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채준호신부님(전 예수회 관구장 신부)의 영원한 안식을 기도하면서
아래 글을 퍼다 올립니다.
<style> p {margin-top:0px;margin-bottom:0px;} </style>

바람이 분다

  • 2012/04/04 09:09세상에게 말걸기

    내 기억 속에는 늘 이렇게 자상한 눈빛이다.

    바람이 분다.

    무지 서럽게도 불어 댄다.

    하루 종일 안절부절 먹먹한 마음이 그런데,

    바람 마저 사정을 두지 않더니

    이제는 빗방울이 자리를 때리고 간다.

    .

    더한 서러움은 감정이 혼자만의 것인양

    지금 곁에는 엉엉 소리내어 있는 친구가 없다.

    바람과 빗방울만이 지금 마음을 알아 준다.

    .

    하루 종일 페북을 켜두고 누군가 소식을 더해 주기를 기다린다.

    자리에 함께 없기에 사정이 같은 이들은 발만 동동 구른다.

    호주, 로마, 영국, 미국 그리고 여기 일본에서 눈물만 흘리고 만다.

    .

    궂은 날씨 속에 떠나간 이도 보내는 이들도 그렇게 작별 인사를 나누었단다.

    평생 그분 곁에서 함께 했던 어른 신부님이 잠깐 로마로 자리를 비운 사이

    궃긴 소식에 어린아이 같은 어른이 끄억 끄억 소리도 못내고 마른 눈물을 흘리셨단다.

    두분의 살가운 우정을 지켜본 나는 마음을 알아 듣기에

    기껏 참았던 눈물을 꺼억 꺼억 풀어 낸다.

    .

    호주에서 공부 중인 수사님은 장례미사가 치러지는 시간에 달음박질을 했단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도저히 방의 침묵을 견뎌낼 없었을 테지

    숨이 턱까지 차오르게 내달렸을 형제의 마음에는 어떤 생채기로 남아있을지.

    .

    미국의 수사님은 자리에 없던 이들을 대신해

    4월의 눈비 섞인 질퍽거리는 날씨 속에서도

    묘지까지 배웅나선 형제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있다.

    감사하다고, 사랑한다고

    .

    대만에 있는 형제들은 셋만의 단촐한 미사로 그분 가시는 길을 배웅하겠단다.

    그리고 자리에 함께 하지 못한 우리들 각자의 자리에서 그분을 배웅하잔다.

    .

    궃긴 그날, 여기 일본에서도 86 되신 예수회원 분이 선종하셨기에

    내일 소피아 대학 이냐시오 성당에서 함께 장례미사를 드리기로 했다.

    다행이다(?) 그분을 황망하게 잃은 나도, 신부님도

    각자에게 마지막으로 기억되는 그분의 모습을 회상하며

    아쉽게, 미안함을 담아 그리고 형제로 살아주어 감사하다고 고별인사 있겠지

    .

    누군가 그분의 죽음을 전해 듣고 황망한 마음을 잔인한 4 첫날이라고 표현했다.

    마음이 그렇고, 그분을 떠나 보내는 예수회 한국 관구 전체의 마음이 그러하리라.

    .

    그분이 장상으로 봉사했던 18년의 세월 동안 회원의 70% 맞아 들였단다.

    그래서 대부분의 양성 중인 회원들은 그분에게 사랑의 빚을 지고 살아 간다.

    그리고 나는 사랑의 부채가 감당이 되는 빚쟁이 중의 가장 빚쟁이다.

    .

    예수회원이 되고 싶다고 수도회의 문을 두드렸을 그분이 건넨 마디는

    우리는 당신 같은 사람이 필요치 않습니다.” 라는 정말이지 어처구니 없는 말이었다.

    그리고 질문에 온통 발가벗겨진 나는 처음으로 내가 수도자로 살고싶은지

    진지하게 고백하게 된다.

    .

    이런 저런 이유가 있겠습니다.

    봉사하고픈 마음, 가난한 사람들과 살고 싶은 마음, 혹은 어떤 욕심들

    그런데 아세요? 정작 모든 이유들은 아닌 같습니다.

    아니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수도자로 살고 싶은지? 여기까지 왔는지

    지금 질문에 제가 솔직히 드릴 있는 것은 그냥요’.

    이런저런 이유없이 그냥 좋아서요’ ”

    .

    지금 8 동안의 수도 삶에서 많은 것들을 그분에게 빚지고 살고 있다.

    나눔에 자주 등장하는 동기 수사님이 가장 좋은 스승이었다면

    내가 닮아 그렇게 늙어갔으면 좋았을 큰바위 얼굴은 바로 그분이었다.

    .

    아버지의 정이 애틋했던 내게 과할 정도로 애정을 쏟아 부어 주셨고

    온갖 고민거리 가져갈라치면 건너 편의 그분은 그냥 재밌어 죽겠다는 표정으로

    그래서?”, “그런데?”, “에구 화상아!” 하시며 온갖 추임새를 넣으시며

    맞은 편의 나는 힘들어 죽겠다는데 당신은 마치 아버지가 아들의 성장을 지켜보듯

    생기지도 못한 넙디 대대한 얼굴을 들이미시며 개구진 웃음이다.

    그러니 한바탕 쏟아 나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같은 웃음을 짓고 있다.

    .

    잘난 하나 없거든? 이것아, 그냥 쓰지 말고 살아.”

    너희들 충분히 약하니?’, 하느님을 섬길 있을 만큼 약해?’ 그렇다면 서원해도 되겠다.”

    주제 파악 하고 살아라. 인간아!”

