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 인가?

             ..............본회퍼의 <옥중서신>에서


나는 누구?
남들은 가끔 나더러 말하기를
감방에서 나오는 나의 모습이
어찌 침착하고 명랑, 확고한지
마치 자기 성에서 나오는 영주 같다는데

나는 누구?
남들은 가끔 나더러 말하기를
간수와 말하는 나의 모습이
어찌 자유롭고 친절, 분명한지
마치 내가 그들의 상전 같다는데

나는 누구?
남들은 또 나에게 말하기를
불행한 하루를 지내는 나의 모습이
어찌 평온하게 웃으며 당당한지
마치 승리만을 아는 투사 같다는데

남들이 말하는 내가 참 나인가?
내가 아는 '나'가 참 나인가?

새장에 갖힌 새처럼 불안하고 그립고 약한 나
목을 졸린 사람처럼 살고 싶어 몸부림치는 나

색과 꽃과 새소리에 주리고
좋은 말 따뜻한 말동무에 목말라 하고
방종과 사소한 모욕에도 떨며 참지 못하고
석방의 날을 안타깝게 기다리다 지친 나

친구의 신변을 염려하다 지쳤고,
이제는 기도에도, 생각과 일에도
지쳐 공허하게 된 나.
이별에도 지친 - 이것이 나인가?

나는 누구?
이 둘 중에 어느 것이 나인가?
오늘은 이 사람이고 내일은 저 사람인가?
아님 이 둘이 나일까?

남 앞에선 허세, 자신 앞에선 한없이
불쌍하고 약한 것이 나일까?

이미 결정된 승리 앞에서
무질서에 떠는 패잔병같은 것이 나일까?

나는 누구?
이 적막한 물음은 나를 끝없이
희롱한다.

내가 누구이든
나를 아는 이는 오직 당신뿐
오! 하나님
나는 당신의 것입니다.



*  본회퍼 목사(1906~1945.4.8)

독일의 저명한 신학자이자 교수.
나치 독일에 저항하다, 군법회의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39세의 나이로 순교.

그의 사후50년만에, 베를린의 한 법정에서
독일의 양심이며 국가와 민족을 구출한 인물로써,
본회퍼목사를 복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