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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제법 열심한 신자들이 많다.
그들 중에는 신심(信心)이 좋은 사람이 있고, 심신(心身)이 좋은 사람도 있다
‘믿는 마음(信心)’이 좋은 이들은 열심히 미사에 참석하고, 묵주기도도 자주 바치고, 기도회도 열심히 나간다.
믿음이 좋으니 세상 걱정도 별로 없다.
기도하는 영혼은 맑기 때문이다.
몸과 마음(心身)이 건강한 사람들도 성당의 봉사활동에는 열성이다.
궂은 일도 도맡아 하고, 시간과 재물을 바쳐 성당 일에 몰두한다.
어울려 즐거운 이야기와 술 한잔으로 나누는 정(情)도 마다하지 않는다. 

  신바람 나게 신앙생활을 하는 이들을 보면 가끔 “나는 왜 신앙심이 약할까”하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제법 오랫동안 성당에 다니며 성경도 읽고, 교리도 배우고, 신앙 강좌도 들으며,
나름대로 봉사도 한다고 생각하는 데 왠지 마음에 열정이 생기지 않을 수 있다.

우리가 흔히 갖기 쉬운 오해 중의 하나는
신앙이란 마치 ‘교회가 가르치는대로 굳게 믿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신앙이 한 면일 뿐이다.
신앙이란 본래 믿을 내용에 대한 동의이기 이전에 ‘누군가를 신뢰하는 인격적인 능력’을 필요로 한다.
여기서 ‘인격적 능력’이란
우리가 흔히 사람들을 만나 믿고, 이해하고, 용서하고, 화해하며 친교를 나누는 능력을 말한다.
그래서 신앙심은 단순히 정해진 기도와 규정된 성사생활을 열심히 하면 생기는 것이 아니다.
작고 보잘 것 없는 형제 안에 살아 계신 하느님과 친구를 대하듯이
자주 만나 대화하고, 용서와 화해를 청하는 인격적인 친교를 나눠야 한다.
  
  그런데 신심이 좋은 사람들 중에는 인격적 친교능력이 없이 자기 신앙에만 몰두하는 사람들이 있다.
교회의 관심과 이웃들의 어려움과는 무관하게 공동체 안에서 자기 신앙에만 열중하는 것이다.
이들은 대개 세상 것을 미워하고,
하느님께 속한 것만을 찾는 것이 이분법적인 신앙이 올바른 신앙이라 확신하며 살아간다.
근래 보수적 근본주의 신앙으로 비판 받는 일부 개신교 신자들이 이 경우다.
물론 천주교 신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이들이 빠지기 쉬운 유혹은 ‘오직 신심만으로’이다.
신앙에 필요한 세상 속의 인격적 친교와 통교 없이 오직 하느님만 찾는 열광주의나 광신의 유혹이다. 

  반대로 본당에서 간혹 열심한 신자들 중에는 심신(心身)이 건강해
영적인 기도와 성사 생활보다는 몸으로 뛰는 친교와 봉사를 선호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에게는 삶이 기도요, 생활이 곧 신앙이다.
본당에서 행사가 기도보다 우선되고,
능력이 신심보다 더 큰 가치로 여겨진다.
기도하지 않는 신앙이다.
이들에게는 하느님을 믿는 마음의 열정 없이 몸으로 부대끼는 것이 신앙의 전부라고 여겨질 수 있다.
그러다보면 언젠가 자신의 능력이 인정 받지 못하고,
자신의 존재감이 외면될 때 쉽사리 냉담에 빠지거나,
가슴 없는 발로 뛰는 신앙에 머물 수 있다.
그런 발은 내키지 않으면 언제든지 교회 아닌 다른 곳으로 돌려지기 쉽다. 

  참된 신앙은 세상의 진흙탕을 피해 사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진흙탕 속에서 하느님 말씀의 보화를 건지는 것이다.
 
또한 올바른 신앙은
 내 마음이 찾아야할 하느님과의 조용한 만남과 대화 없이
사람들과의 친교 속에서만 찾는 것도 아니다.

배부르고 도전 받지 않는 교회는 신심 없는 냉소주의에 빠질 수 있다.
반대로 배고프고 도전만 하는 교회는 배타적이고 타협 없는 승리주의에 빠질 수 있다.
참된 신앙은 이 둘을 조화롭게 살아가는 것이다.

 송용민 사도 요한 신부┃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 총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