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영신부\\\일본  히로시마 선교



   월동 준비를  마치고  이런  일이  있었다.

관리  봉사를  하는  형제님이  야간에는  성당문을  잠그자는  것이었다.

스토브를  꺼내  놓았으니  화재의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사실  사목자  입장에서 성당을  개방하는데

제일  염려되는  것은  감실안에  성체다.

  다행히, 우리  성당의  감실은  튼튼한  대리석으로  되어있어  도난의  염려가  적다.

그렇다면, 무엇이  걱정인가?  이  형제님과  우리  마음속에  또아리를 틀고있는

걱정의  실체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불안이었다.

불안은  신뢰의  부족으로부터  온다.  그리고,

그  불안이  이  도시의  누군가를  잠정적  방화범으로  지목하게  만들고

그를  향해  마음의  문마저  닫아버리게  만든다.

나  역시  철없는  누군가가  성전안에  해놓은  해코지를  몇  번이나  본  적이  있다.


그때마다  "에잇.  당장  닫아버려야지." 생각도  해보았고,

내  마음과  몸의  성전을  수도  없이  더럽혔지만,

그때마다  거듭  씻겨  주시고  용서해  주신

주님의  사랑을  떠올림에  차마  그럴  수  없었다.


생각을  바꾸어  보자고  했다.

어느 날  누군가가  아버지의  집으로  왔다면

그것은  주님의  초대가  아니었겠냐고.

"성당에  좀  나오시죠?" 라고  말해도

좀처럼  오지  않는  게  요즘  사람들이다.


그만큼  세상안에  즐길  것이  많다는  말이다.

그런데,  가끔  밤늦게  제  발로  성당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

오죽하면  그  시간에  마음  하나  기댈곳  없어  성당을  찾아왔겠는가?

설상가상  문이라도  잠겨  있다면

이후  그의  발걸음은  어디를  향하겠는가?


큰  슬픔과  절망에  빠진  사람이라면

신(God)마저  나를  버렸다고  생각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을지도  모를  일이고,

분노에  미친  사람이라면  칼을  들고  누군가를  해하러  갈지도  모를  일이다.


만약,  하느님께서  그  시간에

그들의  거칠고  상처난  마음을  어루만지기  위해  부르셨다면

응당  우리는  그  부르심에  잘  응답하도록

기도의  힘을  보태야  하지  않을까?


세상으로부터  두들겨  맞아  피멍이  든  그들이

변함없이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지  않을까?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교회는  언제나  문이  활짝  열려있는  아버지의  집이  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개방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구체적인  표시가  바로  모든  성당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는  것입니다.  누군가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  하느님을  찾고자

 성당을  찾아왔을  때  차갑게  닫혀있는  문을  마주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복음의 기쁨] 제 1장 교회의  선교적  변모  47항) 라고  말씀하신다.


지역사회와  세상을   향해  우리  성당  문  열어두기는

열린  신앙  공동체를  일구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서

또  하나의  선교적  도전이고, 

동시에  주님  백성된  이로  사는  긍지가  아닐까  싶다.