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담배를 줄여보자는 우리 나름대로의  웰빙작전수행차
인애가 말하는  He를 사귀러  다니기로 한지  3주일이 지나고 있다

부평에 있는 커다란 집으로 오늘까지 3번 가고  성경공부라는 과외공부도
두 번이나 받았다.  

신이라고는  당신밖에 몰랐던 나로서는
신기한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상상 속에서의  조그만 교회당은
온데간데 없고  굉장한 대형 스크린에,  너무나 성의있는 연습량이 느껴지는
성가대  또  어디에서 그렇게 모여드는지  벤허의 한 장면같이  사방의 출입구로  
예배보러  들어오는  많은 사람들  등등...

  기도하는 방식도 재미있고   사방에서  “주여”  “아멘”하는  소리도
나에게는 텔레비전의 어떤 프로그램보다  더 재미있는 사건이다.  누군가에게 욕을
먹긴 하겠지만  그래도  솔직한 것이 낫다 싶어 내친김에 다 털어놓고
다음부터는  정말  환자(?)되어야겠다고   공표한다.
즉, 공식적으로 용서를 구한다는거다.

  사실은 모두 기도하는중에 
나는 눈뜨고  옆사람도 보고  고개를 숙이는 척하고
사방  컨닝을 좀 했는데  조는 사람들도 꽤 있더란 말이다.  

‘진심으로 믿으라  목사님께서  열심히 설교하시던데
저 인간들은  어찌 성의없는 자세로 앉아 졸고 있는고?‘  

수첩에 이름적고 싶은 마음이 슬그머니 들지 뭔가.  

이쯤되면  
나도  조금아까 읽은  성경구절의  중생(거듭남)을  실천하는 것 아닌가 하는
뿌듯함이  생겨  내심  흐믓한  마음이 들어서  옆자리  남편에게  소곤거렸더니  
이 남자는  이미 환자가 다 된 듯  
 
 “ 비판하지 말고  감사하래잖아!  목사님 설교 잘 들어  손숙영.  
    딴데 돌아보지말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라.    
    나  어저께  컴 사이트에서 찬송가  예습하는 것  못 봤냐?“

알았다고 건성 대답해 놓고  이번에는  같이 간 친구 남편 멘트에 더욱
기가 산다
  
  사탄같은 멘트를 하는  친구 남편은  본당에 모인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굉장히 놀란 표정으로
 
 “ 아니   이 많은 사람들이  천원씩만 낸다면  이게 모두 얼마람?
    이쪽 줄부터 세어볼까  몇사람인가    가로 곱하기..  음   세로는 몇줄인가
    계산이 안되네.   에이 다음에 해야지
    오늘은  기도나  열심히 하고 “

  권사인 친구는  느긋한 표정으로  신앙이 부족한 제 남편을 다독이고  
초보인  우리 부부는  이상황에  웃어야 되는지 아닌지  구분을 못하고  
기도하는 척  눈치를 살피면서  무사히 예배를 마쳤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예배후  성경  과외공부시간에  일어났다
한시간 가량 이어지는 과외공부는  적당히 졸리우면서도  옛날이야기같아서
재미있기도 했다.  

듣다가 지루하면 성경에 있는 그림도 보면서 각주에 풀이된
어려운 성경용어들을  보고 하는데 

 오늘 교재에  '
믿음은 어떤 뜻일까요?라는
문답이 있어  그 아래  ‘신뢰하고 나를 맡기는 것이다’ 는 곳에 볼펜으로
밑줄을 긋고  옆에 앉은 남편 교재에도 잘난척하고 대신 줄을 그어주었더니
나를 쳐다보고 속삭이는것이었다

  “ 너를 믿으니 나를 맡아줘”

망령이 들었던지 말던지
모든 것  다 접어두고  열심히  교회 다니면서
He를 적극적으로  사귀어 보기로 했다.

5주 지나서  세례받고  날 더러  ‘전도’라는걸 하라고 하면
난 자신있게  말해야지

  “ 교회 옆에  뼈다귀 해장국집이 하나 있는데  무척 맛있습니다
    1주일에  한 그릇씩 사드릴수 있으니  
    해장국도 먹으러 갈꼄  교회 한번 갑시다“

왜냐하면
그 뼈다귀 해장국집에  들렀다가  옆에 멋있는 큰집이 눈에 띄어서
생전 처음으로  교회본당이란곳에  구경을 갔었는데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해지길래   첫 걸음을 들여놓았기 때문이다.

나도  환자되는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4-12-06 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