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열흘간 지독한 감기[그래서 독감?]를 앓았습니다.
사실은 감기몸살을 스스로 자취하였는데 이번 주부터는 대 심방에 전도폭발훈련, 성서강좌특별 새벽기도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을 테니 아프려면 지난 주에 다 아퍼 버려야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바이러스들도 절호의 기회라고 눈치 챘는지 총력공격을 하였습니다. 마침 목사님도 기도원에 가시고 원래 독립적인 아들에다[그래도 미혼인 자녀의 식사준비라는 고귀한 책무를 빼앗을 수 없다면서 매일 3000원씩을 요구하여서 타가지고 갑니다 ] 딸아이도 대학에 들어가 자기 일을 다 알아서 하니 식사나 빨래에서도 자유로워서 마음껏 아플 수가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정말 몇 년 만에 열 두 시간 이상을 침대에 누워서 지냈습니다.
고열에 두통, 기침, 몸살을 다 끌어안고 간신히 새벽기도만 다녀와서는 다시 침대에 누워서 펄펄펄, 칵칵카각 끙끙끅끙 신나게 앓았습니다. 기도원에서 전화를 건 목사님이 놀라서 오겠다고 하였지만 정중히 거절하고 [사실 도움이 되지도 않아요] 혼미하고 달콤한 열병의 세계에 파묻쳤습니다. 그 혼미한 아픔 중에 어릴 적 소꿉장난하던 기억, 같이 놀던 고염나무가 있던 앞 집의 남자아이, 고등학교 때 칼바람 맞으며 고민하며 걷던 연안부두에서부터 윤동주의 서시, 그가 그리워하던 어릴 때 다녔던 용정의 십자가 탑이 높이 솟은 교회당과 그의 시 ‘외로웠던 사나이 예수’ 그리스도의 세계, 그리고 황석영의 소설 장길산에서 길상이 묘옥과 헤어지는 장면의 아픔을 연상하며[이 장면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뻐근하게 아픕니다] 애달프고 아스라한 아픔의 온기 속으로 빠져들어 갔었습니다. 그래, 내 몸과 영혼도 가끔 이런 일탈과 휴식이 필요해 하면서...

아픔은 외로움입니다.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하나님과 나만의 비밀의 세계입니다. 깊은 밤의 중환자실에서  혼자 깨어있을 때의 쓸쓸함과 눈부신 환한 봄날 어둠의 방 속에 두꺼운 이불을 덮고 혼자 누워있는 버림 받은 고독감입니다. 저는 이 고독감을 아주 흠뻑 즐겼습니다  너무도 바쁜 일상의 쳇바퀴에서 벗어나 이런 저런 근심을 다 벗고 오직 내 몸 아픈 것만 생각해도 좋은 그 시간, 당분간은 다시 갖지 못할 그 시간을 즐기고 즐겼습니다.

겨울의 마지막 문턱을 넘어서 이제  거부할 수 없는 봄을 맞으며 나를 필요로 하는 모든 일상의 세계로 가기 전에 아끼고 감춰두었던 과거의 기억의 거울을 응시하며 지나간 시간  속에 나를 침잠시키고 마음껏 나만을 생각해 본 긴 휴가를 끝내고 이제 돌아왔습니다.  

이제 대심방이 시작됩니다. 하나님께서 성도들을 축복하라고 명하시고, 다니면서 그 집안의 저주를 끊고 행복의 샘을 파주라고 맡기신 과제를 수행하려고 합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간절히 바라는 사랑하는 성도들의 집안에 생수를 넘치게 하는 축복의 입술과 마음으로 새 날을 시작하려 합니다 지난 아픔들을 다 날려버리고....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4-10-13 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