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는데 뭐가 얼굴에 툭 떨어졌다.
또 개민가 아니면 귀뚜라미겠지 대수롭지 않게 옆으로 치웠는데,
느낌에 너무 큰 것이어서 불을 켜고 보았더니 손가락만한 바퀴벌레.
그놈을 잡아야 편히 잠을 자겠기에,,
아니면 또 모기장으로 기어 올라가 또 얼굴에 떨어질 수 있으므로...
한참 바닥을 어지러이 헤매다가 드디어 잡아서 죽여 버렸다.

대낮에 일어난 일이면
‘아이 징그러워, 아고 더러운 것이 왜 얼굴에 떨어졌나 그래’ 하면서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겠지만,
왜 이 밤에, 내 몸이 피곤한 줄 뻔히 아시는 내 하나님,
왜 잠을 깨우셨을까? 하필이면 손가락만한 바퀴벌레로, 그것도 얼굴에 떨어지게 하시다니..

일단 기도하라 하시는 줄 알고 생각나는 기도제목들을 훑어 내리면서도 ..
무슨 말씀을 하시고 싶은 걸까?
내가 혹시 무시 중에 저들을 박대하였나?
아버지의 거룩한 자녀들의 얼굴에 면박을 주었나?
하나씩 짚어 보니 스쳐가는 것들이 있다. 차창문 밖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들, 언제나 귀찮을 만큼 다가오는 저들에게 냉소로 대했던 것이 찔린다.
“China, China." 하면서 구입을 강요하는 저들에게 처음에는 억지 친절로 대하다가 이젠 지쳐서,
나를 귀찮게 좀 하지 마라, 난 바쁜 사람이다. 뭐 이런 표정으로..

또 돈을 구하는 걸인들에게는 원래 돈을 주면 마약을 하기 때문에 비스킷을 가지고 다니면서 주는데
그것이 떨어진 후 사러 갈 시간을 못 내고는 저들이 손을 내밀면 어찌해야 할지 몰라서
그저 미소를 띠고는 안면몰수.  
땅콩 사탕 만들어 그 낭에 성경구절 넣어 주던 것도 다 떨어진 상태...

이 땅에 복의 근원이 되고저
아브라함처럼 갈 바를 알지 못하고 이 땅의 천국이라 하는 뉴질랜드를 떠난지 7년.
하나님은 가라 하시는데 보내준다는 교회나 사람도 없을 때
하나님께서 내가 보낸다 하신 말씀 하나 의지하고
이 땅에 선교사로 온 나..

축복의 통로가 되기는 커녕
이거이거 이래도 되는 건가?
2시 20분에 깼는데 원래 일어나는 5시 30분까지 다시 잠이 들지 못했다.

아픈 하루의 시작이 되었지만,
마무리하는 이시간
깨우셔서 일깨워 주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하며 이시간 찬양합니다.(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