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의 명절인 설날이 다가왔다.
고향을 찾는 인파는 도로를 가득 메우고
대형매장마다 갖가지 물건들이 넘치게 팔리고 있다.
거리 선교회에서 여러 봉사자들과
노숙자를 섬기는 일을 하고 있는 나는  
이번 구정 명절에는 어떻게 해서든지 노숙자들이
맛있는 떡국을 먹을 수 있었으면 하고 며칠 전부터 조바심이 났다.
그들도 명절을 느끼고 명절을 즐거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주님! 이번 구정에는 저들에게 떡국을 먹게 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처음에 이것은 그저 나만의 마음의 바램뿐인줄 알았다.
그런데 주님도 그들에게 뜻깊은 설날을 맞이하게 해주고 싶었나보다.

이틀 전 전화가 왔다.
그 할머니는 손자의 돌잔치가 2월 7일이라면서
손자의 돌잔치가 주님이 기뻐하는 잔치가 되었으면 한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손자인 예준이의 돐잔치를 안하고
잔치 비용을 노숙자들을 위해서 쓰겠다고 하셨다.

이렇게 예준이의 돐잔치는 수 많은 노숙자들에게 명절을 느끼게 했고
그들에게 따뜻한 떡국을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예준이의 이름으로 송금된 돈으로 마장동에 가서 소뼈와 소고기를 샀다.
또 떡집에서 설날에 팔려고 준비해 놓은 떡가래 전량을 샀다.

나는  어젯밤 소뼈를 우려서 육수를 만들고
소고기로 고명을  만들었다.
거리 선교회의 충실한 자원 봉사자인
새서울 교회 집사님이 계란 지단과 김을 준비하기로 했다.
이렇게 우리 여러 사람의 마음이 녹아진 떡국은 생각만 해도 맛이 있을 것 같다.
그들에게 줄 음식이 가득히 실린 차를 타고 서울역으로 향하는데
너무 기뻐서 입에서는 찬양이 저절로 나왔다.
음식 준비로 밤을 새웠지만 조금도 피곤하거나 힘들지 않았다.

이른 새벽,
우리를 기다리는 노숙자들이 이젠 너무 친근하고
혹시 늦게까지 안 오는 사람은 은근히 걱정이 된다.

급식을 받기 위해 줄을 선 노숙자들과 우리들은
한 마음 한 식구가 되어서 예배를 드렸다.
비록 길거리에서 드려지는 예배였지만
찬양과 말씀이 선포되어지며
신령과 진정으로 드려진다.
그들이 기도하는 모습은 얼마나 진지한지 성스럽기까지 하다.

우리는 떡국을 내 부모님께 드리는 마음으로 준비하였다.
그랬더니 예배를 마치고 떡국 한 그릇씩을 받아 든 그들은 연신 이렇게 말한다.
“이렇게 맛있는 떡국은 난생처음이야!”
어떤 이는 떡국을 앞에 놓고 눈물을 뚝뚝 흘리기도 했다.

콧물이 얼어붙은 채로
이가 다 빠진 채로
우리를 쳐다보며 최고로 맛있다고 칭찬하며 웃어주는 그들을 보면
나는 너무  행복에 겨워 어쩔 줄을 모른다.

“내일은 예준이의 돐잔치예요.
여러분들이 와서 다 함께 먹으며
예준이의 돌잔치를 축하해 주세요!”
우리는 내일이 예준이의 돐잔치 날임을 그들에게 일일이 알렸다.

나는  쵸코파이로 예준이의 돐잔치 생일케익을 준비할 것이다.
그리고 예준이의 돌잔치 이야기를 자세히 써서
예준이의 생일선물로 주기로 했다.
예준이가 어른이 되면 자신의 돐잔치는
구름같이 많은 서울역 노숙자들과 함께 나누었음을 기뻐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내일은 오늘보다 훨씬 더 맛있게 떡국을 끓일 수 있을 것 같다.
이 밤에 마음을 다하고 정성을 다하여 음식을 장만할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