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과 그 시간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무렵 환난에 뒤이어 해는 어두워지고 달은 빛을 내지 않으며 별들은 하늘에서 떨어지고 하늘의 세력들은 흔들릴 것이다. 그때에 ‘사람의 아들이’ 큰 권능과 영광을 떨치며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사람들이 볼 것이다.
그때에 사람의 아들은 천사들을 보내어 자기가 선택한 이들을 땅 끝에서 하늘 끝까지 사방에서 모을 것이다.
너희는 무화과나무를 보고 그 비유를 깨달아라.
어느덧 가지가 부드러워지고 잎이 돋으면 여름이 가까이 온 줄 알게 된다.
이와 같이 너희도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사람의 아들이 문 가까이 온 줄 알아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이 세대가 지나기 전에 이 모든 일이 일어날 것이다.
하늘과 땅은 사라질지라도 내 말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른다. 하늘의 천사들도 아들도 모르고 아버지만 아신다.”
(마르 13,24­-32)


◆얼마전 간경화로 세상을 떠난 시몬 형제가 기억난다.
는 한때 노숙자 생활을 하면서 두 번이나 자살을 시도했던 형제였다.
우연히 본당에서 노숙자를 관리하는 한 자매 봉사자를 만난 후 노숙생활을 청산하고 예비자 교리를 받으면서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어 나름대로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던 형제였다.
유난히 무덥던 8월 초 시몬 형제는 복수가 차서 병원에 입원했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에도 예비신자 교리를 받았고 퇴원하면 술도 끊겠다며 좋아했다.
예비신자 교리 교육이 끝나고 본인이 원했던 시몬이라는 이름으로 대세도 받았다.
시몬은 한 달 후엔 퇴원할 수 있을 거라며 희망을 잃지 않았다.
그러던 중 병이 악화되어 임종을 준비하라는 연락을 받게 되었다.
봉사자는 임종을 앞둔 시몬 형제에게 마지막으로 가족을 만나게 해주고 싶어 수소문한 끝에 가족을 찾았다.
오랜 시간 연락을 끊고 지냈던 형제들과 어머니를 만났고 가족이 시몬의 병실을 지켰다.
시몬 형제는 기초생활수급자였기 때문에 임종을 하더라도 장례 비용을 지급받을 수 있었고 부족한 금액은 본당에서 지원해 주기로 했다. 그래서 시몬의 장례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시몬은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임종을 했고 모든 장례 절차는 가족이 알아서 처리했다.
그동안 돌봐주던 봉사자에게는 연락도 하지 않은 채. 한 봉사자의 작은 말 실수가 상황을 어렵게 만들어 버린 걸 나중에야 알았던 것이다. 그 봉사자가 시몬의 형제에게 전화해서 장례비용을 7남매가 10만 원씩 부담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했던 것이다. 그 한마디가 어렵게 찾은 가족의 마음을 다치게 한 것이다.
천주교는 마지막 임종의 길을 정성껏 살펴줌으로써 많은 전교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일이 벌어지고 나니 안타까움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이 허탈했다.
어쩌면 열심히 봉사하던 우리가 세상적인 것으로 보상받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던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는 나름대로 하늘나라 창고에 차곡차곡 보화를 쌓는 것이라고 서로를 위로했다.
그후 우리는 시몬 형제를 위해 연미사를 넣고 매주 화요일 교리가 끝나면 예비신자들과 같이 연도를 했다.
우리는 시몬 형제를 통해서 겹겹이 쌓여 있던 불신감, 늘 소외당한다는 마음, 그 마음들이 조금씩 열리는 것을 보았고, 각자가 주님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으로 변화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잃었던 가족과의 만남, 노모에게 용서를 청했던 것들이 시몬 형제에게 큰 은총이 되었으리라 믿으며 “그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른다.
하늘의 천사들도 아들도 모르고 아버지만 아신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마음속에 새겼다.
임종심(서울대교구 중림동 천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