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교회 성가대에서 맛 본 감동

임시로 딸네 집에 사니까 교회도 임시로 다니게 된다.
이상하게도 주일 예배 아니면 나가기가 잘 안된다.
본 교회에 있었으면 새벽기도회니 신년성회든지 모임마다 다녔을텐데 왜 게을러지는지 모르겠다.
교회가 좀 멀기도 하고 임시라는 것에 핑게를 둘러 대지만 내 신앙심이 워낙 이 모양이요,
다 썩어버렸기 때문인 것 같아 죄송하기 짝이 없다.

그래도 성가대는 하고 싶다고 하고 비집고 들어가 연습을 시작했다.

우리 후배 11기 경숙이가 성가대에서 고수니까 그 빽을 좀 썼던 것.
성가대 인원이 우리 교회의 서너곱이나 되고 숫자만큼 수준도 상당한 교회이니
연습을 시작하면서 내 정도 실력가지고는 무척 딸린다는 것을 느꼈다.

이 성가대에서 눈에 띄는 것은 남자들의 기량.
우리 교회에도 남자들이 특별히 잘 해서 소프라노 해야할 부분도 테너가 맡아 하곤 했는데
이 성가대 남자들은 더 잘하는 것 같다.

연습을 얼마 하지 않아도 금방금방 잘도 할뿐만 아니라 지휘자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을 상기시키기도 하는 등
실력들이 대단하다는 느낌을 준다.
소프라노도 아주 높은 음을 기가막히게 잘 내는 사람이 몇이 있어서
우리처럼 높은 음을 낮게 만들어 부를 필요는 물론 없을 것이다.

주일날 연습 전에는 성가대원 중에서 예배 인도를 하는데 정성껏 준비를 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끝나고 집에 와서 멜을 열어 보니 벌써 성가대 총무하시는 분인지로부터
"오늘 성가는 조금 짧았지만 참 좋았다"는 내용으로 성가대원을 격려하는 편지와 함께 

녹음된 그날 부른 성가가 다른 음악과 함께 모든 성가대원에게 보내졌으니 얼마나 더 감동을 받겠는가!
40 년 교회생활에서 이처럼 일사 분란하게 성가대를 운영하는 분들도 처음 만난 것 같다.

그런데 이 성가대에 들어와서 처음 깊이 인상을 받은 것은 지휘자!
50 대가 아직 안된 젊은 남자분인데 얼굴에서 느끼는 것은 감정이 보통 풍부하지 않다는 것.
은혜가 넘쳐서 어쩔줄 모르겠다는 표정과 몸짓,
그리고 아무도 못 따라갈 것 같은 그 열심!

악보마다 처음 부터 끝까지 미리 읽고 노트해 놓은 것으로 가득하고
여기저기 주의 사항과 함께 자기를 꼭 쳐다 봐야 할 곳은 안경을 그려 놓았다.
예를 들면 어제 곡에는 맨 위에 이렇게 써있다.

"마음과 얼굴을 하늘를 향해, 주의 이름을 찬양 하세요.
따뜻하게, 밫임을 부르지 마세요, 레가토..."

그 전 주일 것에는 이렇게 써있다.

"2009년 마지막 주일은 우리가 오직 주님만 원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간증하며 찬양 드리겠읍니다.

내 모든 것을 아시는,                                     주님을 찬양하기                          주님만이 내 주 되시기
나의 기도를 들어 주시는,................주님         주님의 얼굴 보기                         주님을 사랑하기
내 맘의 찾아 오신                                         나의 모든 슬픔을 주님게 내 놓기,   진심으로 감사하기
원함니다."

일점 오세인지 한국 말과 글이 서툴어서 철자가 여러군데 틀리기도 하지만
너무 귀여운 글씨를 읽노라면 그 열심하는 마음이 전해 오는 것같다.
괄호에 크게 묶에서 위의 글을 썼는데 여기서 흉내 내지 못해서 그냥 늘어 썼지만 그대로 얼마나 좋은가!
글로만 아니라 연습 도중에도 격려와 칭찬의 말을 해가면서 온갖 정열로 지휘를 한다.

사실 한국 사람들인 우리는 너무나 무 감동 무 감정일때가 많고 그래서 감정 표현이 대체로 무디다.
음악을 들어도 꼼짝 달싹 안 하고, 노래를 해도 아무 감정 없이 하고 입만 벌리는 것은 질식할 것 같은 일이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이 지휘자 같은 그런 사람이 좀 더 필요한 것 같다.

왜 그런지 이 지휘자 덕분에 20 여년 전 옛날에 어떤 사람이 우리 교회에 와서 독창을 했던 기억이 되살아 났다.
그야말로 얼굴에 시시각각 표정을 달리하며 온 몸으로 앉았다 일어났다 무대를 왔다갔다 성가를 하는데
바라만 보아도 얼마나 괴로울 정도로 표정이 우스웠는지, 웃음을 참느라 혼난 기억!
나만 그랬던 게 아니라 듣는 많은 사람들이 킥킥댔으니 너무 지나친 표정과 표현은 역효과가 난다.
하지만 이 성가대의 지휘자 만큼은 정말 우리들 같이 무감각해지기 쉬운 사람들에게
딱 좋은 만큼의 미소를 자아낸다. 경건한 미소!

성악 공부를 따로 했는지는 모르지만 생업은 메디칼 닥터이라는 이분은
정확한 은사에 맞추어 봉사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니 서로에게 아주 좋은 일이 아닐수 없다.
교회 성가 지휘자는 음악성도 중요하지만 신앙심도 참으로 중요한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무슨 일에서나 마찬가지지만 한사람의 열정은 다른 사람의 열정을 끌어낸다.
아마도 지휘자님의 열정에 감동받은 성가대원들이 서로 협력하여 이렇게 좋은 성가대를 운영하고 있음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우리 교회는 작아서 성가대원도 얼마 안되고 반주자가 지휘자 겸하고 있는데 반주자님이
얼마나 열심인지 늘 머리가 숙여진다. 일주일 내내 좋은 성가를 뽑는 일이 제일 힘든 과제라고 한다.
잠잘 때도 골머리 하느라 잠을 설치기도 한단다.
작은 교회에서 수고 하는 분들이 몇곱절 더 힘든 것은 좋은 협력자들을 얻기가 더 어렵기때문.
내가 우리교회 성가대 형편을 이야기를 했더니 좋은 성가는 악보를 가져가서 불러도 좋다고 해준다.
우리 반주자가 그말을 들으면 얼마나 행복해 할지!
나도 이곳에서 잠시동안 많은 것을 배우면서 행복한 성가대원 생활을 할 것 같아 참 기쁜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