    어디가서 사기치지 말아라. 인간이 사기꾼 같이 생겨 먹어서…”

    인간이 먹어서 모양이지, 니가 꼼꼼하면 너도 살고 수도회도 살지만, 니가 깐깐하면 너도 죽고 수도회도 죽어. 그러니 너무 애쓰지 말고 살아라.”

    생일 축하 한다. 형욱아, 너는 예수회의 보물이다. 너랑 함께 살아서 기쁘다. 그리고 고맙고….”

    .

    발치에서 눈이 마주쳤음에도 존재를 알아 듣고

    걸음으로 다가와 두팔을 활짝 펴고 와락 포옹을 주신다.

    주변의 사람들은 내가 누군가 싶어 궁금함이 가득한 눈초리다.

    누구는 신부님의 숨겨둔 아들 쯤으로 알아 듣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렴 어떠랴 보란듯이 진짜 아버지와 아들 되어 깊게 포옹을 나눈다.

    나는 포옹으로 하느님을 알고, 예수님을 알고, 사람의 사랑을 믿는다.

    .

    .

    이처럼 18 동안 많은 이들에게 아버지가 되어 주셨으면서

    한편으로는 수도회 안팎으로는 역할로 바쁘셨다.

    누구에게든지 기꺼이 씹혀 주셨다.

    .

    예수회 안에서 ‘3D업종이 있다면 중에서 가장 험한 자리가 관구장이다.

    모두들 손사래를 치는 것을 보면 틀림없는 사실이다.

    회원들이 좋고 행복하고 기쁜 것들은 아무도 함께 하자고 관구장을 찾지 않는단다.

    대신, 험하고, 어렵고, 자신의 힘으로 어쩔 없는

    그래서 해결할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관구장을 찾는단다.

    그러니 온갖 쓰레기들을 담아 두어야 하는 쓰레기통 역할을 해야 하는 자리를

    누가 기어코 맡으려고 하겠는가

    .

    그분도 관구장직을 수행하시면서 본의아니게 서운하고 억울한 회원들을 내셨다.

    당신의 말씀처럼 당신도 약하디 약한 인간인지라

    모두의 기대를 흡족하게 채워 없었다.

    그리고 그것이 미안하고 그래서 마음을 다친 회원들에게 용서를 청하신다.

    .

    가만히 그분을 원망하는 선배 회원들의 이야기를 들어 본다.

    그분들의 서운함과 억울함 그래서 쌓인 화들은

    그분에게 희망 두고 기대 했던

    그래서 그게 채워지지 않았을 때에 크게 상처 받았던 듯싶다.

    그리고 지금은 미처 맺힌 것을 풀지 못하고

    그렇게 떠나 보내드린 마음 아파

    질척거림을 따라 배웅 나서신다.

    .

    아마도 누구보다도 사랑했던 형제였기 때문에

    그리고 모든 것을 감당해 있을 거라 생각했기에

    그렇게 사정없이 풀어 있었으리라.

    지금은 그게 미안하고 그렇게 고마운 것이다.

    앞으로 어느 관구장이 화를, 서운함에

    그렇게 몸을 기울여 들어 주겠는가

    .

    .

    일본으로 오기 전에 평창동 신부님이 계시던 곳으로 인사를 다녀왔다.

    아픈 몸을 이끌고 외출할 없기에 그분에게 이발을 주려는 수사님과 동행을 했고

    다행히 살짝살짝 발을 내딛는 모습이 전해 듣던 보다는 컨디션이 괜찮아 보였다.

    그러면서도 짧은 시간 앉아 계시기에도 불편한지 자주 얼굴을 찡그리신다.

    마치 달팽이가 자기 집을 지닌 생을 걸어 내딛듯이

    신부님의 안간힘이 그래 보였다.

    그냥 무거운 몸으로 땅에 가라 앉은 모습이 괜히 안쓰러운게

    그리고 모습이 나아진 거라니….

    .

    오랜만에 찾아 수사들에게 함께 주지 못해 미안하다 한다.

    그리고 신학 다녀오겠습니다. 신부님 챙기시고 쉬세요.’ 했더니

    요즘 쉬라 말이 가장 듣기 싫단다. 그렇게 애써 농을 걸어 주신다.

    그렇게 땅에서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

    .

    신부님께는 사랑의 잔뜩 졌다.

    어느 형제에게 보낸 메시지에서는 당신의 투명 중에

    나를 위해 계속 기도해다오하셨다는데

    그분을 통해서는 아니라 많은 이들이

    언제나 마르지 않은 샘처럼 사랑을 야금야금 받기만 했는데

    메시지 안에서는 사랑해다오말을 건네는 듯해

    마음이 아프다.

    당신도 사랑이 필요한 존재임을,

    얼마나 사랑을 받고 싶어하셨는지를 생각해 본적이 없다.

    그래서 그게 그렇게 미안하고 또한 죄송스럽다.

    .

    당신을 빗길에 배웅하는 하면서

    그냥은 섭섭하신지 마지막까지 퉁명스럽게 말을 건네신다.

    .

    인간아! 이제 달라고 그만 쓰고

    니가 받은 사랑들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

    충분히 사랑 받았고,

    사랑 있는 힘이 있어

    .

    .

    주님, 당신의 아들 채준호 신부님을 반갑게 만나셨는지요.

    아버지를 그렇게 사랑하고 그렇게 당신의 길을 따라 살기를 열망했으니

    그분을 당신 나라에서 영원한 생명으로 이끌어 주소서.

    또한 남은 가족들과 그분의 벗들 그리고 우리 예수회원들에게도

    아버지의 자비를 청합니다.

    저희가 저희 자신의 약함 알아 듣게 하시고

    약함이 당신을 향해 나아가는 힘이 되게 하소서.

    주님, 신부님의 영혼을 당신 손에 맡기오니.

    당신의 나라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