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를 하면서 참으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평범한 아낙네였으면 일평생에 만날 확률이 거의 없는 사람들, 그리고 나와는 전혀 다른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과 만날 뿐 아니라 억지로라도 이해하고 수용하고 친밀해져야 하는 관계에 직면하게  됩니다
내 인생에 결코 개입될 것 같지 않았던 부류의 사람들과 함께 울고 웃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 내 일처럼 기도하는 중에 그 사람들이 바로 내 자신의 한부분이며 내 인생이 다른 것이 아니라 바로 나와 관련된 사람들과의 관계와 그로 인해 파생된 상황의 연속인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십 여 년 전, 우리 큰 아이가 아기일 때 우리 집에 우유를 배달하던 성실하고 청년이 이틀이나 오지 않아서 집 근처의 청년이 자취하던 방이 딸린 우유대리점에 찾아 갔던 일이 있습니다 우유 값을 받으러 오면 우리 집 마루에 걸터 앉아서 이야기도 나누고  우리 아기도 얼러주고 가끔 책도 빌려 갔던, 그 시원시원하던 청년의 얼굴이 검은 액자에 사진으로 남아 있고 결혼을 며칠 앞두고 연탄가스로 세상을 떠난 아들의 썰렁한 자취방에서 망연자실 앉아있던 할머니의 모습이 음울한 영화의 한 장면처럼 두고두고 뇌리에 남아 오래오래 마음을 어둡게 하곤 하였습니다 내 주변의 사람들, 부모와 자녀들, 시댁, 친척, 이웃, 도로를 청소하는 환경미화원 그리고 우리 차를 의뢰하는 카센터사람들까지라도 행복하고 아무 탈이 없어야 나의 잠자리가 편안하고 아침이 개운합니다 하물며 영생의 은혜를 함께 누리는 교회가족들이야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우리 성도들이 행복해야 내가 행복하고 우리 성도들의 가정이 평안해야 목회자가 숨통을 틀 여유가 생기는 것입니다

하지만 원치 않는 이별도 많이 감수해야 하는 것이 목회자의 삶입니다
같은 목표를 가지고 기도 하고 교회의 애경사를 함께 겪으며 피를 나눈 형제보다 더 친밀하였던 성도들이 강남으로 외국으로 또 이런저런 이유로 교회를 떠나야 할 때 목회자는 가슴으로 혼자서 장례식을 치룹니다 서운함과 쓸쓸함, 배신감, 염려, 더 잘 못해준 안타까움에 한동안 열병을 치루기를 거듭하면서 나이가 들고 연륜이 생기고 교회와 성도들 한사람 한 사람을 더욱더 온전히 주님께 맡기는 훈련을 받게 됩니다  

어떤 분은 자식을 유학 보내는 부모 마음, 가족을 외국으로 보내는 기러기아빠 마음, 병약한 아들 군대 보내는 엄마 마음보다 성도를 떠나 보내는 개척교회 목회자마음이 더욱 아픈 것이라고 하였는데 그것은 영혼의 아픔인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독생자 외아들을 이 땅에 보내셔서 온갖 수모와 고초를 겪는 것을 인내하시며 목도하신 하나님아버지를 생각하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별의 아픔이 나이가 든다고 치유되는 것은 아니지만 하나님께 소망을 두면서 잠시 보류하는 지혜를 배우기는 합니다 지금은 헤어져도 언젠가는 더 좋은 상황에서 더 기쁘게 만나게 될 것을 기대합니다  그 때는 더 성숙해지고 영적으로 더 강한 군사가 되어서 사소한 아픔 따위는 근접도 못할 풍성한 은혜로 서로를 대할 것입니다 그 때는 미처 못한 말,  표현 하지 못한 사랑도 눈빛으로 다 이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천국에서 만나서 영원히 함게 살며 해같이 빛나는 기쁨으로 우리의 눈물을 씻겨주신 하나님을 찬양할 것입니다 [계21:4]


(13회 이평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