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혼녀, 참 아름다운 말입니다.

저의 약혼을 주례하셨던 내수동교회의 박희천 목사님은 "결혼은 영혼과 육체가 하나 되는 것이지만 약혼은 영혼이 하나 되는 것"이라는 말씀을 주시면서 약혼 기간 동안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정돈하여 결혼하여 평생 같이 살아 갈 각오와 준비를 해야한다는 귀한 교훈을 주셨습니다.

 저는 9월1일에 약혼을 하여 10월 9일에 결혼을 하였으니 약 한 달간의 약혼기간을 갖았는데 그 기간에 참 아름다운 추억들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미 목사안수를 받은 약혼자와 북한산의 기도원에 함께 갔었고 알퐁스도데의 '별'의 배경이 되는 프로방스지방처럼 정말 수많은 별들이 쏟아져 내릴 것같은 푸르고 맑은 밤에 바위에 꿇어 앉아 막연하고 두렵기도 하지만 오직 주님만이 아시는 새로운 삶, 목회사역과 인간관계에 대하여 저희와 함께 하셔서 저희 삶을 아름답고 보람있게 해달라는 기도를 드리며 벅찬 감격을 경험하였습니다.

  기도원에선 각각 다른 방을 썼지만 앞으로 한 방을 쓰면서 지낼 일을 생각하며 조금은 염려와 기대섞인 수줍은 상상의 밤을 지냈던 기억도 납니다

  목사님이 공군군목으로 근무하던, 나중에 신혼 살림을 차렸던 부안의 바닷가 부대에도 갔었는데 어디서나 약혼반지를 낀 저를 쳐다보는 눈길에 고왔고 약혼예식을 치른 예비 신부로서 어디를 가든지 떳떳하고 축복받는 입장인 것이 좋았습니다.

 실용성을 앞세우는 스피드시대에 약혼식을 하는 사람들이 드물고 어느정도의 비용이 드는 것을 감수해야 하지만  지치기 쉬운  선교사역과 결혼 생활중에서 추억할 아름다운 기억들을 많이 갖게 하고  싶고 인생의 모든 절차를 엄숙하게 거행하고 싶은 마음에서 아들의 약혼식을 계획하였습니다

  3년여를 장교로 복무하는 아들은 부하사병들에게도 여자친구가 면회 왔다고 하는 것보다 약혼녀가 왔다고 하면 훨씬 당당할 것이고 결혼이라는 현실에 직면하기 전, 아직은 의무보다는 낭만과 여유가 있는 시기에 더 많은 진지한 대화와 애틋한 사랑의 추억을 만들기를 바라는 엄마의 마음에서 였습니다.

  아들은 약혼식을 평상복 차림에 자신이 좋아하는 롯데리아에서 학사장교 수료반지 하나로 할 생각을 하였지만 하나님께서는 놀라운 방법으로 아들의 약혼을 성대하게 마련해 주셨습니다.
  신기하게도 늘  저의 필요한 때마다 맞춘듯이 아름다운 개량한복을 보내주시는 씨실과 날실의 사장님의 아들이 때마침 신사동에 웨딩샾을 열면서 며느리의 은은하면서도 화려한 예복은 물론 저에게는 전통한복에 진품 칠보 금 노리개 까지 빌려주시고 예식장은 우연히 다음 날 그 호텔에서 결혼하는 친구딸의 결혼페키지로 3단 케익에 얼음조각까지 포함하여 무료로 임대해주는 신기한 일의 연속이었습니다.

   신부에게 저의 아들을 소개하여 결혼에 이르도록 지도해 주신,  약혼에식의 주례를 맡은 신부가 다니는 교회의 여목사님은 신부가 고등학교때 장학금을 타서 남편과 사별을 하고 외로왔던 자신에게 반지를 해드리며 위로해 주었고 대학교때 받은 장학금으로는 사택에 에어컨을, 그리고 늘 자신의 옷을 사기전에 먼저 목사님의 옷을 해드렸다는 말씀을 하시며 그 교회의 장로인 신부가족의 교회에 대한 헌신과 충성을 말씀하시며 목이 메이셨고  모인 모든 가족들은 모두 진심으로 두 사람의 앞날을 축복하며  주님께서 두 사람을 통하여   펼치실 미래를 기대하였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아들의 약혼녀, 나의 며느리 정아, 너는 내가 늙어서 나의 주님을 뵈오려 천국에 가고 이 곳에 없을 때에도 나보다 더 오래 이 땅에 남아서 나의 사랑하는 아들과 손자녀를 나보다 더 큰 사랑으로 지킬 기도의 동역자이며 주님을 높이고 주님께 영광드리는 것을 가장 귀하게 여기는 믿음의 가문의 대를 이어갈 주님의 여종이기에  가장 아름답고 좋은 것들로 채워주고 싶은 나의 딸중의 딸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