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힘


이탈리아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코(1181-1226)는  
가톨릭사상 가장 위대한 성인입니다.
단순하고 천진한 신앙, 자연에 대한 사랑과 겸손 등으로
또 하나의 그리스도'라고 불렸습니다.

실제로 그리스도의 십자가 상흔을 손에 받았던  
이 성인이 노래하라고 하면 새들도 노래했다고 합니다.

클라라(1194-1254)는 프란치스코의 설교에 감동하여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수녀가 되었던 성인입니다.
두 사람에 관한 다음과 같은 일화가 전해옵니다.
두 사람은 서로 사랑했습니다.
그러나 수도원 사람들은 이 두 사람의 영적인 사랑을
이해하지 못하여 말들이 많았습니다.
결국 프란치스코는 클라라를 멀리 보내기로 했습니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부는데 클라라를 배웅 나간 프란치스코는
말없이 눈에 덮여가는 길만 바라보았습니다.
클라라는 작별인사를 하고 눈길을 가다 갑자기 돌아서서 프란치스코에게 물었습니다.
"언제 우리가 또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이제는 다시 만나기 힘들다는 것을 두 사람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저 산의 눈이 녹고 꽃이 필 때쯤이면 다시 만날 수 있겠지요"
라고 프란치스코가 대답하자마자
갑자기 눈이 녹고 산마다 꽃이 피었습니다.

기도하러 산에 올라가셨다가 풍랑에 시달리는제자들에게
물 위로 걸어서 오신 예수님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예수님은 자신을 위해서는 단 한 번도 기적을 행하지 않으셨습니다.
그 많은 환자를 고쳐주고 귀신을 몰아내고
심지어는 죽은 사람까지 살리셨지만
자신이 직접 기적의 주체가 된 적은 없습니다.

그러므로 한밤중에 역풍을 만나 파도가 치는 호수 위를
걸어오시는 예수님의 모습은 매우 이례적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은 왜 물 위를 걸어오셨을까요?
제자들에게 초능력을 보여주기 위함이었을까요?
아닙니다.
예수님은 풍랑에 시달리는 제자들을 안심시키려 하신 것뿐입니다.
새벽 4시였으므로 배도 없었고
제자들에게 건너갈 다른 방도가 없었던 것입니다.
제자들이 탄 배로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물 위를 걷는 기적뿐이었습니다.

클라라를 사랑하는 프란치스코의 마음이
한순간에 눈을 녹게 하고 꽃을 피우는
기적을 일으킨 것처럼 제자를 사랑하는
예수님의 마음이 물 위를 걷는 기적을 일으킨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께서 물 위를 걸으신 기적은 바로 사랑의 힘이었습니다.
그러나 베드로는 주님을 사랑하기보다는
자신을 뽐내기 위해서 물 위를 걷는 기적을 흉내내다 물에 빠진 것입니다.

믿음은 사랑입니다.
사랑하십시오.
제자를 사랑하여 물 위를 달려오신 예수님처럼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하십시오.

그리하면 눈덮인 산봉우리에서
갑자기 눈이 녹고 단숨에 꽃들은 피어나
그대와 나는 헤어지는 일 없이
주님의 사랑안에서 영원히 함께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최인호 베드로/작가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5-05-19 1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