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화초 키우기

이른 아침, 아기 천사들에게 물을 주면서 아침인사를 나눈다.
잘 잤니? 더 예뻐졌네! 사랑해!...
씨앗 채소를 수경 재배로 키우기 시작했다. 수경재배는 실내에서 흙 없이 물로만 식물을 기르는 방법으로 콩나물이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예전부터 길러보고 싶던 차에 올 봄, 가락시장의 종묘상을 들르게 되었다. 종묘상에 들어서는 순간 빼곡이 들어찬 수많은 씨앗들의 생명력의 경이로움에 빠져 버렸고, 한참을 구경 하다가 여러 종류의 씨앗을 구입하게 되었다. 중동 지방에서 천사의 식물로 여겨진다는 알팔파, 제일가는 항암 효과로 유명한 브로콜리, 비타민(다채), 엔다이브(치커리), 홍화 등이 내가 구입한 것들이다. 수경 재배는 씨앗을 하루 저녁 생수에 푹 담구어 놓았다가 천이나 휴지를 촉촉히 깐 쟁반 바닥에 겹치지 않도록 씨앗을 깐다. 그리고 좀 어두운 곳에서 하루에서 이틀을 두어 발아하기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준다. 그러면 깨알 같은 씨앗이 한껏 부풀어 오르다가 마침내 팝콘처럼 하얀 눈을 틔워 내기 시작한다. 씨앗을 키우는 공간은 아지랑이처럼 아련하기도 하고 구름처럼 포근한 듯한 느낌이 피어오른다. 마치 거대한 오케스트라를 연주하지만 너무도 고요해서 귀로는 들을 수 없는 아름다운 음악 속에 잠긴 것 같기도 하다. 그 느낌은 생명, 사랑이라는 표현 밖에는 묘사 할 수 있는 단어를 나는 알지 못한다. 그 공간 속에 누워 본다. 금새 스르륵 몸과 마음이 눈 녹듯 풀어진다. 얼마 전, 매우 피곤한 상태의 중년 남자분이 이 곳을 방문 했다. 그 분이 머무르던 삼십 분간을 새싹이 있는 공간에서 쉬게 해드렸다. 그리고 나는 다른 곳에서 그 분이 새싹들의 사랑을 흠뻑 받으시는 모습을 그리면서 명상을 하였다. 삼십 분 후 들여다보니 그 분은 너무도 편안하게 잠이 들어 있었다. 깨워도 쉽게 일어나지 못할 만큼 혼곤한 상태에서 쉬고 있으셨다. 중년의 아저씨가 여리디 여린 새싹들의 사랑의 품에서 지치고 피로한 몸과 마음을 위로받는 모습이었다. 어제는 이 곳에서 수련하는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씨앗을 나누어 주었다. 이 아이들은 그동안 허브를 비롯한 식물들과 교감하는 연습과 명상을 해왔었다. 아이들은 씨앗을 소중한 생명으로 여기고 사랑으로 돌보아 키우겠다는 약속을 하고 씨앗들을 집으로 데려 갔다. 이제 씨앗과 사랑을 주고받는 명상을 아이들과 함께 할 생각이다. 아이들의 맑은 영혼의 빛과 새싹의 생명력의 빛이 하나로 어우러져 더욱 밝게 빛나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들이 서로를 북돋아 주면서 더욱 아름답고 밝게 자라나는 모습이 떠오르면 나의 얼굴에, 입가에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미소가 떠오른다.


                                    엠디그린 병원 부속 명상센터 강사로 계시던 무렵의  윤선희 선생님의 글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3-27 1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