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부부 성경공부 반을 마치신 어느 집사님이 길리아드란 책을 한  권 선물하셨습니다. 죽음을 앞 둔 목회자의 편지 형식의 소설인데, 지난 열흘간 미국과 캐나다를 여행 하는 중에 비행기와 차안에서 읽으며 열 다섯 시간씩의 두 차례 비행과 한 번 타면 열 시간이 보통인 버스에서의 지루함을 극복하는데 가장 큰 처방이 되었습니다.
‘길리아드’는 너무도 차분한 필체로 섬세하게 기록하여 다소 지루한 느낌까지 주는, 70대의 노목사님이 6살의 어린 아들에게 들려주는 가족사와 신앙편력, 그 시대의 미국인들의 삶과 정신세계에 영향을 끼쳤던 남북전쟁과 세계대전, 경제공항, 어쩔 수 없이 삶을 나누게 되는 좋은, 그리고 때로는 한없이 불편한 이웃들, 젊은 날의 사랑의 추억, 상실, 늙어가는 고독 등에 관한 기록입니다.
같은 믿음을 가졌으면서도 전쟁에 대한 신학적 견해차이로 갈등을 빚는 현실참여주의자인 할아버지와 평화주의자 아버지와의 긴장관계와 그러면서도 결코 저버릴수 없는 부자간의 끈끈한 유대감, 목회자이면서도 늙어가는 한 남자로서 마음속에 스쳐가는 애증의 감정들과 사랑하지만 자신이 곧 떠나야할 이 땅에 두고 가야 할  젊은 아내와 어린 아들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기록하면서 저자는 끊임없이 평범한 인간사 속에 스며든 하나님의 은총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저자는 에임스목사의 글을 통하여 완전하지도 명쾌하지도 못하지만, 그리고 우리가 느끼는 사랑과 기쁨, 감사를 다 표현도 못하고 때로는 상처와 오해로 얼룩지기도 하지만, 삶은 아름답고 성스러운 것이며 살아야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마침  차창밖으로 스치는 풍경이 평온해 보이기만 하는 미국의 중부와 동부를 지나가면서 그 안정감 속에 숨겨있는 역사의 질곡들과 쓸쓸히 죽어간 사람들[천국에서 만난다는 확신이 없다면 혼자서 떠나야하는 죽음처럼 쓸쓸한 것은 없을 것입니다]을 생각하며 ‘길르아드’라는 제목의 의미를 되새겨보았습니다
  ‘길르앗’은 상처에 바르는 유향[balsam]의 원산지로 구약성경의 “길르앗에는 유향이 있지 아니한가, 그곳에는 의사가 있지 아니한가, 내 백성이 치료를 받지 못함은 어찜인고”[렘8:9]라는 구절은 하나님을 믿으면서도 상처를 온전히 치유 받지 못하고 여전히 확신을 갖지 못하는 이 땅의 성도들을 향한 예언자의 안타까운 외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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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락 이후 삶은 늘 불완전하고 사람들은 모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안고 살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상처가 싸매지고 온전한 해후가 있는 하나님의 나라가 예비 되어 있다는 것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사람을 따뜻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여지를 남겨줍니다. 죽음이 영원한 이별로 끝나는 것이 아니며 현재의 어려운 현실이 미래의 시각으로 은혜롭게 해석될 수 있다면 이미 하나님의 은총이 부어진 것이고 하나님의 나라가 우리에게 임한 것입니다 .
미국에는 남북전쟁이후에 형성된 마을 중에 ‘길르아드’라는 지명이 여러 곳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