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우연히 T.V에서 ‘아사모’란 모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치매에 걸린 아내를 둔 남편들의 모임인데 그 모임의 신입 회원 중 어느날 갑자기 기억이 하나씩 없어지는 아내를 간병하는, 딸 둘을 둔 중년의 가장을 밀착 취재한 내용입니다.
보기에도 착해 보이는 남편은 40대인 아내가 치매에 걸려서 점점 퇴행되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백방으로 약도 써보고 입원도 시켜봅니다. 그러는 사이에 가난해져가는 살림을 꾸려나가기 위해서 친구와 사업도 구상하며 또 우울해져가는 아내를 위해서 예쁜 성탄장식도 하고 아내 앞에서 재롱도 부려봅니다.
병세가 호전될 가망은 별로 없는 아내이지만 자기 딸들의 어머니요, 인생의 꿈을 함께 나누었던 여인을 평생의 반려자로 알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아사모’도 찾아갑니다.
‘아사모’에는 아내의 병 수발 2년째로 들어선 자신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헌신적인 사랑으로 치매에 걸린 아내를 8년 또는 10년씩 간호해 오는 머리가 희끗희끗해져가는 남편들이 많이 있는데 그들을 보면서 희망보다는 쓸쓸함과 가슴 뻐근한 아픔이 느껴집니다.
이 착한 남편도 치매간호 10년차인 아사모 회원에게는 어떻게 그렇게 아내를 한결같이 지킬 수 있느냐고 묻는데 60대의 그 남편은 자기 아내는 치매라도 ‘예쁜 치매’에 걸려서 사랑스럽다는 것입니다. 이미 병과 늙음으로 외모도 허물어져 가는 아내를 예쁘다는 말에 어이가 없어서 ‘예뻐요?’라고 묻는 물음에 그 분은 “내 아내는 점점 순수해져 간다. 조금 슬픈 일에도 눈물을 흘리고 좋으면 아주 좋아하고 그렇게 자기 감정에 솔직한 그 모습이 바로 예쁘다”고 현자[wise man]처럼 대답을 합니다. ‘아사모’ 회원들은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식사도 하고 노래방도 가고 병간호와 생활고의 고충도 나누지만 언제나 행동이 굼뜬 아내와 동행을 합니다. 아내들은 물색없이 웃기도 하고 실수를 하여 남편을 난처하게도 하지만 그들 중 어느 누구도 아내에게 눈총을 주거나 짜증을 부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런 아내가 같이 있다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거나 최소한 자신들의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남편은 주례를 서면서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결혼을 하면 지금까지 보지 못하던 수 많은 결점들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점은 자기가 생각하였던 그 이상일 수도 있고 자기를 몹시 힘들게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때 그 결점들을 불평하지 말고 내가 바로 이 상처와 허물을 덮어주기 위하여 하나님께서 나를 이 사람의 배우자로 세우셨다고 생각 하십시오. 결혼을 위하여 집도 필요하고 가재도구도 필요하고 관리비도 필요하지만 정말 필요한 것은 사랑과 신뢰입니다. 사랑과 신뢰가 있으면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갈 수 있지만 모든 것을 갖추어도 사랑과 신뢰가 없이는 결혼이 유지될 수 없습니다”
성경에는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느니라[벧전4:8]”고 기록 되어 있고 바로 우리 예수님께서 십자가의 보혈로 우리의 죄를 덮어주심으로 하나님의 사랑을 증거 하신 것입니다.
언젠가 남편의 스승이신 민영진 박사님[성서공회 대표]께서 자신은 아내가 치매에 걸리면 모든 공직을 사퇴하고 아내를 돌볼 것이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내가 박사님 같은 분이 모든 일을 손놓고 사모님만 돌보신다면 너무 큰 학문적 손실인 것 같다는 말씀을 드렸더니 박사님은 “그렇지 않아, 이 세상은 하나님이 운행하시는 것이고 필요하다면 새로운 뛰어난 학자들을 계속 배출 하실 거야. 하지만 내 아내의 남편은 오직 나 하나인걸.. 아내를 위해서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는 사람이 정말 남편이지”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사랑과 기쁨을 나눌 뿐만 아니라 아픔과 슬픔도 나누면서 천국까지 함께 가는 것이 진짜 하나님이 짝 지어주신 부부일 것입니다[벧전3:7]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