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하나님의 은혜 (김영미, 신상우 piano)
+ Interview with신상우
어떤 마음으로 쓴 곡인가요?
제가 99년에 작곡한 곡인데요. 벤쿠버에 있을 때, 영적으로 하나님 은혜를 망각하고, 마음을 추스르는 것조차 쉽지 않았어요. 하나님께서 눈에 띄게 해주셨던 구절이 ‘나의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라는 말이었어요.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회복을 이야기하면서 조은아 씨에게 작사를 부탁드렸어요. 다음 날, 하나님의 은혜가사를 받았어요. 가사를 보는 순간 느낀 하나님의 은혜는 정말 충만했어요.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없는, 다시 한 번 끝까지 ‘은혜’로 살아야겠다는 제 고백이 담긴 찬양입니다.
people 2017년 12월호주님의 한량없는 은혜로 산 자작곡가 고(故) 신상우
“나를 지으신 이가 하나님/ 나를 부르신 이가 하나님/ 나를 보내신 이도 하나님/ 나의 나 된 것은 다 하나님 은혜라.”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곡이며, 정말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즐겨 부르는 <하나님의 은혜>라는 찬양곡입니다. 이 곡을 작곡한 신상우는 간암 진단을 받고 투병하다, 2017년 10월 12일 52세를 일기(一期)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신상우는 섬세하고 감수성 풍부한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로, 서울대학교 작곡과를 졸업했습니다. CCM은 물론 클래식과 대중음악계에서 두루 사랑받았습니다. 1995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예수전도단 월요모임’ 반주자로 참여하면서 찬양 사역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 외에 <축복하노라>, <그래도>, <지명>, <기름부으심> 등 수많은 곡을 작곡, 연주하며, 작사가 조은아, 찬양 사역자 고형원, 박종호, 송정미 등과 함께했습니다.
교회 밖으로는 소프라노 김영미, 테너 배재철, 뮤지컬 가수 임태경 같은 음악가들의 음반 작업에 참여했으며, <베토벤 바이러스>, <주몽>, <대조영> 등 드라마 OST 작업에도 함께했습니다.
신상우에 대한 기록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 흔한 인터뷰 기사조차 찾기 어려웠습니다. 수많은 곡들을 작곡하고 그렇게 많은 예배의 자리에서 연주했지만, 본인을 드러내는 데는 꽤나 엄격했나 봅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영광이 드러나는 자리에는 이유 불문하고 달려갔습니다. 간암으로 투병하는 중에도 연주의 자리를 물리치지 않았고, 소천하기 며칠 전까지 작은 교회에서 주일 예배 반주를 섬겼습니다. 평생토록 가장 많이 연주했을 <하나님의 은혜> 노랫말처럼, “달려갈 길 다 가도록 마지막 호흡 다하도록” 예수님의 십자가를 품고 산 50여 년 세월이 헛되지 않았으리라 헤아려 봅니다.
신상우를 사랑하는 친구, 선후배, 믿음의 동역자들이 빛과소금을 통해 신상우를 그리워하고 추억하는 글들을 보내주셨습니다. 함께 나눠봅니다.
글 서진아 사진 김주경 사진 제공 스티그마콰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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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우 오빠는 캐나다 밴쿠버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당시 유학중이던 고형원 전도사님 댁에서 처음 본 것으로 기억됩니다. 첫 인상은 “세련된 겉모습과 어울리지 않는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의 소유자.”
그날 이후로, 말씀 묵상 중에 적어두는 글이 있으면 상우 오빠와 나눴고,
오빠는 그 글들에 곡을 붙였습니다. <축복하노라>, <하나님 나 부르실 때>, <창조의 생기>가 모두 이때 만들어진 찬양들입니다.
상우 오빠는 어른들을 잠 섬기고 베풂의 은사를 지닌 사람입니다. 어디든 다녀오면 빈손으로 오지 않고 작은 선물이라도 꼭 챙겨오곤 했어요. 지난 몇 년간 한국에서 생활할 때 동네 주민으로서 가까이 지내기에도 전혀 불편함이 없는 따듯하고 섬세한 분이었습니다.
뒤돌아보면, 오빠한테 가사를 전달할 때 단 한 번도 글에 담긴 의미를 따로 설명한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저의 고백들을 가장 적절한 음악으로 표현해 주었지요. 그것이 오늘도 참 감사합니다.
오빠가 의식 불명이라는 소식을 (상우 오빠) 어머니께로부터 전해 듣고, 9월 초부터 쓰기 시작했는데 미처 완성하지 못했던 가사를 오빠가 떠난 뒤에 마무리했습니다. 오빠에게 보내는 마지막 인사를 이 노랫말로 대신합니다.
가죽신
어제는/ 내 상한 발에/ 가죽신을 덮으셨고
오늘은/ 내 지친 몸을/ 친히 등에 업으시네
어제는/ 내 상한 맘을/ 허리 굽혀 들으셨고
오늘은/ 내 찢긴 살에/ 당신 눈물 바르시네
내 아버지/ 그 넓은 품에/ 나 이제 안기어
어제의 가죽신/ 그 발 앞에 내려놓고
이제는 아버지와 함께/ 가죽신을 지으리
상한 발로 아파하는/ 친구들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