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요즘 최양업 신부가 신학생 시절의 스승 신부들에게 보낸 서한을 읽고 있습니다.

일곱 번째 편지부터 최신부가 조선에 들어와서 쓴 편지인데 저는 그것을 읽으면서

‘내가 배티에 온 것이 우연이 아니었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최 신부님의 첫 번째 편지는 1842년 4월 26일에

스승이신 르그레즈 신부님께 쓴 편지인데 그 내용 중에

‘만일 신부님이 저더러 무엇을 청하라고 말씀하신다면, 진짜

십자가 나무 한 조각이나 성인들의 유해를 주셨으면 합니다.’

두 번째 서한집을 보면 ‘전번 서한에 우리 구세주 예수님의 지극히 거룩한 십자가

한 조각을 청한 일이 있습니다. 신부님께서 장만하신다면 틀림없이 저에게

보내 주실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 서한에서 ‘드디어 11월 21일에 신부님의 서한과 거룩한 유해를

받고 더할 수 없이 기뻤습니다.’

이렇게 십자가 보목에 대해 여러 번 언급하고 있습니다.

‘십자가 보목을 한 번 볼 수만 있다면~’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십자가 보목을

최양업신부님께서는 살아생전에 보지 못하셨습니다.

여러분들은 여기에 한 달에 한 번 오시면 최양업신부님이

꿈에도 그리던 십자가 보목을 보는 것만이 아니라 친구까지 할 수 있습니다.

최양업신부님의 간절한 염원이 이 김 신부를 통해서 이루어져서

결국에는 이곳 배티까지 저를 불러들인 것이 아닐까요?

최양업신부님의 본당이자 한국최초의 본당이 바로 이 배티 본당이에요.

십자가 보목이 지금 여러분 앞에 있는 과정을 아시는 분은 아시지요?

모르는 분이 있어서 다시 한 번 말씀 드립니다.

예수님이 돌아가시고 묻히셔서 사흘 만에 부활하셨지요?

그 십자가보목이 어디로 갔는지 사람들은 관심 밖이었어요.

AD 313년에 로마제국에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국교로 가톨릭을 허용했어요.

헬레나황후는 신앙으로 잘 기른 아들, 콘스탄티누스 대제에게 부탁을 합니다.

“예수님이 돌아가신 예루살렘으로 성지순례를 보내다오.”

헬레나 황후가 예루살렘 성지를 가보니 예수님이 돌아가신 지

300년이 지난 후였던 게쎄마니 동산에는 십자가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고,

그곳에는 이미 비너스 신당이 세워져 있었어요.

헬레나 성녀는 비너스신당을 부수고 그곳을 파라고 했지요.

인부들이 예수님십자가가 있을 만한 곳을 찾아 땅을 파내려 가자

땅 속에서 세 개의 십자가가 발견되었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에는 분명히 ‘유대인의 왕 나자렛 예수’ 라고 하는

죄인의 명패가 있어야 되는데 그것도 다 떨어져 나갔고, 그 중에

어느 것이 주님의 십자가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뒤엉킨 십자가를 내려놓고 주교님과 헬레나 성녀는 무릎을 꿇고

주님께 기도를 드렸습니다.

기도 중에 예루살렘의 주교님에게 주님의 지혜가 내렸는데

구약의 출애굽기에서 유대인이 광야에서 뱀에 물렸을 때

뱀의 형상을 한 구리뱀을 보고 나았다는 성서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구리뱀을 보고 병이 나았다면... 주님의 십자가는 능력의 십자가일 것이다.’

주교님께서 병자들에게 각각의 십자가에 손을 대 보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첫번 째 십자가에 손을 댄 앉은뱅이가 일어나고

나병환자의 고름이 꾸득꾸득 낳는 치유가 일어났습니다.

사람들은 '알렐루야'를 외치며 기뻐했습니다.

치유를 받았던 그 십자가는 겸손하게 회개한 우도의 십자가였습니다.

하느님께 회개하고 아름답게 사는 사람들 곁에 가면 치유가 됩니다.

회개는 그 자체가 치유의 능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헬레나 성녀는 ‘주님의 십자가는 죽은 이를 살려내야 한다.’

두 번 째 십자가에 손을 댄 사람들은 만지는 사람들마다

급살을 맞거나 병세가 더욱 악화되었습니다.

이것은 죽으면서까지 교만을 떨었던 좌도의 십자가였던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교만한 사람 곁에 가면 가는 사람마다 족족 피를

흘리고 많은 사람이 그 가시에 찔려요.

교만한 사람의 영혼에서는 더러운 냄새가 풀풀~~ 나지만

그보다 슬픈 것은 냄새나는 그 인간만이 자신의 냄새를 못 맡아요.

교만은 자신만 죽이는 것이 아니라 곁에 있는 사람까지 죽여요.

세 번 째 십자가에다 죽어서 썩은 냄새가 나는 시체를 올려놓고

모두 숨을 죽이며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때 썩은 시체의 냄새가 짙은 장미 향기로 바뀌면서 시체의

손가락이 '까딱까딱' 움직이기 시작하고, 살이 붙고 피가 돌면서

죽은 이가 살아났습니다.

“주님의 십자가를 찾았다!”

그때야 모든 사람들이 알렐루야를 외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헬레나 성녀는 두 손 모아 기도드렸습니다.

‘주님, 저 같은 죄인에게 당신의 성시가 매달렸던 십자가를 찾을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 이후 이 십자가나무는 로마로 옮겨져 300년을 원형그대로 보존하다가

지금으로부터 1500년 전, 그 십자가 보목을 잘라서 1미터는 로마

바티칸대성전 밑에 모셔 놓았습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큰 것은 15Cm 크기로, 작은 것은 5mm까지....

