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수레바퀴 앞에서 ( 오슬로 여행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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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 생긴 전나무 숲 사이로 난 길 )


트롤 요정의 길을 따라  게이랑하르 피요르드를 건너서 릴레함메르로 오는 길에는
위대한 트롤의 벽도 있고 잘 생긴 전나무 숲도 있었다.
트롤의 벽은 어느것 하나 버릴 것 없이 웅장했고
전나무 숲 길은 금방 화폭에서 튀어 나온것 처럼 환상적이었다.

이번 여행길은 모든 것이 다 좋았다.
비가 오면 촉촉한 풍경이 무드가 있어서 좋고
해가 반짝 나면 그 환한 빛에 생기를 발하는 풍광이 좋았다.
길을 잘 못 들면 보너스로 경치를 보게 되어 좋았고
배를 놓치면 여분의 자유시간을 갖게 되어서 좋았다.

아니, 모두들 그렇게 생각했다.
은연중에 다들 긍정의 힘을 발휘하여 어떤 상황도 불평하지 않고 즐겁게 받아들였다.
좋게 생각하니까 정말로 모든 것들이 다 예상치 못했던 기쁨으로 바뀌었다.
이것이 우리가 이번에 복이 많은 여행객이 될 수 있는 가장 큰 비결이었던 것 같다.


한국에서 출발하여 러시아와 핀란드와 스웨덴과 노르웨이까지 
숨 가쁘게 달려 온 긴 여정의 마지막 밤은 동계올림픽 개최지였던 릴레함메르에서 맞게 되었다.
이제 하룻밤만 더 자고 나면 우리는떠나왔던 곳을 향해  다시 발길을 돌릴 것이다.

그렇게 서둘러 왔는데도 릴레함메르에 도착을 한 것은 밤 10시가 넘어서였다.
우리는 여행지에서의 마지막 밤을 와인을 곁들인 랍스터를 먹으며 마무리 하였다.

이제 남은 여정은 내일 아침 일찍 오슬로로 이동하여
바이킹 박물관과 비겔란 조각공원을 구경하는 것 뿐이었다.
하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뭉크의 그림을 못 보고 가는 것은 너무도 아쉬운 일이어서
우리는 되도록 예정된 일정을 서둘러서 소화하고
국립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뭉크의 작품들까지 보고 떠나기로 했다.

우리는 쉽게 잠들지 못했다.
그건 단지 밤 12시가 넘도록 여전히 하늘을 벌겋게 물들이고 있는 노을 탓 만은 아니었다.
숨 가쁘게 달려왔던 모든 여정이 끝나고 있다는 사실이 아쉽기도 하면서
두고 온 사람들에게로 돌아간다는 사실이 설레기도 해서
빛이 새어 들어오지 못하게 커튼을 단단히 쳐 놓고도 밤새 뒤척이다 아침을 맞았다.

아침이 되자 우리는 여행 가방을 다시 한번 단단히 잘 챙겨서 쌌다.
오늘 우리는 오슬로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런던을 경유하여 서울로 돌아간다.
그래서 비행기에 짐으로 부칠 가방을 미리 야무지게 단도리 해 가지고 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평소보다 조금 빨리 오슬로를 향해 출발했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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