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개척교회 사모님들과 대화를 나누며 위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처음에 그 분들은 저를 예쁜 정원이 있는 안정된 교회의 사모로, 자기들의 고난과는
무관한 사람으로 보는 듯 하였습니다. 하지만 제가 불신 가정에서 홀롤 예수님을 믿고
생각지 못한 사모의 길을 걸으며, 더구나 단 한 사람의 언니와 교회를 개척하였다는 말을 듣고는
마음을 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분들의 고뇌는 말하지 않아도 제가 너무도 잘 아는 것들입니다. 그리고 목회의 길에
선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예외 없이 겪어야 할 시련인 것입니다. 채척교회 사모들이 겪는
아픔은 흔들리는 사모로서의 정체성이며 결혼 전에 그토록 확신하던 주님의 은총에 대한
불안감이고 기도가 막히는 듯한 절망감입니다. 하나님께서 자신을 포기한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 어는 누구에게도 연약함을 보여선 안 되는 절대적 고독감, 사람들을 지도해야할 위치에서
오히려 동정을 받는 듯한 자괴감이 엄습할 때면 소명을 포기하고 싶은 유혹에 밤잠을 설치고
새벽을 맞는 날이 부지기수일 것입니다. 교인이 천 명 이상인 교회의 목사님이 가정을
심방한다면 그 집의 잔치 날이 되겠지만 개척교회 목회자는 심방을 가서도 인간적인 대접
받기도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 많은 목회자들이 문전박대를 당하거나 어정쩡한 자세로
TV 연속극이나 시시한 전화통화 끝나기를 기다린 후에 예배를 드리고 옵니다. 간혼 전화선을
빼고 아이들까지 목사님께 인사드리게 하고 함께 예배드리는 착한 가정들이 있지만 개척교회
목회자들에겐 아주 드문 일입니다. 어느 사모님은 개척 교회 시절에 심방을 가면 그렇게도  개도 요란히
짓더니 교회가 성장한 후에 가니 개도 짓지 않더라는 말씀을 하셔서 좌중을 웃게 하였습니다.(주인의
환영하는 분위기를 개도 눈치 챘겠지요) 하지만 이런 광야의 시기를 거쳐야 인강의 내면을 이해하는
사려 깊은 목회자가 될 것입니다. 종종 하나님께서는 목회자가 의지하는 교인들을 통하여
오히려 아픔을 주시고 사람 막대기와 인생채찍으로 이용하심으로써 목회자가 오직 주님만을
바라보게 하시는데 그 때 하나님의 섭리를 깨닫지 못한다면 사모들은 치명적인 상처로 인하여
목회를 그만두거나 평생 가슴에 한을 품고 성도들과의 아름다운 관계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이런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사모님들은 연약함 중에도 주의 종을 눈동자같이 지키시는
주님의 손길을 간증하며 더욱 하나님만을 의지하자는 결의를 하였습니다. 사모님들의
기도의 분량이 채워지고 정말 그리스도의 심장으로 사람을 사랑하는 목회자가 된다면 하나님은
자기의 양떼들을 맡겨주시고 필요한 것들로 채워지실 것입니다. 우리의 그릇이 작아서 적은 수의
양떼만을 목양해야 한다 해도 하나님께 종으로 쓰임 받는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죽을 때까지
감사해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유익한 모임이었습니다.

2003년12월..
(13회 이평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