800여 조각으로 잘라서 세계 곳곳에 나누어 주었습니다.

첫째, 교황청령 직속 수도회 본원

둘째, 유럽의 대성당

셋째, 가톨릭에 기여를 많이 한 가문

제가 진천성당에 가던 해(2003년)에 미국의 서북 케나다 경계 시애틀, 타코마,

포클랜드를 피정을 했는데 4년 뒤에 그곳을 운명처럼 또 가게 되었어요.

두 번째 가게 된 도시가 바로 타코마인데 그곳 교포 자매님들의

남편 90%가 군인이에요. 그래서 사연도 많아요.

그 중에는 정식 사관학교 출신인 남편을 둔 사람도 있고, 6.25

직후에 미군들과 결혼해서 비참하게 사는 자매들도 많았어요.

따라서 같은 천주교신자들끼리도 상처가 많았어요.

타코마 첫날 피정에 70대 멋쟁이 노인 일곱 명이 나란히 앞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3시간의 강의가 끝났는데, 그중에 할머니 한분이 오더니

“신부님, 3년 전에 여기 오셨을 때 예수님의 십자가 보목을 구한다고 하셨지요.

제가 그 보목을 드릴까요?”

“누가 그것을 내어 주겠습니까?”

한국도 순교자의 피로 얼룩진 곳이기에~~

저는 주님의 보목을 한국 땅으로 모셔오기 위해 많은 협상을 해 보고

노력도 해 보았으나, 대성당이고 수도원이고 문전박대만 당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스라엘 성지 순례 때 사 가지고 온 가짜 보목인 줄 알고

“아, 할머니 가지십시오, 저는 필요 없습니다.” 했더니

이 할머니께서 정색을 하시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할머니의 남편은 미국 군인이었으며 50년 동안 미국성당에 다녔는데

갈멜 제3회원이었고, 종신한지 40년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어떤 미국할머니가 3년 전에 임종하면서 십자가 보목을 이 할머니에게 맡겼던 것입니다.

“너를 내가 오랫동안 지켜보았는데 네 신앙을 보고 우리 집 보물을 너에게 맡긴다.”

돌아가신 미국할머니는 원래 아일랜드인이었는데, 400년 전에 친정 쪽

할아버지가 로마에 큰 성전을 지어 바친 공이 있어, 거기에 대한

보답으로 교황님께 직접 보목을 하사받은 것이었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 할머니 대에서 가톨릭이 끊기었습니다.

이 할머니는 수십 년 같은 갈멜회원이었던 한국할머니를 지켜보다가

십자가 보목을 맡기며 이런 사제가 나타나면 그에게 주라고 하셨습니다.

첫째, 말씀을 선포하는 사제이어야 된다.

둘째, 치유시키는 사제이어야 된다.

셋째, 말씀을 선포하거나 피정을 할 때는 반드시 몸에 지니고 있어야 한다.

그런 사제가 네 앞에 나타나면 이 보목을 겸손하게 그 사제에게 주어라!

할머니가 보목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고, 많은 사람들이 치유를 받자

오만 사람들이 벌떼같이 달려들었습니다.

주교님께서는 걱정이 되셔서 “네가 가지고 있는 것을 달라고는 하지 않겠다.

그러나 이제부터 사람들에게 보이지 마라.”

그 할머니는 주교님께 순명하면서 이곳 타코마에 김웅열신부님이

다시 한 번 오시기를 3년 동안 갈멜 제3회 할머니들과 기도드렸습니다.

‘이 십자가 보목을 순교자의 땅인 한국에 모시고 갈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원래 제가 한 번 갔던 곳을 다시 가기는 어려운데 이상하게 2003년에

주교님의 부탁으로 다시 가게 되었습니다.

“그러세요? 그 십자가보목 좀 보여주세요!”

순간 가슴이 뛰었습니다.

“오늘은 안 가지고 나왔습니다. 오늘 저희가(갈멜 제3회 할머니들 일곱 분)

맨 앞자리에 앉아서 기도하면서 분별을 청했습니다. 과연 김웅열신부님이

이 보목을 가져가실 자격이 있는지~ ”

“제가 자격이 있습니까?”

“네, 오늘 신부님께서 피정을 하시는 3시간 내내 신부님 뒤에 하얀 광채가 나타났습니다.”

기다리는 하루가 백년 같았습니다.

다음날 그 할머니는 추기경이 증명한 빛바랜 증서와 함께

예쁜 자개함에 십자가 보목을 넣어 가지고 오셨습니다.

거기에는 2000년이 지났는데도 뿌리도 없는 나무에 예수님의

성혈이 벌겋게 묻어 있었습니다.

보목을 받아들고 가슴이 메여 와 많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것을 모시고 숙소에 갔는데 밤새 잠을 이룰 수가 없었지요.

그때까지도 최양업신부님이 십자가 보목을 구하기 위해 그렇게 애쓰신지 몰랐어요.

이 서한집을 보면서 감개무량하지요.

이 십자가 나무가 예수님의 어디를 받치고 있었는지는 몰라요.

분명한 것은 예수님의 온 몸을 적셨을~~

성모님과 요한, 막달라여자 마리아도 보았던~

예수님께서 마지막으로 외치신 ‘엘로이 엘로이 레마 사박타니!’

하시며 돌아가신 능력의 십자가의 한 부분입니다.

2003년 8월 15일에 한국에 모시고 와서 피정 때는 목에 걸고

십자가를 모시고 다니며 매월 첫 토요일, 성시간 때가 되면

오시는 모든 분의 뺨에다가 대어드립니다.

얼마나 많은 분들이 치유를 받았는지 몰라요.

요즘 최양업신부님의 서한에 푹 빠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