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드리는 기도-박해옥 詩

앉고 일어서는 모든 행위와
접고 펼치는 검고 흰 마음
이 모든 것에서
잠시잠깐도 감찰을 놓지 않으시는 주님
이 죄인의 손 모은 기도를 받아 주옵소서
위험스런 욕망으로 맞는 아침엔
아침기도를 걸렀으며
허망을 끌어안고 뒤채이던 밤엔
원망의 기도로 주님을 아프게 했습니다
나의 선함이 미려해서
악한 무리가 마음 밭에 가시덤불로 성해
어느 쪽으로 움직여도 찔리고 상처가 집니다
오! 주님 도와주소서
당신의 손이 작아 나를 붙들지 못 하리까
당신의 귀가 어두워 못 듣는 것도 아니시리이다

바라는 것 중에서
가장 간절한 소망 하나 있나이다
침묵과 고독으로 가을밤을 시새우며
말을 줄이고 많은 언어를 쓰고 싶습니다
더러는 놓쳐버린
더러는 탕진된
지난 세월의 안타까움과
하잘것없음의 그 뼈들을 사르며
심장에서 길어 올린 나만의 언어로
아픈 이의 상처를 덮어줄 수 있는
슬픈 이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가을나무의 피톨처럼
그렇게 붉고 온유한...
주님이시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