사 사모님이되고
나머지 셋은 시집가서 애들 낳아 기르며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할미들이 되고......

기억의 터널을 다시 불 비춰 보면서
정호승님의 시를 여사모님들께 선물해 드리고 싶어졌습니다.



첫눈 오는 날  / 정호승


사람들은 왜 첫눈이 오면
만나자고 약속을 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왜 첫눈이 오면
그렇게들 기뻐하는 것일까.

왜 첫눈이 오는 날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하는 것일까.
아마 그건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이 오기를 기다리기 때문일 것이다.

첫눈과 같은 세상이
두 사람 사이에 늘 도래하기를
희망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한때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있다.
첫눈이 오는 날 돌다방에서 만나자고.
첫눈이 오면 하루종일이라도 기다려서
꼭 만나야 한다고 약속한 적이 있다.

그리고 하루종일 기다렸다가
첫눈이 내린 밤거리를
밤늦게까지 팔짱을 끼고 걸어본 적이 있다.
너무 많이 걸어 배가 고프면
눈 내린 거리에 카바이드 불을 밝히고 있는
군밤장수한테 다가가 군밤을 사먹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약속을 할 사람이 없다.
그런 약속이 없어지면서 나는 늙기 시작했다.

약속은 없지만 지금도 첫눈이 오면
누구를 만나고 싶어 서성거린다.
다시 첫눈이 오는 날 만날 약속을 할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첫눈이 오는 날 만나고 싶은 사람,
단 한 사람만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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