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겐 사람들은 외국에 나갔을 때
어디에서 왔느냐고 물으면 꼭 베르겐에서 왔다고 대답을 한단다.
노르웨이 사람이라는 사실보다 베르겐 사람이라는 것에 더 무게를 두는 것이다.
그만큼 베르겐 사람들의 자부심이 대단하단다.
그래서 나도 그곳을 다녀온 이야기는 노르웨이 여행기가 아닌  베르겐 여행기라고 하겠다.


베르겐 여행은 노르웨이가 낳은 세계적인 음악가 그리그의 기념관을 찾아 가는 것으로 시작했다.
기념관은 그리그가 결혼 18주년 되는 해에 장만을 한 여름별장인데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길에 있었다.

그가 살던 집은 박물관으로 만들어 당시에 쓰던 물건을 고스란히 보관하여 전시하였고
나중에 지은 작은 콘서트 홀은 연주자들이 공연을 하고 있었다.
우리가 도착을 했을 때는 마침 연주가 시작되기 직전이어서 홀을 구경할 수가 있었다.
 
그리그가 음악을 구상하였던 작은 방이 따로 있었는데
그 방에서 내다 보는 경치가 정말 좋았다.
예술가의 창작혼을 깨우는 것은 자연 경관인 모양이다
톨스토이가 살던 집에도 집필을 하는 방은 따로 구별이 되어 있었는데 그리그도 그런 것을 보니.....
그들의 삶이 부럽다.


그리그는 무척이나 작고 왜소한 사람이었다.
그가 살던 집 마당에 실물크기의 동상이 있는데 마치 어린 아이처럼 작다.
그 옆에서 동상을 끼고 사진을 찍어보니 나보다도 훨씬 작았다.
이렇게 작은 남자가 그렇게 커다란 음악세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리그는 지금도 그집에 있었다.
육신은 다 벗어버리고 한줌의 재가 되어
피요로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집 앞 양지바른 절벽에 부인과 함께 묻혀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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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그와 그의 아내가 합장된 납골당이 있는 절벽.  그는 자기가 살던 집에서 영면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