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에서 차로 70분 거리에 있는 코벤트리 Coventry 는
이차대전 때 독일군의 폭격을 받아 완전히 폐허가 되고 말았죠.
그곳의 대성당도 폭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파괴되었는데
마을 사람들은 잔해를 그대로 놔둔채
그 바로 옆에다가 대성당을 새로 지었습니다.


파란 하늘이 바라다 보이는 성당의 폐허
밤하늘에 별이 총총이 박혀있는 늦은 저녁에 저 마당에서
미사를 올린다면 참 근사할 것 같죠?


그런데... 한가지 인상적인 풍경은
새로 지은 성당 앞 광장에 서있는 동상인데...
아래 그림에서 보시다시피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채
알몸으로 말을 타고 있는 여인이 바로 그것입니다.



아니..영국에도 애마 부인이?" 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네요.
이 동상의 주인공은... 놀랍게도 11세기경
코벤트리 영주의 부인이었던 고디바 Lady Godiva 입니다.


대체 무슨 연유로 그것도 공공의 장소에다가
자신들의 조상이나 마찬가지인 영주의 부인을
벌거벗은 동상으로 만들어 세워놓은 것일까요?
이 동상이 세워지게 된 사연을 모르면 동상의 주인공을
애마 부인으로 착각할 수 있습니다.


그럼 지난 날로 돌아가 그 사연을 들여다 볼까요?
때는 역사의 암흑기라고 불리우던 중세 시대
착한 심성을 가진 고디바 부인은 코벤트리 영주의 아내입니다.
그녀는 백성들이 어렵게 살아가는 이유가
그들에게부과된 과중한 세금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남편에게 세금을 대폭 감면해줄 것을 간곡하게 부탁합니다


그러나 욕심 많던 영주는 백성들의 고통은 아랑곳 하지 않고
고디바 부인이 희망하는 세금 감면을 일언지하에 거부하지요
그러나 그녀는 백성들을 위해 귀부인의 자존심을 모두 버리고
남편에게 부탁하고 또 부탁합니다.


영주는 아내의 요구를 물리칠 묘안을 짜내다가
번득이는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습니다.
아내가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조건을 내세우면
그냥 포기해 버릴거라는 생각을 한거죠.



영주가 아내에게 내세운 조건이 뭐냐 하면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말을 탄채
마을을 한 바퀴 돌아야 한다는 것.
세상에... 세금을 감면해주는 조건으로
자신의 부인을 벌거벗겨 마을을 돌게 하다니
정말 말도 안되는 요구죠?


영주는자신이 승리했다는 듯 부인을 바라보며
득의만만한 표정을 지었겠죠.
그러나... 슈퍼 워먼 고디바 부인은 거기서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왜냐구요? 사랑하는 자신의 백성들을 위해서라면
그런 모욕쯤은 참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겁니다
.



고디바 부인은 다음 날 아침 시종들의 눈물 어린 배웅을 받으며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말 위에 올라타 거리로 나섰습니다.
그녀의 모습을 영국 고전주의 화가 존 콜리에의



고디바 부인의 모습 너무도 아름답죠?
그녀의 벌거벗은 몸이 아니라 그녀의 마음 말입니다.
여기서 애마 부인을 상상하신다면... 참으로 슬픈 일입니다.
그런데 마을 사람들이 그녀를 구경했을까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그림에서 보듯이...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을 위해 희생한 영주 부인을 위해
집의 창문을 걸어 잠구고 커튼을 친 다음 그 누구도
내다보지 않았으며 그 날의 일을 모두 비밀에 부쳤습니다


남편 아니 영주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고디바는
결국 백성들의 세금을 줄이는데 성공했고
그녀의 이야기는 전설로 남아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18세기 이후 코벤트리 마을은 고디바 부인의 전설을 관광상품화 했고
지금도 말을 탄 여인의 형상을 마을의 로고로 삼고 있습니다.


앞에서 소개해 드린 고디바 부인의 동상도 그 중 하나가 되겠지요.
부인의 전설은 화가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캔버스에 옮겨졌는데
앞에서 소개해드린 작품을 비롯하여
초현실주의 화가 달리도 고디바 부인을 그렸습니다. 이렇게



이 그림 역시 고디바 부인의 전설을 모르면
에로틱한 그림으로 착각하기 십상입니다
. 요즘 같은 시대에 당시와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고디바 부인과 같은 용기를 낼 수 있을까요


여자가 아니더라도...
지금 우리가 살고있는 이 세상은
고디바 부인 같은 용기있는 자를 필요로 합니다.
어느 누가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