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겟세마네 기념교회에서 =


빌라도에게 고난 받으시기 전에
예수님께서 땀방울이 핏방울이 되도록 간절히 기도하셨다던 겟세마네.
성경을 읽으면서 그려보던 내 상상 속의 겟세마네는 널찍한 바위가 있는 동산이었다.
인적이 드문 언덕에 놓여진 그 커다란 바위는
하나님과 그의 외아들이 교통할 수 있는 은밀한 장소요,
천국과 기도의 줄로 곧장 연결이 되는 영적으로 충만한 곳 일거라 막연히 상상을 해 오던 터였다.
그래서 성지 순례 여정 중에서 가장 가 보고 싶었던 곳 중의 하나가 바로 겟세마네였다.  

예루살렘에 있는 많은 유적들이 그러하듯이
예수님께서 기도하시던 곳에도 겟세마네 기념교회가 세워져 있었다.
보통의 교회와 별로 다를 것이 없는 평범한 건축물 안으로 들어가니
제단의 오른 쪽에 크고 검은 바위가 놓여 있다.
내 상상 속에서 그려보던 바로 그 바위였다.

바위 앞에 금줄을 치듯 쇠사슬로 낮게 줄을 쳐 놓았지만
누구든지 원하는 사람은 그 바위에 손을 대고 기도할 수 있게 공개되어 있었다.
게다가 바로 옆에 등받이 없는 좁다란 나무 벤치가 놓여 있어서
누구든지 앉아서 바위에 손을 얹고 기도를 할 수도 있었다.


나는 나무 벤치 끄트머리에 걸터앉아 조심스레 바위에다 손을 얹었다.
분명 바위는 차가웠는데 내 손에 느껴지는 느낌은 뜨거움 그 자체였다.
온 몸에 수만 볼트의 전류가 흐르는 듯 말로는 표현 할 수 없는 전율이 느껴지면서
영혼 깊은 곳에서부터 뜨거운 눈물이 솟아올랐다.

고난을 당하실 것을 미리 알고
땀방울이 핏방울이 되도록 아버지께 간구하셨던 주님의 손길이 닿았던 바위는
침묵하면서 모든 것을 다 증거하고 있었다.
아버지의 뜻이거든 부디 이 고난의 잔을 내게서 거두어 주시기를,
허나 이 모든 것도 내 뜻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시옵기를 간구하셨던
예수님의 간절함을 바위는 2천년이 지난 지금에도 낱낱이 순례자에게 전해 주고 있었다.  


내 속 어느 곳에 그토록 뜨거운 눈물샘이 있었는지 나도 모른다.
머리로는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는데 가슴 속이 펄펄 끓었다.
그저 바위를 붙잡고 펑펑 울기만 했는데 갈급하던 내 영혼이 채워짐을 느꼈다.
아주 튼튼한 기도 줄을 붙잡고 혼신의 힘을 다 해서 기도하는 것 같은 충만함이었다.
내 속에서 말할 수 없는 기쁨과 감사가 샘물처럼 퐁퐁 솟아오르고 있었다.


무엇보다 이 곳에 와서 이렇게 기도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도 감사했다.
내가 성령에 감동이 되어 그 때의 일을 보지 않고도 믿을 수 있다는 것이 감사했다.
말없는 차가운 바위를 붙들고 앉아서도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동일하신 하나님의 아들의 숨결을
이토록 확실하게 느낄 수 있음이 감사했다.
우리에게 부활의 산 소망을 주시기 위해 기꺼이 고난의 잔을 받으신 예수님이
나의 구세주이심이 감사했다.


그 날 이후로 그 겟세마네 동산의 바위는 내 마음 속으로 들어왔다.  

이제부터 더욱 예수님의 본을 좇아 아버지께 모든 것을 맡기고
주 뜻대로 이루시는 삶을 살고자 머리를 조아리고 간구하리라.

내 영혼 깊은 잠에서 깨어나
겟세마네에서 홀로 기도하시고 제자를 부르시던 내 주님을 기다리리라.

주께서 받으신 고난의 잔과 부활의 영광을 다 함께 사랑하리라.

할렐루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