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 2004.12.16, 15:34


목회 초기에는 엄청난 시련에 직면했다.
우리가 목회를 시작한지 1년이 넘어 이제 막 자리가 잡히기 시작하던 때였다.
한 성도가 찾아와 “사모님 큰일 났어요. 아무래도 교회가 분열될 것 같아요. 눈치를 보니 대부분의 성도가 동조하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열심히 목회를 하고 있는데 분열이라니 갑자기 힘이 쑥 빠졌다.

남편은 착실히 준비해온 목회자가 아니었다.
어느 날 갑자기 하나님께 부름받아 목회자의 길에 들어섰기 때문에 목회에 대한 열정은 있었지만 시행착오가 많았다. 또 성정이 불 같아서 성도들과 마찰이 잦은 편이었다.

반면에 교회 부교역자는 성품이 온유하고 아주 너그러워 성도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다.
남편은 부교역자에게 신학공부를 적극 추천했고 교회의 중요한 업무도 모두 맡긴 터였다.
그런데 그 부교역자가 중심이 되어 교회가 나누어지게 된다니 서운하기 이를 데 없었다.
남편은 이런 상황이 현실화되면 더 이상 목회를 하지 않겠다고 포기할 것 같았다.

나는 그저 기도만 했다.
혼신의 힘을 다해 기도의 단을 쌓았다.
기도는 우리에게 기적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어떠한 시험과 환난을 감당할 능력을 주신다.
금방 죽을 것 같았던 두려움과 근심이 걷혔다.
그리고 전날 예약한 치과에 들러 사랑니를 빼고 돌아왔는데 머리에 반짝 불이 들어왔다.

‘사랑니를 빼면 당분간 아프고 시리지만 점차 자리를 잡아가는 것 아닌가.
어차피 빼야 할 것이라면 빨리 빼야 덜 아플 것이고.’
나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남편에게 이 일은 배신 당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주님께 유익된 일이 될 수 있음을 이야기했다.

“분열로 교회가 하나 더 생긴다고 생각하세요.
바울도 무슨 방도로든지 전파되는 것은 그리스도니 그는 그것을 기뻐하고 기뻐한다고 했잖아요.
우리 교회 12가정 중 10가정이 가고 2가정이 남는 것은 그 교회는 10가정이 있어야 되고 우리 교회는 2가정만 있어도 된다는 하나님의 뜻이 아닐까요.
우리가 주님께 더욱 의지하고 기도하면 되지 않을까요?”

결국 교회는 분열됐고 우리 교회엔 2가정만 남았다.
남편은 진정으로 그들을 축복하는 기도를 하며 주님의 뜻 안에서 담담히 이겨냈다.
텅 빈 우리 교회를 이내 새 성도들이 부지런히 메워주었다.
우리는 산 사태를 경험했지만 그 폐허를 또 다시 산사태가 휩쓸지 않도록 철저히 예방하며 새롭게 일궈갔다. 그리고 새로 세워진 교회를 우리 교회와 형제교회인 것처럼 사랑하는 마음을 가졌다.
그 교회를 세우신 분도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

우리 기독교인들이 가장 범하기 쉬운 잘못이 내 뜻,내 생각만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확신하는 것이다.
하나님은 합력하여 선을 만들어내시는 좋으신 분이다.
어떤 최악의 상황도 한 순간에 최고의 상황으로 변화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아이들이 점점 커가면서 집안에서 옷을 갈아입는 것이 불편해질 무렵 남편이 서울시민상 수상자로 결정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무료탁아소 사역과 아이들을 데려와 생활한다는 것이 수상 이유였다.
상금 100만원과 임대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게 되었다.
하나님께서는 때 맞춰 우리의 필요함을 적절히 채워주신 것이다.
남편은 또 필요한 것이 없느냐는 시 관계자의 요청에 ‘길 입구에 세워놓은 교회 간판을 철거치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성도들이 이왕이면 큰 것을 부탁하지 그랬느냐고 했지만, 남편은 이 두 가지 문제로 내가 끊임없이 기도해왔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정리=김무정기자 moo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