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일에 어머니 칠순 잔치가 있었다.

며칠 전부터 초대장을 만들고 케이크를 주문하느라 마음이 분주했고, 바로 전날에는 꽃바구니를 만들기 위해 꽃가게를 여러 번 다녀와야 했다.
잔칫날, 어머니와 성당 노인회를 함께하는 분들을 초대해서 점심식사를 했고 가까이 지내는 교우들도 참석해서 기쁨을 나누었다. 즐거워하시는 어머니 모습을 보니 내 마음도 무척 기뻤다.

잔치를 마치고 난 다음 수요일, 레지오 마리애 회합에 가면서 지난 주 활동을 돌아보았다. 묵주기도도 제대로 못했고, 협조 단원을 돌보지도 못했던 것이 떠올랐다. 오늘 복음 말씀처럼 일상의 근심으로 내 마음이 무뎌진 것이리라. 예수님은 “조심하여라”는 말씀을 두 번이나 하신다.

나는 가끔 우리가 처음 이민 오던 날 풍경을 떠올리곤 한다. 캘거리 공항에 발을 디딘 때는 2월 중순 한밤중이었다. 온 천지가 하얀 눈으로 덮여 설국에 온 것 같았지만 모든 것이 낯선 우리에겐 두려움뿐이었다.
남편 베드로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가장으로서 식구들을 이끌고 가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을 느꼈을 것이다.
나 역시 아이들이 새로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지 걱정되었다. 무사히 중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에 갈 수 있을지, 이곳 캐나다 아이들과 잘 어울려 지낼 수 있을지…. 걱정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이민생활 6년이 지난 지금, 두 아이는 학교를 무사히 졸업하고 장학금을 받으며 대학에 진학했다.
이제 나는 감히 말할 수 있다.
주님께서 우리를 이곳으로 불러주셨다고. 모든 것을 예비해 놓으신 그분은 우리를 보살펴 주시고 우리를 도구로 쓰신다고.

예수님은 당신을 죽이려는 음모를 아시면서도 낮에는 성전에서 가르치셨고 저녁이 되면 올리브산에 올라가서 기도로 밤을 지내셨다. 우리도 깨어 기도하면서 언젠가 주님 앞에 서게 될 날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신금재(캐나다 캘거리 성 안나 한인 천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