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주 반지



그는 사업에 실패하였습니다.
조그만 중소기업이었지만 20여년 동안을
온 정력과 마음을 쏟아 이끌어 온 회사였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불어 닥친 불황과 함께
거래처마저 부도가 나자
그의 회사도 감당하지 못하고 부도를 내고 말았습니다.

사방으로 뛰어다니며 회생시켜 보려고
안간힘을 써봤지만 더이상 버틸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그만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그는 이제 세상을 살아갈 힘도 희망도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죽음을 생각하였습니다.
유서를 썼습니다.

20년 동안을 오직 남편을 아끼고 사랑하며
가난과 고통을 참고 산 아내에게 유서를 썼습니다.

고등학생인 딸과 중학생인 아들에게도
못난 아비를 용서해 달라고 유서를 썼습니다.

사업체의 직원들에게도
책임을 다 못한 사장을 용서해 달라고 유서를 썼습니다.

그리고 그는 낭떠러지가 있는 바닷가로 갔습니다.

신발을 벗어놓고 손에 끼었던 묵주 반지도 빼서
신발 곁에 놓았습니다.

그때 선뜻 한 가지 스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이제 아내와 자식,
그리고 고마웠던 친구들을 떠나는 마당에
그들을 위해 마지막으로
묵주기도라도 바치고 떠나자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는 그 자리에 앉아 묵주기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여인 중에 복되시며
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한 알 한 알 묵주를 굴릴 때마다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묵주기도를 바치면서부터
그는 자신의 죽음을 잊기 시작하였습니다.
세상의 괴로움이나 절망도 모두 잊었습니다.

한 시간 이상을 묵주기도를 하던 그는
어느새 일어나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에게는 죽음도 절망도 아픔도 없었습니다.

어느새 용기와 희망이 가득하였습니다.

돌아오는 그의 마음 속에는
하느님이 함께 계셨습니다.

             - 영혼의 샘터(바오로딸)중에서2007 6~7 103.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