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벅차고 설레여서 잠이 오지 않았다.
길거리에 나가서 아무나 붙들고 자랑하고 싶었다.
“이젠 됐어!
단 한 번에 내가 지고 가는 모든 짐에서 자유로워지는 거야!”

나는 저녁 무렵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00신문사에서 특별한 제의를 받았다.
그것은 내 책[울고 있는 사람과 함께 울 수 있어서 행복하다]
3쇄부터 그 신문사에서 출판을 해주겠다는 것이다.
그 출판사는 첫 번 출판에 최하 십 만부를 출판할 것이며
책에 들어가는 비용과 광고와  판매에 대해서
내가 할 일이 전혀 없도록 모든 것을 완벽하게 출판사가 맡아서 한다는 것이다.
또한 가장 기본적인 판매 부수가 십 만권이라니!
책의 인세 수입도 억대가 넘는 돈이니 엄청날 뿐만 아니라
명성을 얻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 아닌가!
출판사 사장님은 나에게 앞으로 2집과 3집 까지만 글을 잘 쓰면
책 판매 수익금으로 교회도 지을 수 있다는 가슴 벅찬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잠자리에 누워서도 잠이 오지 않고
생각이 한도 없이 풀려 나간다.

“그래 이젠 쌓여드는 독촉장 때문에 속상해 할 필요도 없겠지.
돈이 없어서 못했던 주님의 선한 일들도 마음껏 해야지
여름 장마에 물에 차서 고장난 교회의 앰프도 새로 구입해야지...”  

그런데 끝없이 풀려 나가는 행복한 생각을
가로막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내 책을 처음 출판해 준 크리스챤 서적의 임만호 장로님과
혼신의 힘을 다해서 내 글을 책으로 편집해 준 임은경 자매와
내 글을 교정보는 작업을 하다가 예수님을 영접하게 된
보현 자매의 슬픈 얼굴이었다.

무더운 여름동안 책을 만들면서
밤 늦은 시간까지 자원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일했던
크리스챤 서적의 직원들 얼굴이었다.

“괜찮아! 내가 잘못하는 것은 아니야.
그 곳에서는 내 책을 판매하지 못하잖아.
그 곳은 판매 위주의 출판사가 아니라 인쇄만 해준 것이나 다름이 없어
출판사를 옮겨야 더 많은 사람이 책을 손쉽게 구할 수 있어.
이것은 더 많은 사람에게 책을 읽히게 하려고
주님이 주신 기회요 만남인 것이 분명해!
이젠 주어지는 시간 전체를 글을 쓰는데 보낼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이렇게 좋은 기회는 언제나 오는 것이 아니야
인생의 몇 번 올까 말까한 기회야
나에게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해!”

나는 내일 3시에  00신문사 대표이사와 만나기로 한 약속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튿날 신문사 1층에 마련된 카페에서 그들과 만났다.
그들과 대화를 나누는 동안
나에게 더 좋은 조건과 우대가 제시될 때마다
내 마음을 아프게 찌르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나의 유익을 얻기 위해서 다른 사람이 조금이라도
다치거나 서운하거나 실족하게 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결국 나는 신문사측에
신문사에서 제시한 모든 상황을 먼저 임만호 장로님에게 여쭈어 보겠다고 했다.
장로님이 나의 발전 위해서
내 책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기를 열망해서
나를 혼쾌히 보내주면 신문사와 손을 잡고 출판을 하지만  
그렇지 않고 장로님이 티끌만큼이라도 서운해 하시면
나는 신문사와 출판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출판사 대표이사는 나의 그 제의에 무척 고무적이었다.
나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겠노라고
그 결정이, 신문사 출판사로 선택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신문사에서 그들과 헤어진 후 임만호 장로님에게 전화를 했다.
그런데 러시아 선교를 가셔서 안 계시고 토요일에나 오실 것이라고 한다.
그 시간부터 나의 마음에서는 두 개의 마음이 심한 혼란을 일으키며
서로 싸우게 되었다.
나는 이틀 동안 거의 죽게 될 정도로 고민을 하다가
크리스챤 서적으로 찾아가 보기로 했다.

크리스챤 서적에 가니
전에는 나를 반갑게 맞이하던 직원들의 얼굴에 서운한 빛이 역력했다.
마치 힘들게 자식을 낳았는데
양육할 능력이 없어 딴 집으로 입양 보내는 심정인가보다.

