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서구의 대표적 복음주의 신학자인 존 스토트 목사는 한국의 기독교인들 머리 속에는 예수가 아니라 공자가 들어 앉아 있다 라는 말을 하였는데 나도 가끔 내가 기독교인이 아니라 유교도이며 심지어는 불교인이기 까지 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내가 기독교인이라면 나는 당연히 교회 내의 비기독교적인 것에 대하여 저항하고 예수님의 사상과 다른 것에 거부감을 느껴야 하는데 내가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단정치 못한 옷차림의 성도들과 예절 없는 젊은이들의 행동, 이제는 보수와 진보 어느 교단을 막론하고 강단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전자악기와 드럼 셋트 등이다  대부분의 기독인들이 논리적인 설교에서 공감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그 설교가 비성경적이어서가 아니라 논리보다는 감성에 이끌리는 한국인의 정서에 맞지 않기 때문이고 유교적 가부장적 억압구조에 익숙한 기성세대에게 지나치게 친절하고 민주적인 목회자는 카리스마와 능력이 결여된 사람으로 보이기 쉬운 것은 당연한 일이다    
‘화성에서 온 여자, 금성에서 온 남자’가 남성과 여성의 기질과 성품의 차이를 ‘동굴과 광장’이라는 단어로써 극명하게 대비 시켜서 성 차이에서 오는 갈등을 극복하려고 노력한 책이라면 이 시대의 가장 탁월한 심리학자중 한 명인 미시간대학 심리학과 석좌교수인 리처드 니스벳의 ‘생각의 지도’는 동양인과 서양인의 사고방식의 차이와 그로 인해서 파생되는 문화의 차이, 과학발전의 차이, 심지어 선과 악의 개념의 차이까지를 자세히 분석하여 놓은 책이다  
그는 연구의 진정성을 높이기 위하여 동양을 대표하는 한국, 일본, 중국인과 서양을 대표하는 미국과 캐나다인, 그리고 서구적으로 사회화 된 동양계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수 년에 걸쳐 누구도 하기 어려운 방대한 실험을 하였고 그 결과 자신도 예상치 못하던 심리학과 인지 과학의 기본전제인 ‘보편적인 인간’이라는 개념을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결론을 얻었을 뿐아니라 자칫 오해하기 쉬운 서구화가 과학적이라는 명제와 분석적 사고만이 올바른 결론에 도달 할 것이라는 논리의 오류를 명백하게 지적하였다
어릴 때, 할머니에게 “할머니, 이 그릇 어디서 난거예요?”라는 질문을 하였을 때 내가 알고 싶은 것은 그릇의 출처인데 할머니는 “이 그릇은 양반집에서만 쓸 수 있는 귀한 그릇이고 그릇을 깨는 것은 나쁜 징조이며  그릇은 꼭 짝을 맞춰서 놓아야 한다”는 장황한 설명을 들어야 했던 기억이나 문지방을 밟았다가 넘어 졌을 때 다친 나를 위로 해주기는 커녕 “문지방을 밟으면 재수가 없다”는 등의 황당한 설명에 짜증이 나던 것은 인간과 사물에 대한 개별성에 촛점을 맞춘 서구식 교육을 받은 나에게 개인의 존재보다는 가족이나 가문, 그리고 무엇보다도 조화로운 인간관계와 우주의 순환까지 생각하는 부모님의 동양적 사고의 충돌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큰 수확이다
무엇보다도 니스벳교수는 시종일관 혹시라도 서양인으로서의 우월감을 조금이라도 드러낼까봐 조심하면서 동, 서양의 사고구조의 차이를 객관적으로 기술하였는데 조화로운 인간관계를 가장 큰 가치로 생각하여 보편적 행동원리를 추구하는 동양과 개인의 자율성과 자존감을 추구하기에 직선적이고 이분법적 사고방식에 집착할 수 밖에 없는 서양의 차이점을 기술하면서도 동양적인 것과 서양적인 것이 결국은 상호 보완되고 수렴 돨 것이라고 주장을 펼치는데 그런 면에서 그의 역작인 ‘생각의 지도’는 문화심리학에서의 탁월한 학문적 성취일 뿐만 아니라 심리학자의 냉철함을 넘어서서 인간은 처해진 환경과 상황에 따라서 가변적일 수 있다는 가설을  따뜻하게 풀어 낸 인간이해의 관문이 되는 책이다


pslee (인일13회 옥토교회 이평숙사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