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 2004.12.07, 15:20      


나는 남편이 순순히 기도원에 보내줄 수 있도록 3개월을 기도했다.
그런데 하루는 수금을 다녀온 남편이 “여보 자양동 한 사장이 기도원에 가서 500만원이 필요하다고 기도했더니 주셨다는 거야. 당신이 믿는 하나님도 돈을 달라면 줘?”라며 비웃듯 말했다.
나는 곧바로 “주시고 말고요. 하나님은 믿고 구하는 자에게 필요한 것을 주시는 좋으신 분이에요”라고 재빨리 말했다.

“여기도 미친 사람이 또 하나 있네.
그럼 내기할까? 당신도 기도원 가서 기도한 뒤 1,000만원을 받아 오면 나도 당신이 믿는 하나님을 믿지.”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남편의 내기는 내가 그동안 간구해온 기도제목 두 가지를 한꺼번에 응답 받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기도원에 가서 마음껏 기도하는 것과 남편 구원이었다.
나는 어머니에게 전화해 이 사실을 말하고 중보기도를 부탁했다.

그러나 남편은 내심 못미더웠던지 막내 시누이와 함께 기도원에 가도록 했다.
기도원 저녁예배를 마친 밤 10시, 혹독한 추위의 눈 쌓인 기도원에 올라가 무릎을 꿇었다.
나는 남편의 구원을 위해 혼신을 다해 울부짖으며 밤새 기도했다.
아침에 보니 바지 엉덩이 부분이 신발 뒤축에 부딪쳐 구멍이 나 있었다.

오랜만에 기도의 문을 마음껏 열었더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남편과는 하루만 있다 가기로 했는데 내친 김에 3일을 보냈다.
결혼 후 남편과의 약속을 어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나는 걱정스럽게 대문을 열고 들어섰다.
왜 이렇게 늦었느냐고 불호령이 떨어질 줄 알았는데 남편은 의외로 양같이 온순해져 있었다.

“여보, 정말 하나님이 계신 것 같아.
당신이 기도원에 간 사이 장모님이 1,000만원 가져 가라고 전화하셨어.
평소에 아들처럼 돌봐준 사람이 장모님을 찾아와 도와드릴 일을 묻길래 막내사위가 요즘 사업이 어려우니 1,000만원을 빌려주라고 하셨는데 그냥 주었다는거야.”

나는 주먹을 쥐고 “할렐루야”를 외쳤다.
감사의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쏟아졌다.
남편은 내가 기도원에서 기도해 1,000만원이 생겼다는 것을 믿게 되었고, 내가 하나님께서 당신을 구원하길 열망하신다는 말도 받아들였다.

나는 이때부터 남편을 위해 기도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남편과 함께 당구 치며 놀기를 즐기던 교회 집사인 청년이 있었다.
어느 날 용기를 내어 “교회 집사가 당구장만 데리고 가지 말고 교회좀 데리고 가봐요”라고 말했다.

그런데 정말 며칠 후 그분은 부흥회에 가자며 우리 부부를 초대했다.
저녁도 멋지게 사겠다고 했다.
우리가 간 곳은 작은 개척교회로 여목사님이 설교를 하셨는데, 남편은 자꾸 눈물이 나려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고 했다.
나는 또 한번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결국 남편은 정말 하나님이 계신지 확실히 알아보겠다며 기도원을 올라갔고 3일만에 놀라운 모습으로 나타났다.
첫날 곧바로 은혜를 받아 지니고 있던 돈을 모두 헌금하고 3일간 금식한 남편은 마중간 나에게 이렇게 큰소리로 외쳤다.

“여보,살아계시더라고.
당신이 믿는 하나님이 정말 살아계시더라고.
내가 바로 그 하나님을 만났어. 당신은 내 생명의 은인이야.”

남편의 기쁨에 찬 함성은 마치 호랑이의 포효 같았다.
우리 부부는 남의 시선도 아랑곳 없이 서로 얼싸안고 엉엉 울었다.

정리=김무정기자 mooje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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