장로님의 집무실에서 나를 맞이한 사람은
의외로 내가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그는 10여년 전 전도의 사명을 받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전도지 만드는 출판업을 한 사람이었다.
전도지를 만들어 보급하는 일이 생계도 꾸리기 어려운 일이었지만
그 일을 기쁨으로 했다고 한다.
그러나 세월이 흐를수록 빚만 늘어나자
세상 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밀려왔다.
그는 전도지 출판 하던 사역을 그만두고 다른 사업을 했는데
결국 실패하여 빚만 산더미처럼 지고 절망 속에 지쳐가던 중이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내 책을 읽고 다시 주님의 일을 하리라는 사명으로
영혼의 일으킴을 받았다고 했다.
이틀을 울며불며 통회하고
임만호 장로님을 찾아와 내 책을 보급하는 일을 하겠다고 하였고
장로님은 그에게 상무 자리를 맡겨
판매의 모든 일을 위임시켜 주었다는 것이다.  
일을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그동안 판매위주의 시스템이 되어 있지 않은 출판사의
운영체계를 다시 세우는 중이니 자기에게 조금만 기회를 달라고 했다.

나는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세미한 음성이 바위같이 강한 나의 마음을 가루처럼 부수는 소리를 들었다.

나의 유익 때문에 그 누구도 실족치 말아야 한다.
내가  00신문사로 출판을 옮기면 새로 취업된 이 사람은 실직이 되지 않겠는가?
이 사람이 오랜 방황과 절망에서 새롭게 찾게 된 사명감은 어떻케 되겠는가?
내가 얻는 것은 무엇이며 내가 잃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얻는 것은 돈과 명성이고
내가 잃는 것은 사람이다.
천하를 다 주고도 바꿀 수 없는 귀한 영혼이다.
그 신문사 출판사는 내가 없어도 너무 크고 부유하고 잘 되는 기업이고
크리스챤 서적은 내 책을 자랑거리로 보람으로 삼고 있지 않은가?
힘 없고 능력 없는 소수의 몇 사람이
주님을 의지하여 이루어 내는 성과가 주님께 영광이지
큰 출판사에서 이루어 내는 성과가 어찌 주님께 영광이 되겠는가?
큰 출판사에서 다 맡아서 일해 주면
내 등 따뜻하고 내 배 부른데
주님만 의지하고 새벽마다 밤마다 기도할 필요가 있겠는가?
갑자기 드러난 명성 때문에
나는 주님과 사람 앞에
얼마나 보기 흉한 모습으로 변해 갈 것인가?

계속되는 물음 앞에 아무런 답을 제시할 수 없었다.
나는 내 책을 그대로 크리스챤 서적에 남기겠다고 약속했다.
크리스챤 서적의 상무와 직원들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피어 올랐다.

나는 조금도 지체 없이 신문사에 전화를 했다.
“저를 사랑해 주시고 내 글을 높은 가치로 인정해주신
귀사에 정말 감사를 드립니다.
그러나 내 책은 그대로 크리스챤 서적에서 출판하겠습니다.”

몇 일동안 고민하던 내 마음에
감당할 수 없는 기쁨의 강물이 밀려왔다.

“내게 강 같은 평화, 내게 강 같은 평화.
내게 강 같은 평화가 넘치네 할렐루야!
내게 샘솟는 기쁨, 내게 샘솟는 기쁨
내게 샘솟는 기쁨이 넘치네 할렐루야!

소리내어 춤을 추며 찬양하는데
이 내용을 알고 있는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어디에서 하기로 결정하셨나요?
예! 그대로 크리스챤 서적으로 결정했어요.
내가 계산하는데는 명수잖아요.
얻는 것에 비해 잃는 것이 너무 많아서요.”

한 동안 말이 없던 그 분은
“어려운 결정을 하셨군요.
세상에서는 가장 어리석은 결정이요 선택이었고
하나님 편에서는 가장 지혜롭고 올바른 선택이었어요.”

기숙사에서 돌아 온 아들은
“엄마! 나는 엄마가 자랑스러워서 눈물이 나요.
주님 편에서 선택하고
주님 편에서 얼마든지 버릴 수 있는 우리 엄마가 나는 너무 좋아요!”
아들은 눈물이 가득 찬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내 얼굴을 만져주었다.
겨울 바람에 차가워진 아들의 손이 왜 이토록 따뜻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