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오후 욕조에 넘치듯 물 받아 수증기 기득한 곳에서 목욕을 한 후

                       기  도  2


이적을 보기 위함도 아니요
표적을 구함도 아니며
시험코자 함은 더더욱 아닙니다


그 추운 까마득한 어릴 적에
조그만 양은솥에 반 움큼 물 끓여
여러 식구 돌아가며 반 바가지 퍼내어
손등 조금
콧등 조금
닦던 그 시절에도


3000원(?) 달라고
조르고 졸라대면
제 어미 시집올 때 받은 금반지를 팔았든......
제 애비 하나 남은 태엽시계를 팔았든.......
구겨진 돈 꼬옥 쥐어 주시던 거치른 부모님 손 생각하며
하물며 천부께서랴
생명까지 주신 주님인데


그러나
마지막 날에
등 따습고
배불러서
이러한 자를 보겠냐고 안쓰러워하시는
주님의 음성은
웬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