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근처의 공터에 그릇과 잡동사니를 파는 아저씨가 며칠 째 자리를 펼치고 있다 차를 타고 지나가다 보면 어릴 적에나 보던 양은 냄비와 양푼등 촌스런 그릇들과 옷핀, 똑닥단추, 빨래집게등 70년대의 물건들이 가득하다 우리동네에 온 손님인데 가서 물건이라도 하나 팔아주리라고 생각하였지만 대 심방기간이라 시간을 낼 수 가 없던 차에 강아지 산책도 시킬겸 잠깐 들러서 물건들을 구경하였다 눈에 띄는 것이 정말 오랜만에 보는 양은 냄비였는데 사실 난 어릴 때도 우리 짐에서 양은 냄비를 쓴 기억이 별로 없지만 총각전도사로 시골에서 3년간 목회하면서 라면을 많이도 먹었다는 남편의 추억을 불러일으킬 것도 같아서 몇 가지 잡동사니와 함께 냄비를 샀다

지금은 누가 봐도 안정된 중견목회자로서 자리를 잡았고 심방을 가면 지나칠 정도로 진수성찬을 마련하는 교인들이 있지만 남편은 가끔 혼자서 라면을 끓여먹던 시골전도사 때의 추억을 말하곤 한다 그 때 난 교회도 다니지 않던 철 없는 여대생이었지만 현란한 도시를 뒤로 하고 하나님의 뜻을 생각하며 외로운 시골길을 걸어서 교인도 없는 초라한 시골교회로 향하는 남편의 마음이 문득 느껴올 때가 있다 그 때, 그의 나이 뜨거운 피가 흐르는 이십오세 밖에 되지 않았을 때였으니...
오늘 밤엔 식탁보다 밥상을 좋아하는 남편에게 작은 상에 상큼한 김치를 곁들인 라면을 대접해야 겠다 그의 아픔과 사랑이 녹아있는 시골 첫목회지의 추억 속에 마음껏 잠기도록 .. 어쩌면 그 애틋한 추억 속에는 내가 아닌 순박한 시골 처녀의 애잔한 눈빛이 녹아있을지라도....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4-10-13 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